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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예비사서, 컬렉션을 말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2-06-15 조회수 : 6,671

G1 : 차별과 낯섦을 넘어

사회를 담는 컬렉션에 대한 예비사서들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G1: 차별과 낯섦을 넘어>입니다. 차별과 사랑. 낯선이가 된 경험부터 낯선이를 환대하는 법까지. 예비사서들의 다양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솔직하고 때로는 진중하며 종잡을 수 없는 예비사서들의 대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Q1. 여러분은 낯선 존재가 되어 본 적 있으신가요?

희연) 원래 있었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 가기만 해도 다 낯선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연계전공을 해서 다른 과 수업에 참여했는데 그럴 때마다 낯설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지연) 저도 복수전공 중이라서 공감가요. 복수전공을 보통 2학년에서 4학년에 사이에 하잖아요. 이미 친해진 학생들 사이에서 홀로 수업 듣는 게 쉽지 않았어요.

희연) 나만 다른 과 학생일 때 느끼는 낯선 분위기와 공기 아시나요? 팀플을 하는데 저한테 문헌정보학과 학생이 왜 이 수업 듣냐고 묻더라고요. 마치 제가 거기 있으면 안되는 존재가 된 것 같았어요. 별 말 아니지만 그 눈빛과 말투가 ‘여기는 우리 학과야. 우리 전공수업인데, 너가 왜 왔어?’ 라고 선을 긋는 느낌.

다현) 알 것 같아요. 제 경우 그 선이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는 느낌을 받은적 있어요. 알다시피 저는 학교 밖 청소년이었잖아요. 그런데 학생 신분이 아닌란 이유로 청소년 때 비정상이 된 것 같았어요.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일컫는 기준과는 다른, 낯선 존재가 된 것 같았어요.

희연) 지연 님은 어떠셨나요?

지연) 낯선 존재라고 느껴졌던 순간은 대학에 들어와서였어요. 제가 충청도 사람이잖아요. 대학을 멀리로 갔어요. 20년 넘게 충청도에서 살다 처음 수도권에서 살게 됐는데 동기들이 제 말투가 신기하다는 거예요. 말을 길게 끈다던지, 억양이 다르다던지. 악의를 가지고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분이 이상했어요. 외부인이 된 느낌이었고, 외지에서 온 낯선 존재가 된 것 같은 순간이었어요.

희연) 외부인이라고 하니까 고등학생 때가 생각나네요. 혹시 그런 경험 있나요? 동네에서 벗어나 먼곳으로 학교를 배정 받았을 때 느끼는 불안감. 같은 중학교 출신 친구가 거의 없다는 막막함.

지연) 당연히 알죠.

희연) 학기 초 아는 친구가 없는 교실. 이거는 모두가 아는 낯섦일 것 같아요. 이럴 때 보면 익숙한 동네만 벗어나도 우리는 낯선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다현) 살면서 낯선 사람이 되어 본 경험이 모두 있네요. 그럼 낯선 사람을 봤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할까요? 지역, 피부색, 문화와 삶의 태도가 나와는 다른 낯선이를 봤을 때에는요.

희연) 음, 가만히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솔직히 제가 말을 잘 거는 성격이 아니잖아요.(웃음) 그런데 한편으로 낯설다고 이야기 되는 사람은 보통 소수잖아요. 아님 혼자거나. 그래서 말 걸도록 노력은 할 것 같아요. 제가 용기내서 말거는 게 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크게 느껴지겠어요.

다현) 그렇다면 말을 건 이후엔 어떻게 될까요? 낯선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을까요?

희연) 대화를 해서 차이를 알고, 다름을 받아들이면 심적으로 낯선 사람이 아니게 될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면 그냥 모르는 존재로 끝나잖아요. 그런데 대화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낯선 사람이라고 느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동네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는 낯섦을 느끼잖아요. 그걸 해결하려면 누군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것 같아요.

 

Q2. G1 컬렉션의 첫인상 어땠나요?

희연) 제목만 보고선 장애, 인종, 성별 등의 다양한 사회적 차별을 담은 컬렉션인줄 알았어요. 자세히 보니까 장애는 <G6 : 어느 장애인 이야기>에, 인종은 <G8 : 인종은 없다> 등에 세분 되어있더라고요. 다시보니 G1은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이었어요.

지연) 저도 처음 차별과 낯섦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장애와 인종간의 차별이 떠올랐어요. 제 인식 속에 차별받는 사람 사람은 유색인종이거나 장애인이었어요. 이게 사회에서 활발하게 이야기 되는 차별 받는 사람인 것 같고요.

희연) 차별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야기 할 수 있는 차별이 있고, 얘기조차 꺼낼 수 없는 차별이 있는 거죠.

지연) 참 씁쓸하네요. 차별에도 차별이 있다는 게.

다현) 인정받는 차별과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 느낌.

지연)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돼’란 말은 어느정도 당연해졌잖아요. 거기서 ‘장애인 좀 그렇던데.. 별로야’라고 하면 지탄받는데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죠. 이념의 차이로 받아들이거나, 종교를 이유로 이해하고 넘어가죠. 누구는 더 낫고, 누구는 더 힘들다는 말이 아니에요. 장애와 동성애를 동일 선상에 놓자는 것도 아니고요. 장애를 가진 몸과 성적지향이 주류 사회와 다른 몸이 차별 받는 게 분명히 다르단 거예요.

다현) 뭔가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장애는 내가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잖아요. 반면 성적지향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거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의심조차 하지 않으니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이해하기 싫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Q3.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책이 뭐였나요?

다현)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요! 성소수자이자 노동자인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자신의 정체성을 어쩔 수 없이 숨기면서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이들을 보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책에서 좋았던 이야기가 있는데요. 바로 ‘특권적 위치는 쉽게 자각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러분은 특권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에 대해 소개할 때 불편했던적이 있나요?

지연) 아니요.

희연) 별로..

다현) 저도 책을 읽기 전에는 그랬어요. 살면서 내가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게 바로 특권이라는 거예요.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이성애자라고 소개하는 일이 드물잖아요. 보편적인 것에 대해선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 거죠.

(G1 컬렉션 도서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희연) 그러네요. 누군가에게 나를 거리낌 없이 설명할 수 있다는 게 특권이네요. 예를들어 친구들이 뭐하냐 물을 때 ‘나 오늘 남자친구 만났어’라고 하는데 제가 성소수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 같아요. 친구들에게 평범한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도 신경쓰이고 힘들겠죠. 이 책 맨 뒷장에 이렇게 쓰여있네요. ‘내가 퀴어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게 바로 차별이죠.’ 정말 그런 거 같아요.

다현) 맞아요. 하나하나 이야기하자면 그런 것도 있죠.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는 말을 애인으로 바꾸자는 말. 그런데 애인은 올드해보여서 대체어를 찾고 있어요. 좋은 아이디어 있나요?

지연) 음, 소울메이트?.. 너무 갔나요?(웃음) 사귀는 사람? 아니면 만나는 사람도 좋겠네요. 짝꿍이나 파트너란 말도 있고요.

희연) 아무튼 다른 말로도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걸 이 기회에 알게 되었네요.(웃음)

다현) 희연님은 컬렉션 중에 어떤 자료를 살펴봤나요?

희연) 『딸에 대하여』라는 소설을 읽었어요. 이성애자인 엄마와 레즈비언이란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딸의 갈등과 사건을 다룬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어요. 특히 딸 그린(주인공 이름)이 동성애자란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작가가 되어서 그 세계에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G1 컬렉션 도서 『딸에 대하여』)

다현) 너무 안타까운 말 같아요. 지금 이 사회에도 없는 법을 소설 세계에 만들어주고 싶다는 게. 우리가 모르는 그린이 세상엔 얼마나 많을까요?

지연) 참 희한해요. 차별금지법이라는 것 자체가 차별없이 평등하게 살자는 좋은 법안이잖아요. 그런데 왜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자유가 빼앗길거라고 걱정하는 걸까요? 우리에게 차별할 자유라도 있는 걸까요?

희연) 차별금지법 중에서도 성적지향 항목을 두고 이야기가 뜨겁잖아요. 종교의 자유를 빼앗는다,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다 등의 이유로요.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차별금지법 생기면… 정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까?) 그들이 침해당할까봐 두려운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지연) 다현님이 물었잖아요.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그린이가 얼마나 많을까?’ 저는 수없이 많은 그린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수면위로 떠오르든, 떠오르지 않든. 일터에서든, 학교에서든 간에 말이에요. 다양한 형태로 차별과 폭력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느껴요.

다현) 또 차별이 조직 내에서 일어나면 더 큰 폭력이 되는 것 같아요. 왜 개인적인 문제도 조직내에서 일어나면 복잡해지잖아요.

지연) 특히 권리와 평등을 보장해야하는 공공기관이나, 상하관계가 분명한 직장에서의 차별은 더 큰 폭력으로 느껴지죠.

희연) 그래서 이 법안이 중요한 것 같아요.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인거죠.

지연) 우리는 무엇을 좋아할지 정해져서 태어나지 않잖아요. 자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과 감정을 문제 삼아 배척하는게 마음 아파요. 제가 본 『파란색은 따뜻하다』란 그래픽노블에도 이런 갈등이 나와요.

(G1 컬렉션 도서 『파란색은 따뜻하다』)

희연)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원작 맞죠.

지연) 네 맞아요! 이 책은 성소수자 클레망틴(주인공 이름)이 자기 정체성을 알아가며 느끼는 혼란, 부정, 불안, 사랑의 과정이 담겨 있어요. 인상깊었던 부분은 나와 너라는 사람이 특별하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거지, 여자이거나 남자이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는 엠마(주인공 이름)의 말이었어요. 읽으며 안타까웠던 건 클레망틴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가혹하다고 느꼈어요.

다현) 사회적 약자란 이유로 고통스러운 서사만 보여주는 것도 마음 아프죠.

지연)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걸 알고는 있어요. 최근 이슈 된 원숭이두창만 봐도 그래요.(치명률·전염력 낮은데…원숭이두창 혐오 늘어나는 까닭) 원숭이두창은 사람 간의 체액이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천연두와 비슷한 병이에요. 그런데 마치 성소수자 간의 성 접촉으로 인해 전파된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오는 거예요. 성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성소수자간의 성 접촉이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요. 이게 혐오가 아니면 뭐겠어요?

다현) 코로나 막 터졌을 때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으로 성소수자 혐오가 눈에 띄게 많았던게 생각나네요..

지연) 이번에도 결국 사회적 약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 원망하고 증오하는 거잖아요.

희연) 이래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니까요.

다현) 맞아요. 그 커브컷(curb-cut) 효과에 대해 아나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조치가 다른 사람에게도 혜택을 주는 현상을 이렇게 부른대요. 예를들어 차도와 인도 사이 턱을 없애 휠체어를 오갈 수 있게 하게 유아차, 자전거, 사람까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처럼요. 저는 차별금지법이 커브컷 효과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희연) 생각해보니까 느티나무에도 커브컷 효과 있잖아요. 휠체어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설치한 거울이 유리가 아닌 스테인리스여서 어린이에게도 안전하고, 북트럭을 이용하는 사서들에게도 안전하고 유용하잖아요.

지연) 약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권리까지 지켜지는 것 같아요.

 

Q4. 차별과 낯설음을 딛고 환대로 나아가는 여러분만의 비법이 있을까요?

다현) 환대는 자리를 줄 때 가능하다는 글을 봤어요. 김현정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에 나온 이야기예요.

지연) 자리를 준다는 건 뭘까요?

다현) 낯선이라 해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마땅한 권리를 주는 거래요. 저는 쉽게 생각해 ‘곁을 주는 것’이라고 봐요. 나와 다른 출신, 인종, 성적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구분하지 않고 함께 가는 거죠.

희연) 저는 환대에도 ‘다정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시하는 게 아닌, 낯선이도 덤덤하게 바라보고 배려하는 무관심이요.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낯선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따뜻한 무관심이 환대가 아닐까 생각해요.

다현) 다른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어린이 이용자가 도서관에서 울었을 때가 생각나요. 동행한 보호자분이 되게 당황하는데 그들을 보지 않는 것도 다정한 무관심이겠네요.

희연) 그쵸. 그것도 다정한 무관심의 일부죠.

지연) 저도 희연님과 비슷해요.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고 해도 ‘그렇구나하고 넘기는 태도’가 필요해요. 누굴 좋아하든 그 감정이 중요한거고, 사람이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내 가치관을 투영해 상대를 보면 입맛대로 고치게 돼요. 여러분이 말하는 것처럼 다정한 무관심. 그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희연) 귀찮아서 대충 ‘마음대로 해~ 니 인생살아~’가 아니고, 존중과 이해가 담긴 무관심이요.

지연) 그렇죠 남 시선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같은 응원의 말.

희연) 그런게 뭔가 묵묵한 응원인 것 같아요.

다현) 묵묵한 응원이라는 말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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