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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NL 뉴스레터 17호] 뉴 노멀, 뉴 라이브러리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0-10-06 조회수 : 11,096

코로나에 대응하는 도서관의 자화상
뉴웨이브 뉴라이브러리 뉴스레터 17호 2020.10.05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뉴 노멀...
낯선 단어들이 익숙해지는 요즘,
도서관의 새로운 일상을 전합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도서관의 자화상
느티나무도서관은 정부의 강력한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2주(3/25-4/5), 직원들의 휴식과 숨고르기를 위해 8월 초에 1주(8/2-8/10) 말고는 도서관 문을 닫은 적이 없습니다. 8.15 집회에 뒤이은 거리두기 2.5단계 때에도 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지금도 마음 한 켠은 언제든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조만간 다가올 겨울을 바라보고 있지요. 돌아보면 전례 없는 상황에 따라할 선례가 없어 그때그때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해온 시간들. 아직 이렇다하게 의지할 만한 답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코로나 속에서 우리가 새로이 만든 일상에 약간 익숙해지기는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기가 따를 규칙을 만들고 거기 적응하는 게 생존법칙이라지요.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한 부분이니까 우리의 적응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일상을 돌아보고 빈 곳을 찾아 대비하고자 합니다. 정돈된 회고가 아니라 두서없는 이야기로 풀어가보겠습니다.

긴장 속에서 맞이한 2월 

2020년 2월. 하루 확진자가 연일 몇백 명 선을 넘기고 정부가 <감염병위기시대응체계>에 따른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자, 공공기관들이 속속 문을 닫는다. 24일, 국립중앙도서관이 온라인과 전화상담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중단했고, 용인시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용인시 공립도서관들이 일제히 임시휴관을 예고한다. 3월 하순에 비대면 예약대출 같은 대응책이 마련되기까지 한달간 사실상 도서관들의 문은 닫혔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도 2월 들어서며 직원들의 화제는 날마다 코로나 상황이었다. 예정된 어린이 참가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대신 방역지침을 공지했다. 국공립도서관들의 휴관 소식을 전해 들으며 직원 토의 끝에 ‘대출반납은 가능, 관내 열람은 불가를 결정했다. 그때부터 3/25 휴관까지 한 달간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용자를 맞았다. 이 한 달은 느티나무도서관 직원들에게 ‘코로나 시대 도서관의 일상’이라는 제목의 파일 첫 장에 담기게 되는 ‘첫 경험’이었다. 이후의 모든 결정이 이때의 경험으로부터 영향받았다는 뜻에서, 모든 첫 경험처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컬렉션: 가르치기 전에 배워야 할 것들

TAG  변화하는 사회 변하지 않는 학교, 새로운 질문들, 배우는 이유, 나보다 어린 사람의 말을 경청하기, 어른들이 학교에서 배운 과거의 지식, 미래에 대한 상상력


가장 관심 갖는 게 뭔가요?” 물었을 때 부모들은 교육, 아이들은 진로를 꼽는 수가 많았습니다. 어른들은 자기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갈수록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죠. 그러면서도 지금의 학교와 입시 제도를 벗어나 미래를 상상하기가 어렵고 두려워서 변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요. 불안을 누르고 미래를 합리적으로 상상하기, 배움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기, 다음 세대에 대한 존중과 공존의 지혜를 배우기에 도움 될 자료를 모으려 애썼습니다. 사서들의 자료 코멘트와 함께 살펴보세요.
사서: 『라틴어 수업』 한동일(흐름출판) 
21세기에 라틴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언어를 가르치면서 느꼈던 생각을 라틴어 명언과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배우고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자세와 태도, 마음가짐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사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어크로스) 
저자는 죽음이라는 특단의 처방으로 우리에게 촉구한다. 죽음은 삶을 가장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어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는 관습적 사고와 행위들에 ‘왜’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다음을 예상할 수 없는 작가 특유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구조화된 관념을 생각 도구로 사용하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서:  『나쁜 씨앗』 조리 존 글, 피터 오즈월드 그림(길벗어린이)
아이의 나쁜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어른이 많다. 그런 어른이 아이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것 같다. 자신이 삐뚤어졌다고 고백하는 나쁜 씨앗은 용감하다.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삐뚤어진 자신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나쁜 씨앗이 착한 씨앗이 되진 않겠지만 충분히 사랑스럽다.
서: 『아이들의 왕, 야누시 코르차크』 베티 진 리프턴(양철북)
종종 잊을 때가 있다. 아주 어릴 적에도 는 감정을 갖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는걸. 따라잡을 수 없을 만치 빠르게 변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때, 그래서 어떤 것을 가르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무언가를 처음 배웠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사서: 『나는 [  ] 배웁니다』 가브리엘레 레바글리아티 글, 와타나베 미치오 그림(책속물고기)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배울 게 있다는 건 때론 막막하지만, 즐겁기도 하다. 자전거를 탈 때 얼굴에 와닿는 바람에 기분이 좋고, 꽃 기르는 법을 배우며 아름다운 정원을 꿈꾸는 ‘나처럼. 의무감에 신년계획에 포함하는 외국어 배우기도 즐거워 보인다. 다양한 말로 인사할 수 있으니까. 굿모닝. 브렉퍼스트 이즈 레디!” 
사서: 『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민들레)
책에 따르면 배움에 대한 생각이 배움을 방해한다. 모든 기술의 공통 요소는 자기 자신인데, 자기를 ‘올바른 방법’에 맞추기 위해 애를 쓸 때는 자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배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당신의 이야기, 사서의 답장 vol.1

느티나무도서관은 다섯 번의 컬렉션 버스킹을 다녀왔습니다. 버스킹 현장에서 시민들이 남긴 질문도 다섯 번의 여행에 함께했습니다. 질문은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뜻밖의 답변을 얻기도 했습니다. 사서들은 이야기를 차례대로 살피고, 답장하고 있습니다. 열 개의 질문이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직업을 갖는 게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배웠어요. 
 일을 통한 자아실현이 가능하긴 할까요? 

사서의 A. 폴커 키츠의 『오늘 일은 끝!』이라는 책을 보면, ‘일을 통한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나의 직업이 나의 동경과 인생 목표에 전적으로 부합해야 하고, 스스로의 인생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데 이것은 매우 높은 목표라 도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나의 인생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직업상을 찾아 취업해야 하며, 또 나의 삶이 그 두 가지를 할 수 있게 뒷받침 되는 환경이어야 하는데 이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게다가 인생의 목표와 삶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세 가지 조건을 맞춰야 합니다. 일로 자아를 실현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하기 어렵겠죠. 모두가 일로 자아를 실현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사회에서 산다는 건 더 어렵고요. 이런 사회에서 적당히 타협하면서, 혹은 타협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내게 맞는 일을 찾아서> 컬렉션을 살펴보면 좋겠어요.  
도서관 운동의 파트너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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