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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회 후기] 책거리〈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3-08-23 조회수 : 3,010

3월 24일, 금요 저녁낭독회에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8월 4일! 마침내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300쪽을 읽는 데 4개월이 걸렸어요.

그동안 7명이 낭독회에 다녀갔습니다. 한 명 한 명 모두 반가웠어요. 

끝까지 완주한 사람은 2명입니다.

한국엔 책 한 권을 마치고 맛있는 걸 함께 나눠 먹는 ‘책거리’ 풍습이 있습니다. 

보통 송편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완주한 2명을 담당하는 꽈배기 님과 저, 빵 사서는 꽈배기 님의 따듯한 블루베리차를 나눠마시며 책거리 겸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제목은 

낭독회의 맛

 

 

Q. 인터뷰 닉네임을 정해봅시다. 

꽈배기) 꽈배기요. 이름에 백이 들어가니까 꽈배기.

빵) 저는 이름에 영이 들어가니까 빵으로 할게요. 

 

Q.〈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좋았던 문장을 딱 하나만 뽑자면? 

꽈배기) 너무 많아서 한 가지는 어렵고 두 가지 하고 싶은데.

빵) 한 가지만요.  

꽈배기) “다른 사람이 내게 가하는 어떠한 처벌도, 자신이 왜소해지는 것에 공모함으로써 스스로에게 가하는 처벌보다 더 클 수 없다는 것이다.” p.291 

우리가 모두 알게 모르게 자신의 원래 생각이나 뜻보다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때가 있다는 거지. 왜소해지는 것에 공모한다는 표현이 너무나 멋진 표현이에요. 

빵) 저도 형광펜을 워낙 많이 해놔서 고르기가 어려워요. 고르자면… “한 사회가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로 흘러가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차단되는 장소는 공적인 삶이 영위되는 곳들이다.” p.174

 

Q. 느티나무 낭독회에 처음 참여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알게 됐어요? 

꽈배기) 근처에 왔다가 도서관이 있다는 걸 진짜 우연히 알았어요. 들어왔을 때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줘서 인상 깊었어요. 내가 찾던 책이 자리에 없었는데 그걸 챙겨서 나중에 그 책 있다고 연락해 준 것도 고마웠고. 그때 카운터에 붙어있는 낭독회 포스터를 보고 이 책 읽어볼 만하겠다 싶어서 오게 된 거지. 

 

Q. 낭독회 첫 모임 오는 길에 어떤 기분이었어요? 

꽈배기) 기대가 많았지. 어떤 형식일까,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빵) 그런 기대를 품고 첫 모임 마쳤을 때는 어땠어요? 

꽈배기) 벌써 몇 달 전 기억이긴 하지만 좋았던 것 같아. 그냥 좋으니까 계속 나오는 거지. 이 책 자체가 워낙 좋기도 하고 읽어오지 않아도 돼서 부담감도 없고. 

 

Q. 낭독회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 1층 한복판에서 하잖아요. 도서관에서 소리 내서 책을 읽는 게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꽈배기)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항상 말하지만 1층 층고가 높아서 좋았어요. 산소가 많고 집중이 잘 돼요. 집보다 훨씬 잘 읽혀요. 

빵) 확실히 혼자 읽을 때랑 느낌이 아주 다르죠.

꽈배기) 혼자 읽을 때는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의무감이 없어서 게으름에 빠지기 쉬워. 근데 낭독회는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공적인 약속이니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금요일에 나오게 돼.

 

Q. 마침 그게 궁금했어요. 바쁜 평일을 끝내고 지치는 금요일에 우리는 거의 매주 모였잖아요. 모이게 하는 힘이 뭐였을까요? 

꽈배기) 만약에 책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굉장히 게을렀을 수도 있지. 이 책은 내가 읽어본 책 중에서, 특히 미국 사람이 쓴 책 중에서는 거의 최고라고 봐. 

빵) 그럼 꽈배기 님을 여기까지 오게 한 건 책 그 자체였다? 

꽈배기) 책 자체이기도 하고 층고가 높아서 그렇다니까~ (빵: 크게 웃음) 

빵) 저는 업무 중에 낭독회를 하는 거라서 지칠 때도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오늘은 쉬고 싶다’ 할 때도 있었는데,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좋아요. 잠시 고민으로부터 멀어져서 이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위로됐어요. 

 

Q. 300쪽을 읽으니까 더 두꺼운 책도 완주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나요?

꽈배기) 그럼요. 

 

Q. 마지막으로 내가 낭독회에 가도 될까 망설이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하자면? 

꽈배기) 망설이면 인생의 낭비다. 

 

 



금요 저녁낭독회는 8월 25일 새로운 책으로 시작합니다. 

낭독회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첫 모임에 놀러 오세요. 

함께 읽을 책은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입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느티나무도서관 1층 한복판에서 만나요~! 

> 미리 읽어 오지 않아도 됩니다. 

> 책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 도서관 한복판에 둘러앉아 소리 내 읽습니다. 

> 첫날 못 왔어도, 중간이 같이 읽기 시작해도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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