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토요일,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전시장에서 '오늘의 사서'로 관람객을 만나는 날.
느티나무도서관 컬렉션 서가가 있는 3층으로 가기 전, 관람객의 시선으로 <모두의 소장품> 전시를 둘러봤다.
기술, 개발, 소외 등 사회 문제를 다룬 영상부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여성 작가의 작품,
재치있으나 가볍지 않은 뉴미디어 작품까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드디어 그린 라이브러리 입장. 이제부터는 사서의 시선으로 둘러보기.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오늘의 사서 업무다.
진지한 표정으로 <100세 그림책>을 넘기는 청년, 엄마와 함께 <산타 할아버지>를 보는 아이를 보았다.
컬렉션 서가 위에는 팝업 책이 펼쳐져 있었다. 누구의 손길일까?
전시장을 관리하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지킴이의 솜씨였다.
뒤로 보이는 김주현 작가의 <생명의 다리 - 9개의 기둥> 작품과 어울렸다. 멋진 솜씨!
오늘의 사서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사람은 지킴이다. 컬렉션 서가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컬렉션의 이유>라는 제목의 컬렉션은 어떤 방향으로 자료를 모았는지, 책표지 안쪽에 꽂힌 메모지는 어떤 용도인지... 폭넓은 대화가 오갔다.
“지금 막 나를 흔들고 간 낱말들을 당신을 위해…”
이 메모지는 ‘비망록’이다. 비망록을 적다 보면 내가 적은 문장을 전시장에서 펼쳐볼 누군가의 표정을 상상하게 된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 카드에 이야기 남기기.
이 전시코너의 이름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관람객은 전시나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 평소 고민하고 있던 주제를 남긴다.
내가 해왔던 익숙한 고민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질문도 적혀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살피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가만히 멈춰서 카드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좋았다. 이런 시간이 더 나은 삶을 만들겠지.
다음 오늘의 사서가 만날 뒷모습을 기대하며, 일기 끝!
[느티나무 컬렉션 버스킹03] NEW WAVE NEW LIBRARY 미래를 위한 질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