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주제 '어디에 사는가'는 '어떻게 사느냐'이다
글 안정희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저자
6월달 화요북클럽에서 함께 읽는 책은 산세이의 [여기에서 사는 즐거움]입니다. 산세이는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나이 마흔 즈음에 일본 남쪽 작은 섬 야쿠로 이주했습니다. 버려진 마을을 다시 세우고 수렵 채집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현대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생각은 '지구크기로' 행동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라는 삶의 지침을 세웠습니다.
본문 편에 들어가기 전에 감상할 '책 읽는 그림'의 작가 존 윈치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입니다. 책 읽는 모습을 그린 화가는 많습니다만 이번 산세이의 책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함께 읽기 전에 존 윈치의 작품을 함께 보자는 데에는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작품의 대상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작품의 주요 주제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화가 존 윈치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1975년에 부인 메들린과 함께 그리스 에게해 파로스섬에 있는 300년이 넘은 회반죽을 바른 오두막을 물려받았습니다. 수도도 없고 다만 산 정상에 우물하나가 있을 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있는 것을 최대한 아껴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들의 오두막은 에게해의 깊고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 자락 포도밭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화가는 집으로부터 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업실을 매일 걸어다녔습니다. 해가 지면 그리스의 아니스 열매로 담근 술 우조(ouzo)를 마시며 하루를 마감했다고 합니다. 신화를 특히 좋아해서 그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 설명 : 그리스신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림들]
그림, 드로잉, ,판화,도자기,조각, 삽화작업에 신화적 이미지가 풍부한 까닭입니다. 인생 후반기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 웨일스 시골에 정착을 했고 2007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어린이그림책 8권에 그림을 그렸으며 술만,위니,도벨 수상자 최종후보자, 뉴잉글랜드아트뮤지엄화가상, 2000케둠바상을 수상했습니다. 케둠바상을 수상한 작품은 그 특이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설명 ; 2000년 케둠바 (Kedumba) 드로잉 수상작품]
그의 그림 중에서 '책 읽는 그림'을 감상해볼까요.
어느 도시에 책 읽기를 몹시 좋아하는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도시가 점점 소란스워지고 복잡해지자 시골로 이사를 갔는데요, 정작 책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시골에는 할 일이 아주 많았거든요. 봄에는 엄마 잃은 아기염소에게 젖을 먹이느라, 여름에는 과일을 따느라, 가을에는 겨울을 대비해 과일잼을 만들어야했지요.
겨울이 되어서야 모든 것이 평화롭고 조용해졌습니다. 할머니가 책을 읽다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미소짓는 모습이 참 편안해보입니다.
그의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그림은 책읽기란 무엇인지 생각토록 합니다. 책읽기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필요한 내용을 찾아 읽는 '읽기'입니다. 과일잼을 만드는 법을 알기위해, 어린 염소에게 젖을 주고자, 더운 여름 동물들에게 줄 물을 구하고자 우물을 팔 때, 추운 겨울날 옷을 짜기 위해 책을 펼쳐 도움을 받습니다. 폭염을 피해 강물을 건너는 할머니 품에 온갖 동물들과 책이 꽉 안겨있는 장면은 우리는 언제 책을 읽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준다하겠습니다. 겨우내 먹을 식량이 준비되어 있고 동물들도 할머니네 집에서 추위를 피하고 마당에서 할 일이 없어지자 자신을 위한 책 읽기에 돌입합니다.
야마오 산세이와 존 윈치 두 사람은 모두 시골이라 부르기도 어려울 만큼 전기, 수도시설 등 현대문명과는 완전히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들이 주거지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삶과 관계가 있었습니다. 이제 [여기에 사는 즐거움]책을 함께 읽으며 그들이 어떻게 살고자 했는지 이야기를 나눌 차례입니다.
화요북클럽 6월에 함께 읽는 책은 야마오 산세이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입니다. 6월 17일 저녁 7시 느티나무도서관 3층 세미나실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