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서관’을 검색어로 넣어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유아와 함께 가기 좋은 도서관’ ‘공부하기 좋은 도서관’을 좋은 도서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책읽기 좋고 전망 좋은 도서관’에 대한 글이 등장하는 것은 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도서관 이용자에게 좋은 도서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세 살쯤 되는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는 “편한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이지요”라고 대답합니다. 아이가 크면 혼자서라도 도서관에 오시겠냐고 물었더니, 깔깔깔 웃다가 안 올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6학년 남자 아이에게 물었더니, 무조건 책이 많아야 좋은 도서관이라고 합니다. 네가 읽을 수 없거나 읽고 싶지 않은 책이 가득 찬 도서관도 좋은 도서관이냐고 되물었습니다. 그건 아니라며 재미있는 책이 많아야 좋은 도서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는 어떤 책이 재미있니?”라고 물었더니 『땡땡의 모험』 시리즈 같은 책이 재미있다고 답합니다. 두 이용자의 말을 정리하면, 좋은 도서관은 장서정책에 만전을 기하고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민감한 도서관이 되겠지요.
좋은 도서관은 특별한 도서관?
「도서관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도서관은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하고 공중에게 제공하여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시설’입니다. 도서관 관종에 대해서도 법으로 정하고 있어요. 작은도서관·장애인도서관·병원도서관·병영도서관·교도소도서관·어린이도서관 등이 공공도서관에 포함되고, 대학도서관·학교도서관·전문도서관이 있습니다. 대학 및 학교도서관, 전문도서관, 특수도서관과는 구별되는 공공도서관의 주요 기능은 무엇일까요? 지역에 기반하여 지역주민 누구에게나 정보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다른 관종과 구별되는 점일 것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 ‘이색도서관 탐방’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옥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청소년 이용자에게 최적화되었거나 시집만을 수서하는 도서관 등이 소개되었어요. 그렇다면 특별한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일까요? 사실 모든 도서관은 특별하지요. 공공도서관은 특정 지역과 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지역의 특성은 모두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공공도서관은 특별해야만 도서관의 고유 기능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특별해도 도서관이어야 합니다. 어떤 활동을 하든, 정보와 자료를 매개로 하는 것이 도서관이지요. 도서관의 기본을 하되 그 지역의 특성과 이용자의 요구에 맞는 특별함을 갖춰야 합니다. 장소·공간구성, 장서정책, 정보서비스의 세 가지 기준에서 특화시킬 수 있겠지요. 주어진 여건, 인력 구성, 재정 상황에 맞추어 무엇을 특화할 것인지 결정해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서 발표한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4~2018)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공공도서관 272개관을 추가하여 2018년에는 1,100개관으로 확충된다고 합니다. 작은도서관을 포함해서 당분간은 공공도서관이 양적으로는 팽창하게 되겠지요.
이런 여건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용자의 입장에서 우리 도서관에 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북카페처럼 상업공간이면서도 문화적인 공간이 많아졌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 쾌적하고 기능적인 공간 배치, 안목 있는 컬렉션 등으로 이용자들의 눈은 높아져 있습니다. 게다가 카페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서비스를 받으면 이용자들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좋은 도서관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작은도서관을 내실있게 운영하려면
파주시 작은도서관 평가기준을 참조하여 작은도서관을 내실있게 운영하려면 어떤 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왜 도서관을 운영하려고 하느냐 입니다. 도서관은 개인이 운영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서관을 개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하려는 것이 정말 도서관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도서관서비스가 다른 활동의 수단이라면 도서관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도서관운영의 목적은 정보이용, 문화향유, 평생교육 증진인데 우리가 지역의 정보서비스 거점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또한 도서관의 설립 목적이 무엇인가? 명칭은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특정 이용자만 이용하지는 않은가? 잠재이용자를 고려하는가? 운영목적과 방침이 도서관 철학과 사명에 맞는가? 이런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도서관의 공간입니다. 도서관의 공간은 그 자체가 문화이기도하고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주어진 공간으로 어떻게 도서관 기능을 잘 할 수 있을지, 책읽기를 유도하는 문화적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나갈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즉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세 번째, 신간구입 및 확보에 얼마나 투자하려고 하는가에 답해야 합니다. 도서관이 다른 공공시설과 다른 점은 자료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도서관운영에서는 우선적으로 자료의 성장을 계획해야 됩니다. 작은도서관의 특성상 주요 이용자가 어린이와 부모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네 번째, 운영 주체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헌신과 희생으로 무장한 몇몇 개인에게 의지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못하게 되면 도서관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그동안의 노하우도 단절될 수 있습니다. 도서관운영은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활동할 운영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직원 확보가 어렵다면 자원활동가를 어떻게 구성하고 교육할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자원활동가 교육에서는 조직경영, 업무교육, 도서관철학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운영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자금 확보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야, 살아남기 위한 특화 작업도 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실제로 도서관이 잘 이용되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잠재이용자를 꾸준히 늘려 가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잠재이용자를 도서관에 오게 하는 방법을 기획하려면 목적의식이 있어야 됩니다. 도서관에서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주민들은 아직 작은도서관이 뭐하는 곳인지, 도서관에 가면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지, 어떤 서비스와 활동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관심도 적습니다. 아는 사람들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면 한계에 부딪히게 되지요. 홍보를 도서관운영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도서관문화를 만드는 도서관
좋은 도서관은 도서관의 기본을 고민하는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은 정보와 자료를 매개로 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공공시설입니다. 좋은 도서관은 도서관의 고유 기능을 잘 하기 위해 정보와 자료의 수집과 활용에 주력하는 도서관이며, 지역 특성과 이용자의 요구에 맞는 특별함으로 새로운 도서관문화를 만들어가는 도서관입니다.
노영주_느티나무도서관재단 연구교류담당 상임이사 / 2014-05-01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