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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예비사서, 컬렉션을 말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2-10-19 조회수 : 5,961

F5 :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사회를 담는 컬렉션에 대한 예비사서들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F5 :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입니다. ‘세상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내가 들어갈 집은 없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 된 컬렉션이라고 하는데요. 재산으로서의 집, 계급으로서의 집,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집 등. 주거 문제를 다양하게 다루는 컬렉션이라고 합니다. 그럼 솔직하고 때로는 진중하며 종잡을 수 없는 예비사서들의 대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Q1. 여러분의 집의 역사가 듣고 싶어요 어떤 집에서 머무르셨나요?

지연) 다들 이사를 자주 가는 편이었나요?

다현) 동네에서 동네로 두 번 이사를 해봤어요. 

희연) 저도 두 번이요. 어렸을 때 한 집에서 오래 살아서 스무 살이 지나서야 이사를 처음 경험했어요.

지연) 이사 경험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에 비해서는 많은 편 같아요. 네 번 정도? 마지막으로 이사간 동네는 농어촌으로 분류되는 지역이었어요.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농어촌 특별 전형이 있어서 대학교 입시에 유리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자녀 입시 때문에 지역으로 이사 오는게 유행이었어요. 저희는 부모님 직장 때문에 온 케이스지만 학교 몇몇 친구들은 농어촌 특별전형 때문에 이사 오기도 했어요. 그래서 집이 갖는 의미가 주거 하나만 있지는 않다는 걸 학생 때 느낀 것 같아요. 

다현) 그런게 기억에 남았군요. 저는 ‘집’ 하면 가구가 갖는 의미도 크다고 생각해요. 이사하기 전 풍경을 여러분은 보셨나요? 장판도 없고, 페인트 칠도 되어 있지 않은 집을요. 골자만 갖춰진 게 너무 휑해서 마치 창고 같더라고요. 그래서 집이라는 건 생활의 흔적이 묻어 있고, 좋아하는 가구와 추억이 채워진 곳이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희연)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도 집에 대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반려 강아지와 함께 살잖아요. 그런데 한 7~8년을 살다가 다른집으로 이사를 갔을 때 강아지들이 되게 힘들어 했어요. 낯설어서 그런지 가족이 없으면 계속 울고, 불안해했어요. 사람은 이사 할 때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인지를 하잖아요. 이사 갈 집도 둘러보고요. 그런데 반려 동물에겐 그런 기회가 없잖아요. 새로운 보금자리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되게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연) 그러게요. 반려동물에겐 이사 자체가 갑작스러운 변화이자 불안일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사람은 인지는 하지만 변화에 대한 공포심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학생 때는 동네라는게 되게 중요했잖아요. 친구들과의 연결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부모님 결정에 따라 이사 해야 할 때면 변화에 대한 공포가 컸어요. 친구들과의 연결이 느슨해질까봐요.

다현) 지금 사는 집 대부분이 부모님이 결정한 것 같아요. 동네 위치, 계약, 세금 등 집에 대한 모든 건 자녀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당연히 지금 사는 곳은 부모님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지연) 부모님은 뭔들 돈과 관련된 건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죠. 너네는 그런거 몰라도 된다고 하거나, 나중에 커서 배우라고 하는데. 배울 기회가 어딨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뭔가를 급급하게 해갈 뿐이잖아요. 

다현) 그래서 독립할 순간이 막막해요. 계약도 혼자 해야 되고, 집도 내가 구하러 다녀야 될 텐데 아는 게 있어야 뭔가를 선택하죠. 막연하게 두렵기만 해요.

희연) 저는 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부모님께 많이 공유 받은 편임에도 집에 대한 책임에서는 약간 빗겨 나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Q2.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연) 책임의 큰 부분이요. 독립하고 공과금 고지서를 무시하면 연체료가 생긴다는 걸 알았어요. 납부해야될게 있으니까 긴장과 책임 비스무리한 감정이 강해졌어요. 또 장도 봐야하고, 계절에 맞게 이부자리도 바꿔야 해요. 살림을 책임져야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생긴 것 같아요. 전부터 성인이긴했지만 집을 나온 뒤로 더 성인이 된 기분이에요.

다현) 원래 독립하면 책임도 늘고, 성장 한다고 하잖아요.

희연) 그런데 지연님이랑 다현님은 기숙사 생활을 오래 했잖아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기숙사와 집의 차이는 뭔가요?

지연) 우선 기숙사는 관리해주는 분이 계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어요. 자취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다현) 반대로 전 구분하지 못하겠어요. 자취 했을 때처럼 기숙사 살았을 때도 모든 관리를 학생들이 맡아 했거든요. 사생회를 만들어 회의를 열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연님의 ‘집은 책임의 큰 부분이다’란 말에 공감해요. 

희연) 저는 집이 편하게 쉬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집에서 가족들이랑 있을 때 어떤 얘기를 해도 되잖아요. 속마음 얘기든 뭐든. 저한테는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집이에요. 그런데 기숙사에서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한 학기 정도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요. 함께 사는 사람들이 남이라는 생각이 너무 컸어요. ‘생활 패턴도 같이 사는데 중요하구나. 집이란 공간은 절대 불편함이 있어서는 안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지연) 고향이 지방이다 보니 앞으로 쭉 이렇게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자취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수도권은 언젠가 살다가 떠날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주거가 안정되지 않은 느낌이 커요. 계약은 했지만 언제 월세가 오를지 모르고, 방을 빼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고요. 그래서 집은 불안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Q3. 여러분은 어떤 컬렉션 자료를 살펴보셨나요?

지연)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한국여성민우회(후마니타스)를 살펴봤어요. 컬렉션 제목이 된 핵심자료인데요. 정말 사회초년생들이 봐야 되는 집과 계약에 대한 모든 실용정보가 담겨 있는 책이었어요. 

다현) 보니까 빚을 얼마나 내야하는지까지 나와있네요.

지연) 맞아요. 버는 수입에서 얼만큼 빚을 져야 무리 없이 집을 살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또 집을 왜 구해야 하는지, 왜 주거문제가 불평등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는게 좋더라고요. 

 

「언제 밥줄이 끊길지 모르는 비정규직과 그 밥줄을 쥐고 있는 사용자의 관계는 노동조건의 악화를 비롯한 갖가지 불평등과 불안을 낳는다. 지금 떠돌이 세입자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단지 2년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내 임금 낮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월세 때문에 관리비를 부당하게 거둬 가도, 사생활을 침해해도 신소리 한 번 못하는 것이 지금의 세입자들이다.」 P.12『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여성민우회(후마니타스)

 

지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집이 반지하나 옥탑방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 역시 옥탑방에 살고 있거든요. 집을 개조해서 교묘하게 옥탑 아닌 옥탑에 살고 있긴 한데,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요. 책을 보면서 비단 한 두 명만 이런 집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들이 공통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다현) 지연님 자료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확대한게 제가 살펴본 『청년, 난민되다』미스핏츠(코난북스)인 것 같아요. 이 책은 한국 청년들이 집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파헤치고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을 다니며 취재한 기록이에요. 책에선 청년 주거 문제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해요. 지금 청년이 ‘다음 세대로 이행할 기회를 주는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게 인상 깊었어요.

희연) 두 분 모두 사회과학서를 읽으셨군요. 저는 소설책을 읽었어요. 『세대주 오영선』최양선(사계절)인데요. ‘집주인이 착했다. 몇 년간 살면서 월세를 딱 두 번 밖에 올리지 않았다’라는 말을 봤어요. 저는 월세나 전세를 다 경험해서 그런지 이 문구가 와닿았어요. 딱 두 번만 월세를 올린거면 착한 주인 맞거든요. 그래서 소설이 소설로 읽히지 않았어요. 

지연) 생생해서 논픽션 같았군요. 

희연) 맞아요. 또 주인공 회사 선배는 임신을 했는데 이런식으로 말해요. ‘둘째는 고민이 많았는데 점수를 높이려고 가졌어.’ 여기서 점수는 아파트 분양 받을 때 주는 그 점수를 의미해요. 지연님이 농어촌 전형 때문에 이사 가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해줬잖아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인물이 생각났어요. 어떤 조건 때문에 집을 사고, 집을 위한 조건 때문에 아이를 가진다는 건 집이 공간 이상을 의미한다는 거잖아요. 경쟁을 부추기고, 사람을 나누고. 책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집 장만은 필수’라고 해요. 정말 집이라는게 보금자리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지연) 그러게요. 이제 집은 완전히 자산이 된 것 같아요. 희연님이 말한 경쟁을 부추기는 집이라는 게 와닿아요. 

희연) 기사를 보면 주택 소유를 늘리는 것보다 시급한게 주거권 보장이라고 해요.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는 건 집을 소유하든, 소유하지 않든 누구나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원하는 기간 동안 안전한 집에서 거주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만약 주거권이 보장된다면 부동산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제잖아요. 사람들의 투기적 욕망과 정치인들의 이해득실로 각축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정성철 칼럼] 주택 소유 늘리는 것보다 시급한 주거권 보장 | 민중의 소리)

다현) 사람이 안전하게 살기 위해선 최소한 의식주가 충족 돼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삶에 필요한 조건을 놓고 경쟁을 하고 욕심을 부리는 것 자체가 사람을 참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안전이 위협받는 거니까요.

희연) 생각해보면 집을 두고 만들어진 신조어에 차별적인 말이 참 많아요. 똑같이 시멘트 발라서 만들고, 에어컨 달아서 나오는 신축 건물인데도 특정 아파트, 일부 계약 형태를 비꼬는 말이 있잖아요. 

지연) 엘사(LH 사는 애),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이런 말들 말하는 거지요?

희연) 맞아요.

다현) 반대로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SNS 프로필에 아파트 명을 써놓는게 유행이란 기사를 봤어요. 프로필은 나를 설명하는 수단이잖아요. 거기에 아파트명을 쓴다는게 참 아이러니 했어요. 그걸로 설명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요즘세대의 SNS 자기소개법... '한남더힐 OOO' | 이데일리)

희연) 드라마 중에 엉클이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교육과 주거 문제에 대해 되게 잘 다룬 작품이라 생각하는데요. 주인공 아이가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요. 이런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진 걸 보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구나를 느껴요. 

지연) 동네라는 게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요즘 아파트 단지는 입주자만 이용할 수 있잖아요. 상가, 놀이터 등 점점 공동 생활 지역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다현) 공감해요. 저희 맞은편 아파트도 최근 입주민만 다닐 수 있는 문을 만들었어요. 여러 문제가 있어서 입주자 전용 문을 만든 거겠지만, 가까운 상가를 가려면 이제 이 아파트를 돌아서 가야 해요. 상가로 가는 길이 아파트 때문에 막혀버렸거든요. 이런걸 볼 때면 서로 봐줄 수 있는 부분까지 너무 폐쇄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혹은 너무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지연) 최근 아파트 놀이터를 이용하려면 관리사무소에서 인식표를 받아야 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런데 외부 이용자의 경우 입주민 친인척과 친구 그것도 초등학생 이하로만 인식표를 발급해 준대요. 원래 놀이터라는 데가 친구를 사귀는 장이고, 열린 공간이잖아요. 기사를 보곤 참 답답하고 화났어요. 어느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어린이들을 신고 했대요. 놀이터는 아파트 입주민의 고유 공간인데 외부 어린이들이 주거침임을 했다고. 도둑이라고까지 했대요. (“남의 놀이터 오면 도둑” 인식표 도입까지···아이들이 무슨 죄? | 서울신문)

다현) 이렇게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더 적어질 것 같아요. 우물안의 개구리. 정말 그것 밖에 되지 못할 것 같네요. 신분을 나누고, 구역을 나눠서 살았던 과거랑 지금이 뭐가 다른가요. 

Q4.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꿈꾸는 집은 어떤 집인가요?

지연) 솔직히 꿈 꿀 수 없는 시대인 것 같아요. 집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 우울해요. 서울 외곽, 조용하고 안락하며 강아지가 마당에서 뛰어노는 단독 주택. 다들 이런 걸 꿈꾸지만 현실적으론 옥탑방과 반지하 둘 중 하나를 고르고 있잖아요.

희연) 맞아요. 현실적으로 내가 원하는 집에 들어가기는 힘들죠. 또 꿈에 그리는 집을 구했다고 해도 그걸로 끝나지 않잖아요. 그 안에 가구를 채우고, 가전을 들이는 것도 집 꾸리기에 일부니까요. 집을 사는데 들이는 돈이 얼마나 거대한지 암담하네요.

지연) 육포를 넘어서 N포 세대라고 하잖아요. 포기하는 것 중 하나가 대표적으로 집이기도 하고요. 지금부터 100만원씩 적금한다 해도 10년을 모아야 1억 2천이에요. 그런데 10년 뒤에 집값은 지금과 다르게 더 뛰어있겠죠? 빚 없이 집 사는 거는 우선 글렀다고 생각할게요. 이런 세상에서 꿈꾸라고 하면 위선이에요. (웃음)

다현)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위선이지만 우린 모두 가진 게 없잖아요. (웃음) 그러니까 터무니 없는 이야기도 해봐요. 저는 지연님이 말한 그런 단독주택에서 사는 게 진짜 꿈이거든요. 거기다 텃밭도 꾸려서 조용하고 안락하게 살고 싶어요. 

(다현이 꿈꾸는 집)

지연) 음, 돌이켜보면 셰어하우스를 꿈꿨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방 세 개 거실 하나 있는 집을 구해서 같이 살자고 자주 이야기 했거든요. 

희연) 저도 친구들이랑 한 건물에 사는게 꿈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각자 월세를 감당하면서, 부담없이 한 건물에서 살 수 있을까? 돈벌이는 또 친구들과 비슷할까?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끼어들어서 접었지만요. 그럼에도 소소한 꿈을 꾸자면 가족이나 친구 가까이에서 살고 싶어요. 

(희연이 꿈꾸는 집)

지연) 분명 앞으로 내 집 구하기는 글렀다란 생각이 더 많이 들겠죠?

다현) 그러지 않을까요? 사회 초초초초년생인데도 내 집 장만이 꿈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지연) 그러면 다양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도심형 주거 공동체라던지 청년 주거 공간이라던지. 꼭 내 집이 아니어도 되니까 안전이 보장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연이 꿈꾸는 집)

다현) 분명히 생각하고, 바라다 보면 비슷한 모습으로 나아 갈 거예요. 꿈꾸는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그 언저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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