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주성철 기자의 영화감상법 /주성철 지음 (소울메이트)
이 책은 초창기영화부터 최근 개봉작까지, 전 시대에 걸친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감독, 배우, 영화 트렌드, 영화역사 상 한 획을 그은 작품 등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주목해야 하는 감독과 배우, 꼭 봐야할 B무비, 읽어야 할 영화 관련서적, 마음을 치유해주는 영화등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작가는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류승완, 밥 포시, 빔 벤더스, 펑샤오강, 댄 브레들리 감독에 대해서 하나하나 분석했으며, 배우로는 송강호, 하정우, 양조위, 공리, 스칼렛
요한슨, 와카오 아야코, 톰 크루즈, 조니 뎁, 짐 캐리, 조셉 고든 레빗, 틸다 스윈튼 등을 언급했다.
작가가 강력 추천하는 좋은 영화로는 왕가위의 모든 영화, 빔 벤더스의 모든 영화들이다. 그들이 감독으로서 걸어온 작품의 궤적은 시대의 변화, 그리고 감성의 변화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번째 방법은 좋아하는 영화를 2번, 3번, 보는 것이고, 두번째 방법은 그 영화에 대한 평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방법은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라고 말한 프랑스 누벨바그의 선구자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말처럼 우리가 영화평을 쓰고 영화 창작을 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감상법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영화와 좀 더 가까워지고 편하게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15년간 영화기자로 일하면서 알게 된, 영화감상 시 알아두어야 할 모든 것들을 망라한 주성철 기자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영화들을 다 보려면 적잖은 시간이 들겠지만,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영화를 선택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분야가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도서관운영지원팀장 이영방)
함께 보는 영화 원작이 있는 영화보기
글 : 안정희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저자
[리스본행 야간열차]빌 어거스트 감독/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주연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플렉스 할그렌 감독/로버트 구스타프슨
이 소설이 멜로물인지 모르고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연구를 하며,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사는 그레고리우스, 그의 일상은 활기도 없고 어제가 오늘 같고 도무지 재미가 없습니다. 학문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강의를 충실하게 하지만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학교,집, 책방 이외에는 달리 가는 곳도 없었습니다. 종이위에 의식을 붙잡아 놓을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다만 마른 종이처럼 버석거릴 뿐 '살아 있다'라 말하기 어려운 인물, 그레고리우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다리위에서 죽으려던 여자를 구해주었지만 그녀는 돌연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녀가 남기고 간 두가지, 생경한 말 '포르투갈'어와 책 속의 '리스본행야간열차' 티켓은 바짝 말라 고문서 같았던 그레고리우스의 영혼에 불을 지르고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지금껏 타고 달리는 기차에서 완전히 다른 기차로 인생을 갈아타버린 그레고리우스, 그는 과연 어디로 갈까요?
빌 어거스트 감독은 이 소설을 멜로와 추리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개봉 10일만에 3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소설은 그래서 참 좋습니다. 같은 작품을 읽어도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제2창작물이 나오니 말입니다. 전 이 책을 인간이 왜 읽고 쓰는가? 왜 기록을 남기는가? 사람이 떠날 때 있었던 곳에는 무엇을 남기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읽었거든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소설과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등장인물 또한 영화와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같은 인물과 이야기가 다른 버전으로 펼쳐지는 원작이 있는 영화보기!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는 재미, 원작을 읽은 후 영화를 보며 다른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 둘다 좋겠습니다. 영화를 보며 엉뚱한 상상을 하는 재미까지 곁들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한국여인이 유럽의 어느 거리에서 죽으려는데 한국학교수가 우연히 발견하고 목숨을 구해주는거죠. 그래서 여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을 남기고 돌연 사라져버립니다. 교수는 그녀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거지요.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오게 된 한국학교수는 ...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유럽의 어느 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사람들은 다시 그 영화를 보고 서울행 야간열차를 타고 오고...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요? 한국의 젊은 작가분 지금 이런 소설쓰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시사회에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댓글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리스본행야간열차'에 등장하는 리스본이 너무 아름다워 가고 싶어졌다.' 화면에 뜨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제레미 아이언스와 분위기 있는 도시 리스본까지, 이러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매진되겠습니다.
이 또한 소설을 먼저 읽었습니다. 영화는 아직이구요. 요나스 요나손이 썼습니다. 스웨덴 900만 인구 중에 100만이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합니다. 저도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로 보다가 너무 웃겨서 바로 구매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그냥 막 웃깁니다. 요양원에 살고 있던 100세를 맞은 노인이 생일잔치에 참여하기 싫어 창문넘어 도망을 칩니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려고 티켓을 구매하다 청년의 트렁크를 훔칩니다. 트렁크를 보더니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인냥 끌고는 버스에 오릅니다. 기사의 도움으로 겨우 트렁크를 버스에 올린 후 자리를 잡아 앉은 다음, '왜 내가 남의 가방을 훔쳤지?'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이 그 속에 돈다발이 있었고 주인은 갱단의 두목이었지요. 얼토당토 않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집니다. 알고보니 이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죽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100세에 벌린 남의 가방 훔치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20대에는 폭탄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이웃 식료품 가게 주인이 사망하고 그 결과 본인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생체실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놈의 폭탄 때문에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0대에는 또 그 폭탄 실험때문에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게 되었다가 파시스트의 목숨을 얼떨결에 구해 영웅이 되었습니다. 40대에는 원자폭탄의 결함을 발견하고 사건을 해결, 제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50대에는 미국 스파이로 활동하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도록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현대 100년의 역사 속 주요 사건에 핵심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100세 생일 때 우연히 별 생각없이 훔친 돈 가방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주인에게 돌아갈리 만무합니다. 다 이야기하면 영화를 보러 가실 분들이 재미없을 수 있으니 이 즈음에서 그만해야겠습니다. 다만 100세를 기념할 만한 빅 이벤트라는 것만 살짝 말씀 드립니다. 주말 가족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세계 현대사 100년을 훑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