오늘 마주친 한 구절

[낭+독회 한구절]『올드걸의 시집』, 은유 _ 시 낭독회

by 느티나무

  • 『올드걸의 시집』, 은유 _ 시 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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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은 천연덕스럽고 시는 몸부림친다. 시가 뒤척일수록 삶은 명료해진다. 삶이 선명해지면 시는 다시 헝클어버린다. 나는 시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가슴 아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좋은 시를 읽으면 자동인형처럼 고개가 올라간다.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누르듯이 책장을 덮는다. 방 안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다시 시 앞에 앉아 베껴 쓴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글쓰기 충동에 시달렸다. 시가 휘저어 놓아 화르르 떠올랐다가 층층이 가라앉는 사유의 지층들. 몸에 돌아다니는 말들을 어디다 꺼내 놓고 싶었다. 꺼내 놓고 싶은 만큼 꺼내 놓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고유한 슬픔일지라도 언어화하는 순간 구차한 슬픔으로 일반화되는 게 싫었다. 우리가 입을 다무는 것은 할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던가.

    -『올드걸의 시집』, 은유,  서해문집, 2020, 19쪽

    읽은 날: 2022년 2월 23일 (수)   

     *2&4주 수요일 늦은 3시부터 3층 동네부엌에서 낭독회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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