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4월 24일 토요일 오후, 도서관의 오랜 이용자이자 자원활동가로 활약했던
류미 님이 작가가 되어, 사람들을 북토크에 초대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짧게 공유해요.
Q. 이 책을 왜 쓰게 됐어요?
류미 환경에 대한 만화책을 만든 계기는 환경 수업.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하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안다고 하지만 모르는 게 많았다.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한국의 청소년과 환경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작은 환경 운동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 안다고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 먹는 건 다른 일이다.
환경은 내 세대일이다. 과학자들이 말하길 2030년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넘어가면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저는 2030년에 스물다섯 살이다. 인생의 절반도 못 살고 죽는다. 그러면 내가 공부하고 사는 이유는 뭐지? ‘정말 내 세대의 일이구나. 지금 나서지 않으면 내 미래는 없겠다,’ 생각했다. 공부하면서 쉽게 알 수 있는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 생물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다.
# 기후위기가 ‘내 세대의 문제’인 이유
영(10대)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기후위기 낭독회>가 있는데, 기후위기에 관한 책 낭독회를 참여했다. 그 책에서 말하길 일회용품 안쓰기 등 같은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너무 늦었다고 되어 있었다.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해서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은(10대) 지구가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물들도 지구에서 살 권리가 있다. 작년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기후위기 낭독회>가 있어 참여하고 있다. 시간 맞춰서 놀러왔다.
현(20대)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도 기후위기나 환경에 대한 심각한 이야길 본 것 같다. 사람들이 쓰는 빨대 양만 길이로 재도 지구를 한 바퀴 두른다는. 그런 이야길 자주 접하고 실제 생활을 돌아보니 나 하나만 해도 쓰레기를 너무 많이 쓰는 것 같고, “이게 정말 심각하구나” 인식하게 됐다. 줄여가보자, 생각했다.
지(20대) 큰 관심이 없었는데 사회나 미디어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저를 돌아보니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작은 것 하나를 실천해보자는 마음이 생기고 점점 환경 운동에 스며들고 있다. 천천히, 조금씩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연(20대) 자연이랑 산이랑 흙을 되게 좋아해서, 생태 문제에 원래 관심이 있었다. 관심이 있던 분야는 4대강, 케이블카 같은 이슈였다. 기후위기에 대해 알게 된 건 2년 전이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배우지만 더 모르겠고. 길을 잃은 상태인 것 같다.
디디(20대) 동물과 식물에 관심은 있었는데 관심만 있고 실천은 못했다. 가장 크게 느낀 계기는 코로나19. 가장 처음 심했을 때 유럽에 있었다. 패션 공부를 하는데 쿼런틴 이후로 수급할 천이 줄어들었고, 원단을 쓰는 것도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더라. 졸업을 하고 일을 하면서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크게 느껴져서 그렇지 않은 일을 하고자 한다.
환(50대) 세상이 점점 나빠지는지 좋아지는지 생각해보는데 제 눈에는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 건 아닐까? 했는데, 진짜로 나빠지는 것 같다(웃음)
몇 년 전에 그레타 툰베리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그 친구의 UN 연설이나 ‘미래를 위한 파업’을 접했다. 저는 여러분보다 두 배는 더 살았다. 그레타 툰베리처럼 어린 세대가 기성 세대에게 “당신들이 너무 많이 망쳐버렸기 때문에 내가 쓸 몫이 남아있지가 않아요.”
탄소배출을 해야 자동차를 타고 어딜 갈 수 있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그레타 툰베리가 그런 상황에 대해 화도 내고, 자기가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데 이미 기성세대가 된 나는 많이 아팠다. 개인적으로는 쓰레기 없는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 싶었다. 평소에 소비도 잘 안 하는 편이다. 마음이 복잡하다. 1.5도에 대한 연구는 변수를 통해 추측한 수치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까지 생각해본다면 위기의 정도가 어떤 건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세상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게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러분하고 같이 이야기하니까 이 순간은 참 좋다.(웃음)
선 (50대) 환경에 대해 언제부터 어디까지 관심 가졌는지 생각해본 적 없지만, 늘 관심 있었다. 점점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건, 아이와의 대화가 계기였다. 아이가 대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이다. 이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해 물어보면 그 아이들이 생각하는 미래가 디스토피아더라. 아름답지 않았다. 미래에는 환경이 나쁠 거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게,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진 못한다. 관심은 있어서 혼자 제로웨이스트를 알아보고 실천하곤 있었지만 그게 지적 즐거움에서 멈춰버리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인간 자체가 생존하는 것 자체가 민폐다.(웃음)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지구상에 인간만 사라지면…’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이 사이를 어떻게 조율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언 (20대) 환경 문제는 죄책감이라는 감정과 결부되어 있다. 위기감이 사람마다 격차가 크고, 환경 문제 논리가 사실 어떤 개인을 통한 수요 억제에 그치는 게 한계기도 한 것 같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그게 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건, 뭔가 절제를 요구하는 것도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 실천을 하고자 해도 어느 단계까지 실천해야 하나 고민도 한다. 이런 걸 적극적으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아 저에게는 언제나 판단 유보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환경이 좋아 보이는 것 같은 현상을 봤을 때, 환경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환기했던 경험. 그때 저는 환경에 대한 생각을 했다. 가장 근래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게 개인의 단계에서 실천이 가능한 문젠가? 개인이 부분적으로는 실천이 가능할지라도 국가가 모든 사람의 위기감과 환경 회복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파괴적인 행위를 하면?’ 이런 생각을 하며 무력감을 느꼈다.
류미 저보다 여러분이 책을 써야될 것 같다. 한 마디 덧붙이면, 환경에 대해 생각이 보태졌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미열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하더라. “미열이 있는 것 같아도 이렇게 아프게 느껴지는데, 지구도 하나의 생명인데 평균 온도를 높이면 얼마나 아플까”라고 하더라. 그 이야길 들으면서 우리가 지구를 하나의 생명으로 여기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 필환경: 알고도 실천하기 어려운
류미 이 책을 통해 실천을 제안하지만, 매일 열심히 하진 못한다. ‘환경을 생각하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해, 쓰레기를 줄여야 해, 많이 걸어야 해, 핸드폰 사용도 줄여야 해.’ 생각하지만 조절을 하려고 해도 실천 앞에서 편리함에 막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게 분하고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저도 잘 실천하고 있지 않지만, 하루에 몇 번씩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환경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환경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겠다!” 실천하는 것, 혹은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진 못하는 방법을 나눠보고 싶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어요.
제가 수백 번 말해도, 들을 사람만 듣고 실천할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만 말한다면 이 지구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땅에 돈과 가치를 매겨 함부로 대할 권리가 애초에 없었고,
그저 지구라는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정원사의 직책일 뿐이라는 걸 말이에요.”
『류미의 지구는 푸른색이 아니다』 (김류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