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
매드 사이언스 북: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실험 111
레토 슈나이더 지음 / 이정모 옮김 / 뿌리와이파리
책을 읽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재미난 책을 발견해 냈을 때이다. 그런 책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이 책이 그런 책 중의 하나였는데, 발견이 늦었다.
『매드 사이언스 북』 초판일은 2008년이다. 뒤늦게나마 보물을 발견한 것에 위안을 얻는다. 벌써 6쇄 인 것을 보면 ‘과학’ 이라는 타이틀을 단 책 치고는 꽤 많이 팔린 듯 하다. 『매드 사이언스 북』은 ‘과학책’이다. 하지만 ‘과학’ 이 가진 묵직함을 상쇄하는 황당하고, 웃기고, 어이없고, 기상천외한 111가지의 실험들로 가득하다.
강아지를 96시간 동안 잠을 안 재우면 어떻게 될까?, 단두대에서 잘린 머리는 얼마 동안 살아있을까? 감기는 추위 때문일까, 바이러스 때문일까, 감기라는 이름 때문일까, 정말,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가 아는 사이일까? 침팬지와 아이를 함께 기르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지만, 미처 또는 차마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을 실험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실험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황당하거나, 어이없거나, 웃기지만, 실험에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진지하기가 이를 데 없다.
찰스 다윈이 지렁이의 청각을 실험하기 위해, 지렁이 얼굴에 대고 ‘파곳(목관 악기, 바순)’을 불어주며 반응을 살피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피식 튀어나왔고, 황열병이 전염병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황열환자의 토사물을 직접 먹어보고, 피부에 이식해 보고, 혈액에 투여해보는 장면에서는 그 무모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한편으론 어쩌면 인류의 발전은 일상생활에서의 단순한 ‘호기심’을 실험으로 증명하려는 과학자들의 이런 어이없는 실험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쪽에 대단한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에피소드별로 읽고 싶은 부분을 읽어도 좋지만, 연대순으로 배열 되어있으니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14세기부터 21세기 초반의 실험들이 연대기 순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과학자들이 시대별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실험에 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보서비스팀장 현나라)
엉뚱발랄 연애 잡학사전/ 구기 라나이 (전나무숲)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A.J 제이콥스 (살림)
글. 안정희 |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통섭의 책 읽기, 경계를 허무는 도서관> 저자
[매드 사이언스 북]은 한마디로 세상과 인생의 비밀을 탐구하고자 열정과 광기로 실험에 임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 주제로 함께 읽으면 좋을 책 2권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책은 '연애와 인간관계'에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과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소에 궁금해하지만 '왜 그렇지?'라는 물음으로만 그치는 질문들을 모아 직접 인간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책입니다. '왜 나와 같은 냄새를 풍기는 남자에게 끌릴까?' , ' 남자의 목소리 특히 섹시한 목소리에 약할까?'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결점이 보이지 않는 걸까?' 등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두번째 책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기'실험에 온 몸을 던지는 많이 이상한 남자의 실험보고서입니다. 부제가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실험' 이니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이 예상되시죠?
저자는 실제 자신의 모습은 그렇지 않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성인척 해보기, 악수대신 절을 하면서 워싱턴에서 생활하기, 등의 주제를 정한 후 일정기간 동안 자신이 직접 그렇게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앞서 1년 동안 미친척하고 성경말씀대로 살아본 후 그 경험을 책으로 쓴 바 있습니다. 제이 콥스는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비합리성, 편견, 근원적 호기심, 욕망 등의 인간 본성을 파헤치고자 자신이 직접 실험대상자가 되어 생활을 하고 그 변화를 솔직하게 써 왔습니다. 세상과 인생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본인보다 더 좋은 실험대상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세상이 보다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삶을 먼저 똑바로 응시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의식하지 못했던 일들을 의식적으로 행했을 때 나의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을 했는데요, 이렇게 용감하게 정면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간접적으로나마 타인의 삶을 참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