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웨이브 뉴 라이브러리 43호
뉴 웨이브 뉴 라이브러리 뉴스레터 43호 202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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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옛날, 그 시절이 떠오르는 그림책을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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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서: 88세 어머니가 볼 그림책을 찾는 회원이 있었다. 그 시절 추억이 담긴 그림책을 함께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림책 연구 활동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자리에서 『만희네 집』(길벗어린이), 『아씨방 일곱 동무』(비룡소)를 권하고 더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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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사서: 추억, 고향, 옛날 등의 단어를 검색해 찾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윤석중 선생의 동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이영경 작가의 『넉 점 반』(창비). 시계가 귀하던 시절, 동네에서 유일하게 시계를 들여 놓은 구멍가게로 몇 시냐 물으러 간 아이의 하루를 그렸다. 심부름하던 아이는 물 먹는 닭, 접시꽃이 핀 담장, 천천히 기어가는 개미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해가 져도 아이의 시간은 여전히 넉 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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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서: 기억하고 싶은 유년기를 그린 책으로 이재연 작가의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소동)가 있다. 작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첫 그림책을 냈고, 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와 그림에 담는다. 이 책 속에 기억 한 편 두드릴 그림이 숨어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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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사서: 한 가지 고민. 이런 질문은 연령대가 얼마나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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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서: 한 사람을 향한 레퍼런스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풍경을 묘사한 작품은 시대상을 최대한 반영했는지를 중점으로 살폈다. 어린 시절 뛰놀던 즐거움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같은 보편적인 정서는 시대를 좀 넘나들어도 괜찮겠다 판단했다. 시대, 지역에 따라 나고 자란 동네 풍경은 매우 다를 테니, 이번에 모은 자료를 권할 때 정보를 더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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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사서: 옛이야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재밌으니 몇 권 권해보면 어떨까? 『깜박깜박 도깨비』(사계절)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도깨비에게 돈을 빌려준다. 도깨비가 돈을 이미 갚은 걸 까먹고 매일 갚으러 찾아와서 주인공이 부자가 된다. 환상적인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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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사서: 길벗어린이 출판사의 ‘민들레 그림책’ 시리즈를 살펴보았다. 권정생의 『황소 아저씨』, 『짱구네 고추밭 소동』, 임원호의 『솔새와 소나무』가 눈에 띈다. 황소 아저씨는 구유에 찾아온 생쥐를 배불리 먹이고 (“맛난 것 실컷 먹으렴.”), 고추밭에 빨간 고추들은 용기를 내어 못된 도둑과 맞서고 (“불의와 싸우자, 싸우자!”), 소나무는 아무도 품지 않는 솔새를 안아준다. (“소나무는 작은 새를 꼭 껴안고 코 재웁니다.”) 그림 작가들의 그림도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권정생은 1960년대, 임원호는 1930년대에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니 작품의 시대상이 88세 어르신에게 낯설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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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서: 특히『하루거리』(그림책공작소)는 작가가 할머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만든 그림책이다. 주인공 순자는 말라리아의 일종인 하루거리(학질의 옛말)를 앓는다. 아픈 몸으로 일만 하는 순자를 어떻게든 낫게 해주고 함께 놀고픈 4명의 동무. 작가의 첫 번째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솜씨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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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사서: 특히 할머니들이 좋아할 옛이야기로 『밥 안 먹는 색시』(길벗어린이)가 떠오른다. 욕심 많은 남편이 밥을 적게 먹는 색시를 얻으려다 혼쭐이 나는 이야기다. 옛이야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호랑이와 곶감』(국민서관)도 좋겠다. 호랑이가 곶감이 무서워 도망친다는, 누구나 어릴 적 들어본 이야기인데 그림책으로 보면 또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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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서: 피난길에 어머니와 헤어진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엄마에게』(보림)도 권하고 싶다. 장기려 박사 가족의 실화를 그렸다고 한다. 이산의 슬픔을 담담히 그렸는데 책장을 덮을 때쯤엔 저절로 눈물이 난다.
반대로 유쾌한 분위기의 『장수탕 선녀님』(사계절)도 좋겠다. 요구르트를 쪽 빨아 마시는 할머니 선녀님 모습이 어찌 마음에 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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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 취미로 시작한 일, 점점 더 욕심을 내는 게 괴롭다면?
- 꼭 재능이 있어야만 할까?
- 이 일에 내게 콱! 박혀 버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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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아주 오랜만에 작은포럼을 열었습니다. 주제는 <예술 하는 마음>.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예술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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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그림을 들고 도서관에 찾아왔던 청소년과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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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부터 〈비타민〉(2016),〈두 발밑의 은어〉(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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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캔버스를 든 다섯 명의 청소년이 느티나무를 찾았습니다. 입시 미술 말고 자신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그림을 그려 도서관 곳곳에 걸고 싶다고 했어요. 입시 미술과 자기표현 사이를 고민하며 <꿈> 작은포럼에도 함께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었던 김영혜 작가가 멋진 예술가로 성장해 졸업작품을 들고 느티나무를 다시 찾았습니다. 김영혜 작가를 비롯해 제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예술가들을 초대했습니다. 어깨 으쓱거리면서 나의 예술을 소개하고, 타인의 고민을 경청하면서 내 안의 실마리를 찾는 시간을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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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버스킹: AI 시대, 우리에겐 로컬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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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용인 처인구의 커뮤니티 공간 〈뚝플레이스〉로 컬렉션 버스킹을 다녀왔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도 변하지 않을 인간다움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손으로 직접 물건을 만들며 공간에서 연결점을 찾는 사람들은 로컬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요? 뚝플레이스와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실험을 북돋고, AI 시대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탐색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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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에는 버스킹 토크를 열었습니다. 쓰레기 없는 커뮤니티 식당 〈제로쿡〉 셰프 보리씨(손선영)를 초대했어요. 도서관에 커뮤니티 식당을 차리게 된 이야기부터 돌봄에 대한 고민, 각자가 상상하는 로컬의 모습을 나눴습니다. 아쉽게 함께하지 못했지만, 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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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바느질〉 동아리 송민혜 님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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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15년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지키기 3차 시민운동에 느티나무도서관이 함께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제가 낸 책 『처음 손바느질』(송민혜, 겨리, 2014) 저자 초청과 바느질 수업 제의를 받아 2015년 5월에 첫 발걸음 한 이후 도서관에 흠뻑 빠졌어요. 그렇게 2015년 6월에 함께 책 읽으며 바느질하는 ‘책 읽는 바느질’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 덕에 이제까지 쭉 느티나무에 즐겁게 발걸음하고 있습니다.
Q. 함께 책을 읽으며 바느질하는 ‘책 읽는 바느질’ 모임이 다른 낭독회와 다른 점은 뭔가요?
‘자원활동’으로서의 성격이 짙다는 점입니다. 도서관에서 필요한 물품을 함께 바느질해 만들고 있거든요. 도서관 곳곳 서가 알림판과 쿠션 같은 쓸모 있는 일상 소품들을 만들어 도서관 후원 장터를 열었습니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 해보자는 회원들의 고민과 의지, 동아리 담당 사서와의 열린 대화들로 지금의 ‘책 읽는 바느질’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자원봉사’라는 말보다는 능동적으로 즐겁게 함께 하자는 뜻으로 ‘자원활동’이라는 말을 써요. 그래서 함께 도서관 물품을 만들면서도 가끔은 회원들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도 갖곤 합니다.
Q. 민혜 님에게 느티나무도서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함께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곳. 느티나무에서 저는 굵직한 인생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도서관에서 우정을 맺은 친구들과 서로에 대해, 삶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도서관은 공동체의 거실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공간이자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즐겁게 사색하며 길을 만들어 나가는 공간인 느티나무가 지원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이 상황을 알리고 함께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SNS,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지키기 3차 시민운동 네이버 커페에 계속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역이나 회원 여부 같은 경계를 넘어 느티나무를 사랑하는 곳곳의 많은 사람의 힘으로 우리 스스로 느티나무도서관을 지켜낼 수 있음을 기쁘게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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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에게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를 전해주세요. 컬렉션 제안, 읽고 싶은 이야깃거리 모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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