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과 10월 피켓팅에 이어서 11월엔 플로깅을 했습니다.
포스터를 인터넷과 인스타에 올리고, 알음알음 성능 좋은 집게를 사고
한살림 조합원들이 다 쓴 쌀봉투를 모아서 쓰레기 담을 가방을 만들고...
드디어, 11월27일 자기가 만든 피켓을 들고 신정공원에 모였습니다.
아는 얼굴은 알아서 반갑고, 처음 보는 얼굴은 처음이라 반가운 그 마음, 아시죠^^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처음 참가해 더 반가웠어요.
요즘은 확 트인 바깥에서 여럿이 만나는 일이 참 드문데
날씨까지 화창하니 출발 전부터 두 발이 들썩들썩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14명을 세 팀으로 나누고, 용인YMCA 분들이 앞을 서서 출발.
한 팀은 신정공원 둘레, 두 팀은 성복천쉼터에서 위아래로 갈라져 성복천과 탄천 옆 산책로로 걸었어요.
탄천 안으로 들어가 활동한 YMCA 청소년동아리와는 나중에 만났습니다.
플로깅(Plogging)은 스웨덴에서 생겨난 말이라지요.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말 plocka upp과 조깅을 합해서 부르게 됐다고.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조어로 "줍깅"이란 말을 쓰죠.
스웨덴 사람들은 진짜 달리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걷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장갑을 낀 채 줍고, 우리는 집게를 쓰고~
날씨는 쾌청하고 물결 찰랑이고 물새들 천진하게 놀고... 여기저기 눈길 주는 틈틈이 쓰레기를 찾아보는데
쓰레기가 영 안 나타나요. "쓰레기가 없으면 좋은 거죠."
맞아요, 맞는데... 그래도 서운해지는 이상한 마음. 아시죠^^
그러나, 없을 리가요.
줍고,
줍고,
또 줍고... 웬 고철?
모든 건설 현장은 쓰레기 생산지이고, 개천에서도 크고 작은 공사가 끊이지 않으니까요.
줍다 보면, 쓰레기가 반갑고(?) 왠지 보람도 느끼게 되는 게 인지상정.
40여 분이 훌쩍 지나, 우리는 출발지점에 돌아와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인데, 다 같이 모여서 하니 다시 힘이 나고 은근 재밌어요. (이게 하일라이트일지도...^^)
일반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았고, 같은 종류로 양이 많은 걸 모닥모닥 모았습니다.
고철과 캔, 유리병, 투명페트류는 가까운 용인YMCA에 가서 씻고 재활용으로 배출,
오염된 종이와 비닐류, 재활용 안 되는 빨대와 작은 플라스틱류, 수를 셀 수 없는 담배꽁초들은 모두 종량제 봉투로 쓸어담아 버립니다.
플로깅을 하면 자연히 담배꽁초를 미워하게 됩니다!!
플로깅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게, 길에 버린 작은 쓰레기들은 줍는 사람이 없다면 강과 바다로 가게 된단 사실입니다.
담배꽁초를 줍자면 몇 번이나 집게질을 할 때도 있는데, 담배 필터가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물고기와 우리 몸으로 돌아올 걸 알기 때문에, 끝까지 안 주울 수가 없어요.
오랜만에 야외에서 몸을 움직여서 좋았고, 둘이 같이 가서 좋았고,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고,
처음 만난 가족이 우리 도서관 이용자여서 더 좋았고, 그분이 혼자 동네에서 플로깅을 해왔다는 이야기에 더 좋았어요.
고맙고, 기운이 나니까.
용인기후행동은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 개인들이 함께 실천할 방법을 찾는 모임이에요.
느티나무도서관, 용인YMCA, 파지사유에코&양생실험실, 한살림용인지부, 수지장애인복지관, 용인환경정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용인시에 사는 어린이, 청소년, 성인, 누구나 참여해서 같이하기를 바랍니다.
관심 있는 분들, 다음 플로깅 때 만나요~~
* 느티나무도서관 청소년 기후동아리 대모집 중!! http://www.neutinamu.org/page/s2/s4.php?cf=view&seq=10768&pg=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