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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5월26일). 10편 『콜럼버스의 교환』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5-27 조회수 : 11,560

                                 오늘의책

 
                                                2014 512
 
콜럼버스의 교환 :
문명이 만든 질병, 질병이 만든 문명
황상익 글 / 을유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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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콜럼버스의 발견’도 아니고, ‘콜럼버스의 교환’이라고?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부제로 ‘문명이 만든 질병, 질병이 만든 문명’이라고 붙어 있어서, ‘아아, 의학에 관련된 책이구나!’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교환은 질병의 교환을 말하는 것이다. 신대륙과 구대륙,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아시아 대륙 사이에 질병의 교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질병과 의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2012년 6월부터 7월까지 EBS에서 방영된 ‘역사특강 - 질병과 인간, 의학의 문명’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질병과 의학의 탄생, 의학의 발전 과정, 우리나라의 현대의술 도입과 발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의학 역사에 혁신을 일으킨 사건들을 담고 있다.

의학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큰 발견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의학 이전에는 혈액도 한 번 쓰이고 없어진다고 생각했으며, 윌리엄 하비가 혈액순환을 발견하고 이를 입증하였다.
둘째, 체액들 사이의 균형을 중점으로 생각하는 ‘체액 병리학’에서 몸의 특정 부위에 생긴 변화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국소 병리학’으로 발전하였다. 체액 병리학은 혈액이 다른 체액보다 넘친다고 하면, 사혈을 하는 방법 등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셋째, 18세기 이전까지 해소병, 열병, 설사병 식으로 증상으로 질병을 분류했다면, 현대에서는 폐결핵, 위궤양, 간경화, 신장암과 같이 질병의 장소를 가지고 분류한다.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질병이 장소를 갖는다는 생각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넷째, 외과적으로는 ABO식 혈액형의 발견으로 수혈이 가능해지고, 감염과 마취술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비로소 외과수술을 시도할 수 있었다.
다섯째, 의학 발전과 환경과 영양상태 개선으로 전염병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전염병인 흑사병, 스페인 독감 등이 전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망자를 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 의학의 발전을 살펴보면,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의학 도입으로 국민건강 개선과 질병퇴치 노력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일본의 침략으로 이런 노력들이 쇠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에 근대의료시설을 보급함으로써 조선인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했다는 일본의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의 조선인은 근대식 의료에서 소외되었으며, 근대식 의료 보급의 혜택은 일본인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학 역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주요 전염병과 기생충이 퇴치되었으며, 2012년 현재, 평균수명이 81.4세로 해방 무렵의 40~45세보다 두 배로 늘어났다. 영아 사망률은 60년 전 아기 1천명당 135명에서 지금은 2.9명으로 줄었다. 또한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이며, 암의 5년 생존율도 1995년 41%에서 2011년에는 66%로 증가하였다.
 
 
이 책을 통해 인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세계의학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60년 만에 비약적인 의학 발전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노인이 될 때까지 몇십 년 동안, 의학계에 또 얼마나 획기적인 사건들이 일어나 우리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도서관운영지원팀장 이영방)
 
한 페이지 꺼내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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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과 영화
글 : 안정희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저자
 
한국에서는 요즘 스페인이 대세지요. 모 TV프로그램의 '꽃할배'에서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고부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며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가 인기가 좋아서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이 라틴 아메리카를 어떻게 식민지화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라틴 아메리카가 미국 밑에 있는 대륙이라는 사실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아메리카 하면 미국이 제일 먼저 떠오를 만큼 한국은 아메리카 대륙 중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스페인은 라틴 아메리카 나라의 대부분을 식민지배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파나마 등 인데요. 아무튼 브라질의 제외한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를 식민지화했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였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한 [미션]에도 그 내용이 나오지요.
 
그런데 스페인이 라틴아메리카를 쉽게 정복한 까닭이 질병과 관계가 있었습니다. 선교사나 뱃사람들이 유럽의 질병인 흑사병 등을 가져와 그 질병에 대한 면역이 없었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잉카문명과 마야문명이 멸망한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그 문명이 유럽의 문명보다 발전하지 않아서 멸망한 것이 아니지요. 세계의 문화와 문명은 그 곳의 환경적, 사회적 요소에 따라 저마다 특징을 달리하며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유럽의 문화가 총과 칼과 배가 발달한 것에 비하여 라틴 아메리카는 시간과 달력과 천문학과 건축이 발달했습니다. 대륙간의 이동과 각 문명과의 만남은 교류를 촉진시키기도 하지만,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콜럼버스의 교환]의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유럽이 라틴아메리카에 전달한 것은 전염병이었습니다. 그 결과 천문학이 고도로 발달한 여러 문명을 멸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인류가 오늘날 문명을 이룩한 것은 질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댓가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인류에게 질병은 무엇이며 오늘날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어떻게 가능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책]에서 함께 읽는 책은 질병이 인류의 과학과 의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책들과 의료행위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책과 영화를 통해 인류에게 질병이 어떤 의미이며 의료행위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SOMETHING THE LORD MADE 2004
알란 릭맨 감독 / 모스 데프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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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세계 최고의 의학기술을 자랑하는 미국 존 홉킨스 대학(John Hopkins)병원 현관에는 그간 홉킨스 의대를 빛낸 이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그 중에는 의사가 아닌 사람도 있는데요, 비비안 토마스 명예박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의 손이란 제목의 영화로 알려졌지만 영화 제목은 Something the lord mad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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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Vivien Thomas (1910-1985)

그는 처음에는 손재주가 아주 좋은 목수였습니다. 의사가 꿈이었지요. 대학에 갈 돈을 마련하고자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대학의 한 실험실 관리를 할 잡역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총명하고 놀라운 그의 손재주가 당시 30대 초반의 젊은 외과의사 블래이락(Dr. Alfred Blalock) 의 눈에 띄었습니다. 블래이락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비비안은 실험대에 놓인 동물의 생명을 구합니다. 보이지도 않는 곳에 손가락만 넣어서 바느질을 완벽하게 해 혈관을 연결한 거지요. 블래이락은 놀랍고 경이로운 그의 재주를 보고 'Something the lord made’라고 말합니다.

'Something the lord made'는 '신이 만든 것'이란 뜻으로 실제로는 장인의 솜씨처럼 '정말 끝내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블래이락과 비비안은 청색증 심장 환자의 생명을 구하게 한 [블래이락-타우식 단락수술]을 성공시켰고 존 홉킨스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비비안은 모든 공과 명예가 자신이 아닌 블래이락과 타우식 등의 의사에게로 향하자 사표를 내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20년 동안 닥터 블래이락의 실험실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닥터 블래이락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비비안의 성과를 자신의 업적처럼 가로채 승승장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블래이락이 세계적인 심장전문의가 되어갈수록 실제 수술을 한 비비안의 어깨는 처지고 눈빛은 어두워져 갔습니다.
 
영화를 본 이후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그 동안 [사라 버스를 타다], [앵무새죽이기], [흑인노예12년],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을 읽었고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비비안이 살았던 그 시절 미국은 흑인들이 자유롭게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버스도 같이 탈 수 없었고 백인과 나란히 걷지도 못했습니다.
블래이락이 비비안을 적극적으로 의사로 만들지 못한 혹은 전면에 내세워 밝히지 않는 것은 당시 사회의식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블래이락이 비비안을 발탁해서 자신이 병원을 옮길 때마다 데리고 가고, 세계적 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술을 맡긴 것만으로도 파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1964년 이 영화는 병을 치료하는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저절로 하게 합니다. 병과 치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들도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미친 연구 위대한 발견 
 빌리 우드워드 지음, 김소정 옮김
푸른지식 무탄트 메시지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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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연구 위대한 발견]은 의사보다는 과학자들에 대한 모음집인데요.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인류사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열 명의 과학자들의 삶을 집중 조명한 책입니다.
 
대개의 과학자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발견이나 치료약 발견을 위해 인생을 바칩니다. 직접 환자를 치료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연구 덕분에 백신과 치료약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지요. 이 책과 반대 편에 서 있는 책도 있습니다.
 
인간의 질병은 각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치료약이 나온다는 책입니다. 호주의 원주민 부족 중 참사랑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문명인들을 '무탄트'라고 부릅니다. '돌연변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미국여성의사 말로 모건은 호주에서 의료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부족으로부터 '무탄트 메신저'로 선정되어 참사람 부족과 호주 사막 도보 횡단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실 것도 없고 집도 발견할 수 없는 사막에서 발을 다친 의사는 참사랑 부족으로부터 자연치유방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부족들은 인류가 원래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졌으나 오늘날 문명을 이루고 살면서 '돌연변이'를 겪어 그러한 능력을 상실했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저절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인간에게 '질병이 무엇이며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는 ‘어떻게 살아갈까’와 같은 맥락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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