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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예비사서, 컬렉션을 말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2-12-18 조회수 : 6,016

 

컬렉션을 말하다를 마치며

사회를 담는 컬렉션에 대한 예비사서들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번엔 여태까지 다룬 컬렉션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예비사서들이 가진 도서관 철학부터 8개월간 컬렉션을 말하다 활동을 하며 생긴 비하인드까지! 속 시원하게 풀었습니다. 그럼 솔직하고 때로는 진중하며 종잡을 수 없는 예비사서들의 마지막 대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Q1. 컬렉션 말하다를 구상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연) 다현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어요. 컬렉션 말하다 활동을 총괄 하셨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구상했는지가 궁금해요. 

다현) 희연님은 유튜브로 도서관 업무나 일상을 잘 보여주고, 지연님은 인터뷰를 통해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잖아요. 저는 예비사서들의 생각이 돋보이는 연재물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솔직함과 종잡을 수 없는 대화’를 테마로 예비사서들의 생각을 담고 싶었어요.

희연) 처음에 예비사서가 SNS를 하나씩 맡기로 했을 때 블로그는 꾸준한 콘텐츠 연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현님이 한 달에 한 번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는 제안이 반가웠어요.

지연) 그런데 제목이 주는 힘이 되게 크잖아요. 『컬렉션을 말하다』라고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다현) 지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연) 말하다라는게 주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컬렉션이 우리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가 컬렉션은 이렇다 말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어요.

다현) 지연님이 좋게 풀어주셨네요. 솔직히 제목을 신경 써서 짓지는 않았어요. (웃음) 다만 말할 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활동. 딱 그걸 생각하긴 했어요.

Q2. 컬렉션을 말하다를 하면서 가장 까다로웠던 컬렉션은?

지연) 『G1 : 차별과 낯섦을 넘어』요. G1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컬렉션이잖아요. 워낙 이 문제에 있어 다양한 시선과 지탄의 목소리가 있어 조심스러웠어요. ‘너무 편향적으로 보이면 어쩌지? 그런데 이게 편향의 문제인가?’ 하는 내적인 고민도 있었고요. 

다현) 생각해보면 스트레스 중 하나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였던 것 같아요. 지향점이나 문제의식이 너무 치우쳐져 있으면 어쩌지, 잘 모르는데 아는 척한다고 느끼면 어쩌지 등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싶은건데 어떤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 보일까봐 무서웠던 것 같아요. 

희연) 하지만 생각과 달리 지탄의 목소리도, 거부 반응도 없었지요.

다현) 맞아요. 저는 도서관 민원, 아니아니 거의 국민청원까지 생각하면서 벌벌 떨었는데. (웃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뭐였을까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우리에게 관심 없어서?

희연)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세 명의 의견이 조금씩 달라서 거리낌 없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연) 저희가 어떤 부분이 달랐다고 느꼈나요?

희연) 큰 맥락은 비슷해도 뜯어놓고 보면 완전히 달랐다고 생각해요. 제게 가장 까다로웠던 컬렉션은 『G7 : 사랑할까, 먹을까?』였어요. 비거니즘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컬렉션인데, 비건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대화하면서 뭔갈 알고 말한다는 확신이 없었어요. 막연하게 걱정 됐는데 다현님이 비건을 해봤다는 거예요. 그래서 좋았어요. 우리 모두 경험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달라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다양하구나 그때 느꼈거든요.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울 수 있는 대화였달까.

다현) 저는 주거문제에 대해 다룬 『F5 : 내게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를 하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 입장에선 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여러 분들이 짚어줘 그랬던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배우는 게 크다는 걸 분명하게 느꼈죠. 

희연) 또 자연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하니까 그 사람에 대해 알아 갈 수 있어 좋았어요. 예민한 주제를 이야기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저 사람의 삶을 아니까 이해되고,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뭐, 크게 이해 되지 않는 말을 한 것도 아니지만요. (웃음) 

지연) 솔직히 친한 친구랑도 컬렉션 말하다처럼 대화 하진 못할 것 같아요. 조심스럽잖아요.

다현) 너무 진지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두려운 것도 있죠. 대뜸 ‘너 성장을 권하는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러면 저라도 피할 것 같은. (웃음)

지연) 어떻게 보면 서로가 아직은 낯선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할 수 있었던 이야기도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친밀하면 할 수 없는 속 이야기가 있잖아요. 

Q3. 『컬렉션을 말하다』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건?

희연) 『E1 : 결혼하지 않고 가족을 구성 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가 인상 깊어요! 저는 가족을 구성할 때 언젠가 생명을 책임져야할 순간도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때 ‘한 아이의 보호자로서, 직장인으로서 나는 잘 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크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고민과 두려움을 나누기 좋았던 컬렉션이었어요. 여러분에게도 이런 컬렉션이 있나요?

지연) 저는 『G7 : 사랑할까, 먹을까?』가 비건에 대한 생각도 해보고,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건 요리를 해봤잖아요 그게 가장 인상 깊었어요.

희연) 맨날 앉아서 이야기만 하다 G7 컬렉션을 말하다 때는 요리를 했었죠?

지연) 덕분에 멀게만 느껴진 비건이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어요. 비건은 엄격하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컸는데, 막상 해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요. 

다현) 그쵸. 생각하는 것과 몸으로 경험하는 건 또 다른 일 같아요.

지연) 다현님은 인상 깊은 컬렉션이 있었나요?

다현) 『E8 : 내게 맞는 일을 찾아서』가 인상 깊어요. 

희연) 첫 컬렉션을 말하다였죠? 진짜 옛날 같네요. 

다현) 만났는지 별로 안 되었을 때 진행한 컬렉션 말하다였는데요. 대화 후에 이 활동에 대한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 말 잘하잖아? 이거 재밌겠는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거든요. 이 활동을 내가 즐길 수 있다면 됐다고 안심하기도 했고요.

Q4. 그렇다면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다현) 아쉬운 부분 너무 많았죠. 일단 조회수가 가장.. (울먹) 

희연) 조회수는 블로그 자체의 한계에 가까운 것 같아요. 하지만 조회수가 적으니 ‘예비사서만 즐거운 건가?’ 싶은 의심이 들기는 했죠. 

지연) 우리가 즐거웠으니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방법에 대해선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예비사서분들이 이 방법을 더 연구해 컬렉션을 말하다를 이어주면 어떨지..! 만약 예비사서 6기의 컬렉션을 말하다가 나오면 너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것 같아요.

다현) 거의 콘텐츠 떠넘기기 아닌가요? (웃음)

지연) (웃음) 사심을 담아 이야기한 것도 있지만, 진심으로 예비사서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예비사서로 모인 사람들인 만큼 도서관에서 서로의 고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많았으면 하거든요. 

다현) 그건 맞아요. 대화하면서 두 분한테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요. 엄청난 자극이 된 달까. 

희연) 저도 그래요!

지연) 아, 그런데 저 아쉬운게 하나 더 생각났어요.

희연) 뭔가요?

지연) 『컬렉션을 말하다』에서 다루지 못한 컬렉션들이 많아 아쉬워요. 

다현) 어떤 컬렉션을 못해서 아쉬웠나요?

지연) 『G10 : 전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루고 싶었어요. 전쟁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전쟁을 해야하는지 1차원적인 고민부터 시작해 여러 생각이 올해 들었거든요. 여전히 지구 한복판에서는 전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죠.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제 자신이 무기력해져요. 그래서 여러분과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희연) 오.. 저는 『G3 :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다루지 못해 아쉬웠는데.

지연) 콕 찝어 G3 컬렉션인 이유가 있나요?

희연) 예전에 엄마랑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만약 혼수상태가 되어 내 목숨을 타인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떨지. 엄마는 그런 상황이 오면 편하게 죽여 달라고 했어요. 또 구체적으로 어디에 묻어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 대화가 G3 컬렉션을 보며 많이 떠올랐어요. 그때 고민이 깊었거든요. 자식으로서 부모의 말을 따라야 하는지, 아닌지 하는. 그래서 예비사서들과도 이야기 나누면 분명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현) 되게 어려운 고민이고, 이런 고민을 우리가 나눌 수 있다는게 기쁘네요. 저 역시 컬렉션을 보면서 떠오르는 고민과 경험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적이 많아요. 이거 컬렉션을 말하다 후유증인가요? (웃음)

지연) 후유증 맞는 것 같아요. (웃음) 

희연) 아 맞다.. ‘A 소셜’ 카테고리의 컬렉션을 살피지 못한 것도 아쉬워요. 사실 『A1 : 우정, 나의 종교』가 우정에 대한 것만 다루는 내용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정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다현) 정말요? 저 지금 알았어요.

희연) 그쵸. 컬렉션 제목만 보고선 알 수 없다는 걸. 자료를 살피고, 대화를 나눠봐야 알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우리도 모르게 관심 갖는 주제만 이야기한 거 같아요. 더 넓은 시선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지 못해 살짝 아쉽달까.

다현) 이런 아쉬움이 숙제로 남아 언젠가 컬렉션을 말할 기회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희연) 그랬으면 좋겠네요 정말.

Q5. 컬렉션 말하다를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연) 도서관 오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사회를 담는 컬렉션을 칭찬하고, 좋아하잖아요. 사서들도 도서관 소개 할 때 가장 자랑스럽고, 어깨 으쓱거리게 되는게 사회를 담는 컬렉션인데. 그 컬렉션을 하나하나 살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어요. 

희연) 저는 활동을 하나 둘 마무리 지으며 예비사서가 끝나간다는 느낌이 크게 다가왔어요. 이 인터뷰가 끝이나면 예비사서로서 더이상 컬렉션에 대해 말 할 수 없다는 게 묘하고 좀 울적하기도 해요.

지연) 아니에요. 예비사서는 죽을 때까지 예비사서여서 컬렉션에 대해 말 할 수 있어요. 계약상은 1년이지만 마음은 느티나무에 종신 계약을 했기 때문이에요.

다현) 아니 이 사람 표정 진짜 웃기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지 마요. 이제 6기에게 예비사서 자리 물려줘야해요. (웃음) 

지연) 흠흠. 아무튼 요지는 예비사서 5기의 『컬렉션을 말하다』는 끝이지만 우리가 컬렉션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기회는 꾸준하고, 지속될 거란 거예요. 

희연) 맞아요. 우리가 다른 도서관에도 컬렉션과 컬렉션을 말하다를 퍼트리면 되죠.

지연) 민들레 씨앗이 되는 거예요! (웃음)

다현) 좋은 말이네요.

희연) 그런데 다현님이 소감을 말하지 않았네요. 지금까지 컬렉션 말하다를 한 소감 어떤가요?

다현) 앞에서도 계속 이야기했지만 여러분과 대화할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아쉬움과 결과를 떠나 마음이 통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얻은 것 같아 기뻐요. 또 마감에서 벗어난 것도 행복하고요.

지연) 여러분 다 끝난 마당에 비밀 하나를 풀자면 다현님은 마감일 15일을 전후로 사람이 달라져요. 14일 즈음엔 엄청나게 화나있고, 16일 즈음엔 엄청나게 신나있었어요. (웃음)

다현) 대형 비밀을 누설하셨네요..

(편집하다 지친 14일의 다현)

Q6. 끝으로, 여러분에게 컬렉션이란 무엇인가요?

다현) 사회를 담는 컬렉션은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강하고 힘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기록하고, 사람들이 기억하잖아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소수의 이야기는 쉽게 기록되지 않잖아요.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귀 기울이는게 사회를 담는 컬렉션이라고 생각해요. 

희연)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어느정도 편식을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관심사 외에는 크게 힘쓰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제가 그렇기도 한데… 다들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을 가르키는 표지판은 하나하나 읽지 않잖아요. 이런 것처럼 저는 취향도 확실하고, 하나만 보는 스타일이어서 컬렉션이라는게 되게 새로웠어요. 다양한 이야기가 모인 컬렉션을 보면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누군가에게 이 생각 하나 만드는 게 진짜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같은 주제 안에서도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걸, 내 관심사 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컬렉션 공부하며 많이 느꼈어요. 지연님은 어떠셨나요?

지연) 컬렉션은 제게 ‘고민의 실마리를 주는 것’이에요. 흔히 사람들은 내가 가진 고민을 책과 도서관이 해결해 줄 수 없을 거라고 쉽게 단정짓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니라고 봐요. 해결 해줄 순 없을지언정 도서관이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는 줄 수는 있어요. 도서관에선 사람들의 고민을 모아 컬렉션으로 엮고 있으니까요.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누군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고, 앞으로 누군가 할 고민이니 도서관에 와서 막막함을 풀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컬렉션을 보며 갖는 의미예요.

다현) 맞아요.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고민들이 컬렉션에 엮여 있죠. 지금도 그 고민들이 담긴 컬렉션이 만들어지고 있고요. 

지연) 그리고 느티나무에선 사람들의 고민을 수집하기 위해 현장으로 직접 나가잖아요. 이런 거 보면 컬렉션은 보통일이 아니고, 칭찬 받아 마땅한 것 같아요. 

희연) 우리도 만들어봐서 알지만 생각보다 주제 선정이 어렵잖아요. 자료도 그냥 뭉뚱그려서 넣는게 아니라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기도 하고요.

지연) 그래서 저는 컬렉션이 정말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해요.

다현, 희연)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지연) 컬렉션을, 우리의 대화를 멈추지 말아야하는 이유가 오늘 이후로 더 명확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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