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하얀 앵두>, 『배삼식 희곡집』 중에서
by AA희곡낭독회
반아산: 그땐 몰랐거든요. 그 꽃이며 나무들이 그냥 원래부터, 저절로 그 자리에 있는 건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데요. 그 양반 가시구 나니까, 정말 거짓말처럼 꽃도 나무도 하나 둘 시들고, 없어지고.......
곽지복: (한숨) 한 번 사름 손 탄 나무는 그런 기래.
권오평: 약은 약인데요,... 조급증에 쓰는 약입니다. 사용법은요, 주머니에 이렇게 넣고 다니다가 막 어떤 놈이 패 죽이고 싶도록 밉고, 세상이 억울하고, 가슴에 열불이 나서 펄쩍펄쩍 뛰고 싶고, 내 사는 꼬라지가 왜 이 모양인가 싶을 때, 이걸 딱 꺼내서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리고 5억 년, 100살 사는 인간이 500만 번 살았다 죽었다 한 시간을 생각합니다. 한 5분만 그러고 있으면 효과를 보지요. 단, 너무 오래 보시면 안 됩니다. 제 친구 중에 하나는 이것만 몇 날 며칠 들여다보고 있다가 자살한 놈도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