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계획이 되나요? 마을포럼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8년 11월 24일 저녁 6시부터 느티나무도서관 1층 한복판에서 진행자로는 백영경 교수(방통대 문화교양학과)님, 레퍼런스 패널로 천선영 교수(경북대 사회학과), 김호성 과장(연세메디람호스피스전문센터 진료과장)님을 모시고 이 시대 우리가 만난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천선영 교수님은 박사논문을 "죽음의 근대적 의미와 담론"에 대해 쓰셨습니다. 일상문화 속에서 벌어지는 생활 속 문제들에 성찰해오셨고 <죽음을 살다> 라는 책을 쓰셨습니다.
김호성 과장님은 일산 연세메디람호스피스전문센터 진료과장으로, 핵의학을 전공하였지만 이후 완화의료 한길을 걸어온 분입니다.
이번 포럼에 자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를 했습니다.
영상이 그대로 남아있으니, 내용을 더 듣고 싶은 분은 느티나무도서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neutilib/)를 방문하시거나
아래 링크를 통해 시청하세요.
https://www.facebook.com/neutilib/videos/307477983438975/
도서관 이용자인 한금수님의 낭독으로 포럼을 시작했습니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중, 몇 구절을 골라 읽었습니다.
포럼 시작 전, 도서관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었는데요.
이를 위해 느티나무를 찾아준 (사)희망도레미의 김영길 단장님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소개와 정보를 공유해주셨습니다.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제목으로 내세운 컬렉션과 이를 주제로 열리는 포럼에 적잖이 놀라셨다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아직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등록된 기관에서 상담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자필로 작성되어야 한다는 절차적인 제약이 있음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란?
존엄사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이 생전에 분명하게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바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 현재 용인 관내에서는 건강보험공단지사에서만 등록이 가능하네요. 가까운 다른 곳으로는 분당의 로아신경과의원이 있습니다. 각 지역의 등록기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lst.go.kr/medi/composableorgan.do
레퍼런스패널 김호성 과장님이 보다 자세한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전)는 건강할 때 나의 의사를 밝히는 것.
임종기나 어떤 질병의 말기 때 (남은 생이 6개월 미만, 연명이 불가능할 때) 이 문서를사전에 등록해 두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서 의사들이 조회할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를 맞이해서 임종기가 되면 의사들이 문서를 찾아본다. 확인하고 가족들과 상의 후에 중환자실로 넘기지 않은 채 삶을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준다.
-연명의료계획서(사후)는 이미 증상이 말기로 진행된 이후 의사를 밝히는 것.
아플 때 자신의 의료를 계획하는 의미로 쓰는 것. 질병의 말기일 때, 의사들이 의사를 묻는다. 내용은 연명의료의향서와 같다. 다만 모두 선택하지 않더라도 진통제 투여같은 기본적인 의료는 진행되고, 환자가 임종기를 맞이하면 계획서를 토대로 치료합니다.
-->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작성하지 않은 채로 입원하게 되면:
보호자들이 연명의료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사전에 환자가 연명의료에 대한 거절 의사를 충분히 밝혔고, 그것을 가족들이 알고 있다면 직계가족 2인 이상 동의시 연명의료를 하지 않도록 되어있다.
만약 의식이 없고, 의사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면 직계 존속 가족이 모두 모여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야만 한다.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작성을 했지만 추후 마음이 바뀌거나 소생여부가 달라지는 경우 치료에 대한 다른 논의가 본인이 모르는 채 진행될 여지는 있다. 말기로 판단을 받았지만 호스피스에 와서 보니 처치를 해서 살릴 수 있겠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생기는 경우나, 젊은 환자의 경우 등으로, 이때는 보호자 동의 후 심폐소생술을 한다. 의사와 보호자가 어디에 어떻게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보를 미리 알고 작성을 해두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면 된다.
백영경 교수님의 진행으로 이어진 1부에서는 참가자들의 "죽음"에 대한 다양한 경험, 생각, 그리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포럼 전에 받은 질문을 포함하여, 이날 참가자들이 꺼내어놓은 이야깃거리들과 레퍼런스 패널들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하며 죽음이 이렇게 가까운데, 사람들은 죽음에 관해서 얘길 안할까?싶었다. 저는 죽음이 가까워오면 얘기를 하며 “내 죽음이 어땠으면 좋겠어” 라고 이야길 했으면 좋겠는데 쉬쉬하는 문화에 대해 굉장히 낯섦을 느꼈다."
"아이가 7살, 11살인데 그 아이들에게 “너도 죽고 나도 죽어. 순서가 정해지진 않았어. 죽음은 자연스러운거야. 내가 죽음을 정의내리고 죽어야 가족이 들어줄 수 있어.” 라고 말해둔다. 제가 그 동안 봐온 죽음을 통해 결정내리게 되었다."
"지금 60대인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죽음에 대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죽음에 관해서.. 나이를 떠나 복잡하지 않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어떻게 더 해보려고 하는 것은 가족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기계의 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귀기울이다 마지막엔 지쳤다. 아쉬울 때 웃으면서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그게 최선이지 않을까? 그게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되지 않는다. 떠나는 사람이 주도할 수 있어야한다."
"죽음도 계획이 되나요? 제목을 보는 순간 계획이라니?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계획을 가지고 살아온 순간이 없는 것 같더라. 죽음이 계획이 된다니..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준비는 할 수 있겠지만 계획이라는 것? 내가 결혼할 적에도 아주 커다란 계획을 가진 적은 없었다. 아이를 낳을 적에도 큰 계획이 없이 만들어져서 낳았다. 쭉 살아오면서 큰 계획을 갖고서 단계별로 살아온 적이 없다. 그러면 죽음에 대한 준비는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어릴 때 굉장히 열심히 살다가, 26살때 만성신부전증을 앓게 되었다. 내가 계획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전혀 계획하지 않은 일이 닥친 것이다. 혈액 투석과 복막투석중 한가지를 선택하라는 이야길 들었다. 저는 하루를 걸고, 하루를 포기하자.라고 마음 먹고 혈액투석을 2년간 했다. 감사하게도 언니가 저와 조직이 잘 맞았기 때문에 신장 이식을 받았다. 저에겐 새로운 인생이 열린 것. 그 때부터 내 목숨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 내가 가진 체력하에 굉장히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다가 인생을 돌아봤는데 그냥 열심히 살고 있더라. 스물 여섯살 기준으로 10년을 열심히 살았는데 벌써 마흔여덟이다. 언젠가는 혈액투석을 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 그것도 연명치료라고 생각을 한다. 다시 반복하고 싶진 않다.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는지, 어떤 방법이 더 좋은 것인지 궁금하다."
"근 20년 간에는 장례식장에 가면 70대가 많았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100세까지 누리며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 100세까지 사시는 분들을 보면 7~8년 이상 병상에 누워계시다가 연명치료 받고 가시는 분들이 많다. 그 전까지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가 몇 년 전서부터 연명치료를 받으며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니까 이렇게 죽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
"죽음도 가볍게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큰 행사가 될까? 결혼식과 같은. 장례식도 굉장히 큰 행사인 것 같다. 뒤에 남아있는 가족들이나 사람들이 굉장히 큰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저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그런 생각을 했다. 고대 인도에서는 충분히 다 살다 마흔 살 정도가 되면 숲속으로 들어가 참선이나 종교행위를 하면서 가족에게서 떠나는데, 요즘에는 가족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냉정하게 모른 척 하고 서로 낯설어진 상태에서 조용히 가는 것이 좋은지, 온 가족의 애정과 관심 속에서 떠나는 것이 나은 것인지? 생각은 많이 하지만 판단을 내리진 못했다."
"죽음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자살, 객사, 병사.. 저같은 경우에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연명의료 기관에 찾아가보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다. 예를 들어 암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느낌. 죽음이 닥쳤을 때 의료진과 상담 후 환자에게 알려야 할 것인가? 혹은 알리지 말아야할 것인가? 이 문제도 찬반론이 많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저는 죽음에 대해서 두 가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첫 번째는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을 때 가족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가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일처리’ 방법. 아이들이 너무 놀라고 당황해하지만 그 다음 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플랜이 짜여져 있으면 침착하게 차근차근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연락해야할 사람들 리스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원하는 장례절차를 준비해놨다.
나는 몇 살까지만 살고싶다는 계획이 있다.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하며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손들에게 폐가 되지 않는 정도까지만 하고 나면 미리 내가 장례식을 구상해서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잔치를 한바탕 벌이고 조용히 가는 걸로 계획을 하고 있다. 내가 계획한 그 순간이 되었을 때 너무 아쉽거나 무섭지 않으면 좋겠다. 그것이 하나의 바람이다."
"저는 여기서 제일 어린 것 같다. 25살이다. 17살 때부터 해온 이야기가 저는 25살 때 떠나겠다고 했다.. 올해 사람들한테 너 왜 아직 살아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가장 이야기 듣고 싶은 대상인 어머니에게 어떻게 죽고 싶은지, 원하는 장례절차가 있는 물어봤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섭섭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그럼 먼저 나의 장례식 절차는 논의해보자고 했더니 더 섭섭해하심. 그렇게 대화가 끝났다. 가는 사람과 남겨지는 사람의 의견이 합의가 된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의 죽음을 대하기 겁나기 때문에. 그런데 막상 이야기 하자고 하면 너무 싫어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말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1부에서 나온 이야깃거리를 중심으로 2부 레퍼런스 패널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2부 레퍼런스 내용은 별도의 게시물로 더 전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