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마쓰오카 교코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쓰오카 교코 선생님은 1967년 마쓰노미문고를 열고,
1974년 고(故) 이시이 모모코 전 명예이사장과 함께 재단법인 도쿄어린이도서관을 세워
일본 도서관계 아동서비스 발전에 큰 몫을 한 분입니다.
『기쁨이와 슬픔이』, 『워거즐튼무아』와 같은 멋진 어린이책도 썼습니다.
마쓰오카 교코 선생님은 느티나무의 오랜 길동무이기도 합니다.
선생님과 느티나무와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 아동도서관원 양성 강좌 안내를 보고
느티나무 식구들이 일본을 다녀온 것이 시작입니다.
2004년 한일아동문학연구모임의 이혜영 선생님과 도쿄어린이도서관을 방문했고
2008년 10월에는 제1회 한일교류 도서관 심포지엄을 열어
히로세 쓰네코 선생님과 마사키 도모코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히로세 쓰네코 선생님과 마쓰오카 교코 선생님의 대담집
『어린이·책·사람 그 만남을 위해』는 느티나무에서 직접 책자로 엮었습니다.
2009년 『어린이와 독서(子供と読書)』 7·8월호(No.376)에는 느티나무도서관을 소개하는 글이 실렸습니다.
같은 해 제2회 한일교류 도서관 심포지엄에서 마쓰오카 교코 선생님이 ‘사립도서관의 존재 의의’에 대해 강연해 주었고
옛이야기를 다루는 스토리텔링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이듬해 도쿄어린이도서관이 펴낸 『어린이의 도서관(子供の図書館)』 가을호(No.127)에
이날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발표한 원고가 실렸습니다.
2009년 친구도서관들과 함께한 일본 연수와 느티나무 사례를 발표한 오야치렌 전국교류대회에서의 만남,
2016년 연수생 미츠노사야카의 느티나무 방문과 도쿄 마쓰오카 선생님 댁에서의 재회,
2017년 순천 어린이 문화포럼, 2021년 조리도서관 아삭아삭 문화학교...
전시를 위해 자료를 살피며 느티나무도서관과 도쿄어린이도서관,
마쓰오카 교코 선생님의 인연을 되짚어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든든한 동지이자 오랜 벗이었던 마쓰오카 교코 선생님을 기억하기 위해
18년간의 기록을 모아 도서관 한복판에 전시를 엽니다.
이 자리에 잠시 멈춰 선생님의 발자취를 더듬고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일본의 도서관 운동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2002년 '도서관학교'를 기획하면서부터였다. 초기 도서관학교는 강좌의 주제와 대상 모두 아동서비스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당시 느티나무가 어린이도서관이기도 했지만, 어린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 때문이기도 했다.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박영숙(알마) 315p
도서관학교를 기획하느라 자료를 뒤지다가 일본 아동도서관원 양성 강좌 안내를 만났다. 해마다 진행되고 있는 강좌는 우리가 구상한 것과 거의 흡사한 과정이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설레며 자료를 찾아 읽기 시작했고, 40여 년을 이어온 일본 문고운동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일본 자료들까지 훑어볼 수 있었던 건 느티나무 개관기념 전시에 그림책 포스터를 빌려주면서 인연을 맺어 도서관학교 기획팀에 합류했던 이혜영 선생 덕이었다. 선생은 대학에서 아동학을 강의하면서 그림책 마니아가 되어 아동문학과 그림책에 관련된 여러 모임에 두루 참여하고 있었다. 선생이 활동하고 있던 한일아동문학연구모임의 여러 번역자와 연구자들을 통해 다양한 일본 자료를 얻기도 하고, 눈에 띄는 자료가 있으면 품앗이로 번역을 해주는 사람들도 만났다. 켜켜이 세월이 묻어나는 자료들을 만나면서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도, 만나서 듣고 싶은 이야기도 늘어갔다.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니! 어디선가 갑자기 응원군이 나타난 것처럼 힘이 났다.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박영숙(알마) 316p
가깝고도 먼, 닮았지만 또다른
어쩜 이렇게 닮았을까! 일본에서 문고와 도서관들을 돌아보면서 가는 곳마다 눈에 익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 책꽂이인지 알아보기 쉽게 하려고 궁리궁리해서 붙여놓았을 안내표지, 청소년들도 볼 만한 그림책들을 눈에 잘 띄게 하려고 책등에 붙여둔 스티커, 낡아서 버리는 책을 오려서 만든 책갈피, 하얗게 삶아 창가에 가지런히 널어놓은 걸레들까지…
도서관의 규모나 환경은 달라도, 어떻게든 도서관이 좀더 넉넉하게 사람을 만나고 책을 만나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려는 사람들이 찾아내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으레 겪게 되는 시행착오까지도 마치 정해진 순서를 밟는 것처럼 닮아 있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자꾸 물음표가 떠올랐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여행에서 돌아올 무렵에야 그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박영숙(알마) 317p
4년 뒤 느티나무 한일교류도서관심포지엄에서 마사키 도모코 교수의 주제강연을 통해 한 가지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사키 선생은 문고 운영자 출신 교수였다. 1973년 오사카 부 스이타 시에 아오야마다이문고를 열고 40년째 운영하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세이와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런 사람이 "최근 들어서야 교우 문고를 하는 의미를 알 것 같다"고 했다. 40년이나 한 길을 걸어와서 깨달은 의미란 무엇일까? 그녀는 문고활동이 "지금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자유의지로 아이들에게 인생의 배턴터치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문고는 공공도서관과 달리 '비공식적인 장소'라는 걸 강조했다.
"도서관과 문고의 가장 큰 차이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구체적인 밀도의 농도에 있습니다. 서로 얼굴과 몸의 표정이 보이는 관계 속에서 책을 건네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1회 한일교류도서관심포지엄 자료집> 느티나무도서관재단, 2008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줄곧 느티나무도서관의 풍경이 떠올랐다. 아마 다른 도서관인들 가운데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끝없이 이용자들 얼굴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도서관서비스의 우선순위를 놓고 고민도 하고 갈등도 겪었을 것이다. 느티나무 또한 그랬다. 도서관답지 않아서 신선하다는 응원을 받는가 하면 지금 우리가 하는 게 도서관이 할 일이냐는 문제제기 또한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문고와 공공도서관의 자연스러운 차이로 보는 순간, 문고 고유의 특성이자 문고가 있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우직하고 담담하게 그 의미를 실현해나가는 사람들. 우리가 일본에서 만난 첫 번째 길에는 그런 멋진 백발의 실천가들이 있었다.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박영숙(알마) 32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