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를 낳아 길러보기 전에는... 어디를 가든,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세상에서 아이들을 제일 좋아한다'라고 공언했었습니다. 세상에서 아이들만큼 예쁘고 사랑스럽고 근심을 잊게 해 주는 존재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최근 공부한 내용을 생각해보니...아마도 저도 '동심천사주의'와 '짝짜꿍동요'의 전형적인 답습자가 아닌가!하는 슬픈 깨달음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실은 기쁨보다는 어려움이, 충만감보다는 상실감이, 대견함보다는 실망이...결코 적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쉬를 가리기 시작하는 둘째가 요며칠 말도 않고 계속 바지를 적시기를 하루에도 열번은 기본으로 넘는 걸 보면서...몇 번은 참지 못하고 그냥 소리를 질러버립니다. 그러다 돌아서서 괜히 슬퍼져서 눈물짓고...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웃고 달겨들면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꽉 안아주고 싶고...그저 행복하다는 착각(?)으로 해피엔딩...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의 제가. 아이를 낳아 길러보고서야 엄마를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아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충분히 실망도 느껴보고서야 다른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다른 집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적어도 큰 차별 두지 않고 봐 지는데는 어쩔 수 없는 편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세상을 더 살고, 어려움도 훨씬 더 겪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가, 어른들이 진실한 자기들의 모습을 봐 주기만 하면...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환해지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은 엄청난 희망을 간직한 천사라 생각돼요.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사춘기, 사추기가 있다는데...서로의 인격을 아이들에게 특히, 존중해줄 마음만 있다면... 그렇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 텐데...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저도 마음의 부~자가 정말 되고 싶어요. (200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