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다시 고쳐 써본 시

작성자 : 박영숙 작성일 : 2005-03-13 조회수 : 8,468

위에 올린 시는 제가 즐겨 찾는 카페에서 <재미있지만 웃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던 글을 퍼다 놓은 것이었지요. 아들 딸 하나씩을 키우는 엄마이자 며느리이고 누구누구의 올케, 시누이인 사람의 입장에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찾아가야 할 희망을 그리며 그 시를 다시 고쳐 써보았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몸도 마음도 바쁜 우리 모든 며느님들을 위하여...! 이담에 '좋은 시어머니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에 동참할 며느님들을 위한 시.. 목욕하고 청소하고 장보기도 서두르네 우리남편 아끼시던 할아버님 제사라네 살아생전 사랑주신 할아버님 제사라네 어서어서 정성다해 음식장만 잘해야지 시동생도 시누이도 오랜만에 다올텐데 재롱둥이 조카들도 보고싶어 기다리네 아차아차 그제담근 김칫독도 열어보네 큰시누이 좋아하는 물김치도 잘익었네 나물거리 삶아놓고 전거리도 준비하네 얘어멈아 어디있냐 부추쪽파 이리내라 아버님도 심심하다 같이앉아 다듬으마 아니아니 그만두소 허리아파 어쩌시려 늙은이들 소일거리 그까지것 일아니다 안쓰러워 맘쓰시는 울어머니 고마와라 딩동딩동 우리동서 아이업고 벌써왔네 두손가득 보따리엔 무얼저리 또싸왔나 형님이건 식혜예요 적거리도 재왔어요 그냥오지 쓸데없이 애데리고 어찌했나 에미들아 쉬엄쉬엄 너무많이 장만마라 음식흔한 요즘세상 누가그리 먹는다고 동그랑땡 반죽이랑 밀가룰랑 이리내라 여기앉아 얼른빚어 계란물에 담궈주마 예에예에 걱정말고 애들이나 놀아주소 지글지글 전부치네 고소해서 침이도네 도란도란 동서간에 무슨얘기 끝도없네 남자들도 시누이도 서둘러서 일찍오네 울형수님 애쓰시네 이거뒀다 혼자드소 슬그머니 놓고가네 맛난홍시 들어있네 애비들아 서두르자 지방쓰고 제기닦자 밤도어서 찾아와라 밤치는건 남자들몫 에미들아 해도길다 이리나와 잠깐쉬자 전도탕도 다됐으니 메쌀일랑 내담그마 아범들아 너희들이 커피라도 끓여봐라 애어멈들 하루종일 기름냄새 질렸을라 과일깎고 전도쌓고 편올리고 탕올리고 그릇에만 담아놓면 남자들이 척척하네 홍동백서 좌포우혜 순서들도 잘도외네 어멈들아 어서와라 앞치마도 벗어놔라 지난한해 편했었다 조상님께 고해야지 감사하다 잘드시라 잔올리고 절올려라 배고팠던 어린조카 떡달라고 졸라대네 그래옛다 제삿밥도 손주한텐 줘도된다 하하호호 젯상앞에 웃음꽃이 펴버렸네 이제됐다 상물리고 다들앉아 음복하자 양푼하나 가져와라 나물듬뿍 기름듬뿍 시어머니 비벼주신 제사밥은 꿀맛이네 올케들은 마저먹고 애들이나 재워보소 설거지는 늦게와서 거저먹은 내가하지 갓시집간 울시누이 어쩜저리 맘도곱나 아암아암 그래야지 아범들도 서둘러라 상도접고 병풍접고 제기닦아 넣어두자 아이들은 할아버지 무릎베고 잠들었네 동서동서 서두르게 어서가서 쉬어야지 형님형님 놔두세요 제가마저 치울께요 그럼잠깐 있어보게 아침거리 싸줄테니 나물싸고 전도싸고 탕국도좀 싸줘야지 먹성좋은 울시동생 낼아침에 잘먹겠네 배웅하고 들어오니 남편벌써 이불펴네 시어머니 등떠밀며 몸살날라 어서쉬라 낼아침엔 늦잠자라 아침상은 내차리마 어깨다리 주무르는 남편손길 따뜻하네 곤히잠든 아이보며 그래이게 가족이다 사랑듬뿍 받고자라 건강하게 잘살거라 명절제사 또언젠가 다들벌써 보고싶네 (200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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