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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버스킹] 장성욱 (갤러리 '공간 형') x 박승현 (신도시양조회) 토크 후기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9-12-20 조회수 : 10,419

 장성욱 (갤러리 '공간 형') x  박승현 (신도시양조회) 토크 후기 

 

 

지난 12월  16일,  신도시양조회 펍으로 놀러나간 느티나무도서관이 두 명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만났습니다. 


컬렉션 버스킹 전시가 한창인 월요일 저녁, 바쁜 일과를 마치고 펍에 모인 사람들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한 손에는 책을 든 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콜라 한 잔!)

 

 
특별한 만남에는 그에 맞는 컬렉션을 준비합니다. 펍 한켠에 <미래는 마을로 온다>를 펼쳐두었습니다. 마을에서 어울려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입니다. 

  


두 명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소개합니다. 6대째 수원에서 살고 있는 신도시양조회의 이사장 박승현 님(사진 오른쪽), 

을지로에서 3개의 공간을 운영하며 문화를 만들어가는 장성욱 님(사진 왼쪽). 

토크 진행은 노사이드랩의 대표 정지원 님이 맡았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공간을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 그럼에도 계속 하는 이유는?

토크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 공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장성욱(공간 형 대표) 

전시공간을 존속하자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전시했던 공간이 사라지면, 작가들의 기록도 사라지니까요. 작가들과 작품을 위해서라도 공간을 영구존속하자는 마음을 먹었고, 제가 운영하는 갤러리는 을지로에 위치해 있는데 서울이라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입지 조건이 굉장히 좋습니다. 입지조건이 좋아 계속 할 수 있었죠.

 

박승현(신도시양조회 대표)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2009년에 혼자 여행을 하다가 돈이 떨어졌는데, 그때 지역 축제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어요. 바로 지원했습니다. (웃음) 기획사 사장이 문서 타이핑을 못 해서 수기로 적으시는 분이라, 타이핑에 능한 제가 서류 작성을 도왔죠. 그런데 보니까, 축제의 기획 내용이 너무 별로인 거예요. 10년 전, 지역 축제가 성공하는 기준이 뭐였을까요? 바로 유명한 가수가 오는 것! 섭외력이 전부였던 거예요. 진부하죠. 제가 당시에 떠올린 아이디어는 장어잡기 체험이었는데, 의외로 받아들여졌고 성공했어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축제를 성공시켰던,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한편으로는 그때 제가 살던 도시 수원이 낙후된 곳이었어요. 그때 예술이라는 방식대로 지역을 살려보자는 뜻을 모은 사람들끼리 모여 여러가지를 했었거든요. 그 사람들은 공간이 사라지게 되면 유목민처럼 떠돌았고요. 그게 아쉬웠습니다.  당시에 만난 사람들도 "공간이 남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용기를 갖고 '공존공간'이라는 회사를 차렸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정지원 (노사이드랩 대표)

전시공간이 사라지면 작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휘발된다고 생각해 지속가능성을 도모한다는 성욱 님, "공간이 날아가면 안 된다. 지켜야 한다,"라고 말해온 승현님의 말에서 사람을 위해 공간을 지키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많인 이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 공간을 오래 지키기 위한 방법?

장성욱(공간 형 대표) 
갤러리 외에도 운영하는 곳이 있어요. ‘쉬프트’라는 곳인데, 필요하다 느낀 이유는 공간 확장입니다. 그래야 공간을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임대료를 열고, 대관 수입을 공간 운영에 보태자고 생각했어요. 작업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팔아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작가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유도해보자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뒤늦게 대학원에서 조형 예술을 전공하며 동기들에게 ‘형’으로 불리던 장성욱 대표는 주변의 잘 아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공간 형을 만들었다. 즉 이곳 갤러리는 대관료나 기타 비용을 받지 않는, 관계 지향적 공간으로 평소 그가 알고 지내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새롭게, 실험적으로 선보이는 것에 의의를 둔다.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듯 작업만 보이도록 바닥부터 천장까지 새하얗게 칠한 갤러리는 어떤 식으로든 활용이 가능하다." _월간 디자인 2017년 11월 호

 


박승현(신도시양조회 대표) 
신도시양조회. 새로운 사람과의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뭘 가지고 만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답은  맥주였어요. 쉽고 즐겁게 수원이라는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요. 협동조합 허가를 기다리며 신도시양조회 펍을 만들었습니다.



(↑신도시양조회 원천유원지 위트 에일, 출처: 신도시양조회 홈페이지)


'신도시'라는 단어의 뜻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요. 수원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단어입니다. 수원은 정조가 만든 신도시였고, 현대 들어서는 수원을 둘러싼 광교와 영통이라는 신도시라는 정체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신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또 우리의 가장 행복한 기억이 뭘까 고민했는데, 그게 바로 원천유원지라는 공간이었어요. 현재는 없지만, 경기 남부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곳이죠. 그런 단어를 딴 수제맥주를 펍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지원 (노사이드랩 대표)
서로 다른 동네에 계시지만 맞닿은 대답을 계속 해주시네요. 수원과 을지로는 매우 다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지으려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더 들어오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승현 님은 맥주라는 아이템을 택해 수원이라는 정체성과 연결 지었고, 성욱님은 전시공간을 추가로 열어 공간을 확장시키려고 했죠. 공간에 또 다른 이야기를 접목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요. 



#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장성욱(공간 형 대표) 
새로움이요? 포기했습니다. (웃음) 제가 대학원을 다니고 미술을 전공하고 있을 때는 모두가 미술 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밖에 나오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와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로컬 문화가 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업 자본이 들어와 헤집고 나가면 오래 거주했던 사람이 힘들어집니다. 을지로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분들이 SNS를 통해 표면적인 소비만 하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시작으로 찾아와 다른 이야기를 얻어가면 좋겠습니다. 


박승현(신도시양조회 대표) 
저희는 오히려 SNS로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자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니까. 그래서 원천유원지에서 찍었던 사진을 가져오면 맥주를 내어 드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스토리를 아카이빙하고 대신 맥주를 얻어가는거죠. 참고로 현재 진행 중이고, 사진을 가져오시면 맛있는 맥주 드립니다. 



장성욱(공간 형 대표) 
제가 너무 비관적이죠? (웃음) 지금은 외지인의 방문 유입이 많지만, 앞으로 동네 사람들과 호흡하며 이야기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가능하다면, 로컬 안에서 계속 함께할 문화가 형성되겠죠? 저는 커뮤니티를 중요시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콘텐츠만을 보여주려고 하는 공간은 지양하고 있어요. 로컬에 전시공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동시에 사라지는 걸 많이 봤어요. 그건  기존에 계속하는 예술가들에게 굉장히 힘 빠지는 일이거든요.  조금 더 고민해서 공간을 꾸리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정지원 (노사이드랩 대표)
이 정도로 비관적일 줄은 몰랐어요. (웃음)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해나가는 청년이 꾸준히 주목받기는 어렵거든요.  로컬문화를 지켜주려는 분들을 어떻게 더 잘 응원할 수 있을까?고민하게 되네요. 비관적이라고 표현하셨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성욱 님, 그리고 로컬 안에서 지속가능성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승현 님 두 분에게 응원 보냅니다. 




# 질의응답 
질문 1
행궁동 놀러왔다가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도서관이 나왔을까요? 도서관은 한 장소에서 책과 함께 하는 활동을 하잖아요. 거점 지역이 아닌데 다른 지역에 오면서까지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 신도시양조회가 운영하는 펍과 만나게 되었을까?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느티나무도서관의 이 활동을 두 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지원 (노사이드랩 대표)
옆에 전시된 컬렉션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세요? 느티나무도서관 사서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문을 닫고 수서회의를 해요.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고르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컬렉션이 아주 많이 쌓였습니다. 이 컬렉션을 어떻게 사람들과 나눌까 고민하다가 컬렉션 버스킹을 시작했습니다. 도서관 문화를 전국에 확산시키고자 하는 도서문화재단씨앗에서 컬렉션 버스킹의 형태로 조금 더 많은 지역에 알리고 시민들이 영감을 받으면 좋겠다며 후원을 해주셨고요. 이 모든 일이 가능한 이유는 도서문화재단씨앗의 후원 덕이죠. (박수!) 

공간에 컬렉션이 잘 전달되도록 꾸미는 일은 노사이드랩이 합니다. 컬렉션 버스킹의 취지를 공감하는 공간 파트너를 만나야 하는데, 이번 전시는 박승현 대표님과의 저의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됐어요.제가 박승현 대표가 처음 공간을 꾸렸을 때부터 그 공간에 자주 놀러갔거든요. 솔직한 답변입니다. 새로 열리는 펍에 전시 포스터를 도배할 수 있게 파격적으로 공간을 내어준 신도시양조회 측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참고로, 느티나무도서관은내년에 20주년을 맞이하는 사립도서관입니다. 20년을 어떻게 해왔느냐는 1박 2일 얘기해도 모자라요. 추후에 관장님, 사서님과 대화해보면 좋겠습니다.


박승현(신도시양조회 대표)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느껴요. 숙련된 노동자여도 완전히 새로 일을 배워야 하기도 하고, 경제의 가치가 많이 달라지기도 하고. 하나씩 바뀐다는 것을 늘 체감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달라지는 세상에 조금은 고통 받고 있기도 해요. 하지만 변화는 꼭 해야할 것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관은 한 군데에 박혀져 있는 것 같은 공공재의 역할이라는 모습을 깬 것 같아요. 도서관이 밖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일상에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느티나무도서관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장성욱(공간 형 대표) 
전시 공간에 사람이 들어가면, 머무르지 않고 잠깐 스쳐 지나가더라도 안에 있는 것들을 보게 돼요. 컬렉션 버스킹은 사서들이 꾸려놓은 시퀀스를 가져가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아닐까요?


질문2 
역사를 전공했고, 화성행궁의 역사와 문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게 묻고 싶은데, 용인 지역의 문화유산이나 역사를 지역 주민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혹은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차경 (느티나무도서관 사서)
올해가 3·1운동 백주년입니다. 용인에 머내라는 지역이 있어요. 이 지역이 백 년 전에 어땠는지 지리를 연구하는 모임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이 역사를 파고들다가, 백 년 전 머내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됐어요. 마을 사람들이 행적을 찾아낸 덕에 올해 3·1절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지금 느티나무도서관 터에서 백 년 전에 농사를 짓던 한 농부도 만세운동을 함께 했었던 거예요. 올해 3월에 백 년 전 느티나무도서관의 터에서 만세운동을 했던 농부, 그리고 그 기록을 찾아낸 후손들을 도서관에서 기념하면서 도서관 앞에 기념패를 세우기도 했어요. 이런 활동을 하며 기록으로 남기고, <3.1 운동 국민의 탄생>이라는 컬렉션에 자료가 포함되기도 했죠. 도서관에 오면 백 년 전 용인의 지도 전광판을 마련해두기도 했으니, 도서관에 꼭 놀러와주세요.



박영숙(느티나무도서관 관장)

이런 공간을 보면서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거예요. 사람들이 내 삶에 한 자락 엮어 있는 공간, 가치에 대한 요구를 가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기계가 금방 대체할 수 없는 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작은 관계에서 이야기와 시간과 경험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성욱 님에게 질문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활동은 하지만 콘텐츠는 지양한다고 하셨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창작물로서의 콘텐츠가 아니라 동네의 혹은 이웃으로 사는 사람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삶 안에서 맞닥뜨리는 질문들, 그걸 가지고 컬렉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이 콘텐츠가 된다면 로컬리티와 콘텐츠가 충돌하는 것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생각이 있으실지도 모르니 말씀을 듣고 싶고, 두 분에게 엄청난 응원을 드립니다.


장성욱(공간 형 대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공간이 어느 정도 다져지고 기운을 받게 되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그것이 공간을 유지시키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그런 일들이 조화를 이루며 다져나간다면 좋겠지만, 콘텐츠만에 집중해 무리하게 되는 일이 많아 지양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응원의 한 마디
밤을 새서 이야기 해도 모자랄 것 같아요. "나랑 똑같아! 내 얘긴데!" 하면서 너무 신났어요. 무서울 정도로 비슷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에 있으니 신기하네요.  우리를 이렇게 모이게 하는 힘은 뭘까요? 보이지 않는 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와이파이나 LTE같이 우리를 연결해주는 것.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잡고 있는 마음 아닐까요? 그 마음을 가지고 연결돼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 활동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멀리서, 가까이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열기와 공감으로 가득찬 저녁이었습니다. 바쁜 
월요일 저녁, 시간 내어 방문해주신 분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 두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고마움과 응원을 전합니다.
현장에서 나눈 자세한 이야기와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1월 1일 발송되는 뉴스레터에 실리니, 놓치지 마세요! 


두 사람의 활동이 궁금하다면?
신도시양조회 홈페이지 http://www.newcitybrewing.com


컬렉션 버스킹 전시는 1월까지 계속 됩니다!
NWNL 전시를 응원하는 목소리에 힘입어, 신도시양조회에서의 버스킹을 1월까지 이어갑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만든 컬렉션은 1월 마지막 주까지 신도시양조회에 전시됩니다. 
혹시 날짜를 놓쳤다면, 아쉬워 말고 신도시양조회로 놀러오세요.  

전시 시간 
월-금 오후 6시부터
토-일 오후 2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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