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느티나무도서관 여을환 코디네이터와
도서관과 사서, 이용자를 연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월간문헌정보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친환경과 도서관에 대한 도서관인들의 고민을 공유합니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2018년 6월부터 정식으로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일했어요. 그전에 지하철 서재 업무와 상주 작가 파견 사업에 참가한 경험이 있었고요. 도서관에서는 그림책 자료가 있는 ‘뜰아래’ 담당으로 시작해서, 비문학 자료와 ‘사회를담는컬렉션’이 있는 1층으로 옮겨서 컬렉션 담당 사서와 함께 컬렉션 관련 업무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도서관 분야 전공자가 아니어요.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이었고 어린이책과 독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요. 느티나무도서관에 들어와 그림책 자료실과 어린이 서비스를 할 때 그전 경험이 도움이 됐지요.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컬렉션은 사서들이 정한 주제와 맥락에 따라 관련 자료를 수집해 별치한 서가예요. “가르치기 전에 배워야 할 것들”, “나는 왜 이 일을 계속 하는가” 같은 제목 아래, 총류부터 역사, 그림책과 아동서까지 도서관의 모든 주제 장서에서 골라낸 자료를 배가하죠. 담당자가 있지만, 각 주제를 맡은 사서들이 협력해서 하고 있어요.
요약하면, 제가 하는 업무는, 예술 주제 자료를 수집하고, 데스크에서 이용자 대면 서비스를 하고, 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하는 분들을 만나고, 도서관 대외사업도 참가합니다.
Q. 친환경 도서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친환경 도서관이라니 낯설고 어색해요. 근데 요즘 ‘필환경’(: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을 아무도 낯설어하지 않잖아요. 집에서고 일하는 곳에서고 어디에서나 환경을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저 개인으로도 그래왔고, 느티나무도서관도 그렇게 해왔어요. 도서관은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이니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어떻게 하고, 저희처럼 텃밭을 만들어서 뭔가를 하는 것들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사회니까요. 느티나무도서관은 지하 포함 4층 건물이고 승강기가 있는데 '짐을 들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이용하도록 합시다.'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고, 계단에 계단 사용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새겨놓았어요. 코로나와 기후위기로 절박함이 퍼지기 전부터요.
Q. 도서관은 친환경적 공간일까요?
저희가 평소 달고 사는 질문이에요. 제 동료가 자기는 ‘종이 지옥’에 갈 거란 말을 입에 붙이고 살아요.(웃음) 도서관은 종이책을 수집하고 보존하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많이 버리기도 하는 공간이니까요. 신문과 무가지, 포장용지, 폐기자료들, 작업 결과물로 인쇄하고 버리는 종이들, 날마다 폐지가 쌓이죠. 친환경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데 '친환경적 공간인가'에 대한 대답은 못 하겠어요.
Q.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친환경적 노력과 해야 하는 노력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느티나무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정보서비스 기반으로 운영해요. 어떤 목적을 가지면 그 문제에 대한 이용자 반응과 질문도 살피고, 자료 수집부터 시작해서 참고서비스를 한다거나 컬렉션을 만들고 자료 이용이 잘 되도록 신경을 쓰는 거죠. 컬렉션 작업을 꾸준히 하니까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회 흐름들을 계속 살펴보게 되어서, 작년 초에 첫 컬렉션으로 기후위기 주제의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을 만들 때 완전히 처음 시작하는 주제는 아니었어요. 그전에 만든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가 될 수 없는 이유” “심플라이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도 관계가 있고, 작년을 거치며 “에너지를 경작하다” “도시에서 농사짓기” “자연에 가까운 삶” 같은 컬렉션을 다듬고 만들면서 더 뚜렷하게 부각하게 되었죠. 여러 번 논의를 해서 신문스크랩에서도 기후위기를 독립 주제로 분류했어요. 그전까지 기후변화 관련 기사들은 ‘생활 속의 재난’이나 ‘놓치기 아까운 기사’ 들에 스크랩되었다면, 이제 ‘기후위기’ 주제로 접근하도록 바뀌었어요. 지난해 3월에 기후우울증에 관한 참고서비스 요청이 있어서 답했었어요.
Q. 또 도서관에서 어떤 시도들을 할 수 있을까요?
도서관 살림을 바꾸는 것들도 있어요. 올해 1월에 자원순환 관점에서 실천할 것들을 찾기로 했어요. 복사용지를 재생용지, FSC(산림관리협회) 인증 제품으로 바꿨는데, 구입처 정보는 ‘플라스틱 프리 플랫폼’에서 쉽게 확인했어요. 4월부터는 회원카드에 비닐 코팅을 중단했어요. 버리는 플라스틱 카드를 재활용해요. 먼저 언제부터 바뀌게 된다고 알리고 카드 수집이용자들이 참여하는 과정이죠. 관내에 조그만 에스프레소기계가 있는데 종이컵을 쓰던 걸 없앴어요. 독일에서 실험한 결과 섭씨 85도 이상인 액체를 담았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흘러나온다고 매체에 알려졌으니까, 이용자들에게 설득할 근거가 분명했지요. 아직 못 바꾼 건 정수기에 사용하는 작고 얇은 종이컵이에요. 계속 고민해야죠.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문제가 안 되지만 앞으로 행사에서 음식 사용을 할 수 있게 되면 아마도 포장재 쓰레기가 많이 나오겠죠. 그전에도 일회용품을 최대한 안 쓰면서 해왔지만, 더 엄격해져야 할 테니까. 직원 식사에 쓰는 일회용기는 반찬공급업체와 합의해서 다회용기로 바꿨어요. 100%까지는 못돼도 80% 이상 줄었을 거예요. 또 직원들이 실천할 수 있는 건 전기 절약여요. 공식적인 제를 우리가 세우고 실천하자는 그런 의견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다음에 도서관에서 정기 구독하는 잡지 포장재를 지금 연간물 담당자가 열심히 조사하고 있어요. 필요 부수 이상 와서 버려지는 무가지들은 연락해서 줄였고요. 서로 불편해지지만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는 분위기여요. 회원카드 발급을 새로운 방법을 했을 때 이용자들이 다 잘 한다고 하시거든요.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포장재와 일회용품 사용 규제, 다회용기 도입 같은 사회변화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흐름을 계속 지켜보고 이용자들과 공유하고 방법을 찾아야 할 거 같아요. 하다 보면 도저히 안 되는구나 알게 되는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있구나 하는 것, 두 가지가 다 있어요. 후자는 보통 그 일을 하는 다른 단체와 시민과 연결되는 경우여요. 무색페트병을 수거할 여건이 안 돼서 용인시 정책이 더디게 가는 중인데, 같은 용인시의 다른 동 주민들이 무색페트병을 모으는 중이고 재활용 업체를 찾고 있단 걸 알게 됐어요. 플라스틱 용기 없이 소분해서 판매하는 가게들과 연결해서 도서관에 조그만 전시대를 만들게 됐고요.
Q. 짐작은 했지만 도서관에서 하는 일이 아주 많네요.
저희 도서관 힘으로만 하는 건 아니어요. 저희가 원래 있던 텃밭에다 올해 텃밭 상자 몇 개를 더 만들었는데 흙을 채울 돈이 없었어요. ‘숲과나눔’이라는 비영리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흙을 채웠어요. 이 동네 한살림에서 조합원들에게 홍보해 텃밭 분양받을 사람을 모집했고, 가족이나 개인들이 지원해 요즘 한창 재미나게 식물을 기르고 있어요. 텃밭이란 걸 처음 해보는 분들인데, 한살림 마을활동가들이 곁에서 가르쳐주고 거드니까 겁내지 않고 하시는 것 같아요. 개인보다는 여러 자원과 경험이 있는 단체들 힘이 조금씩 연결되어서 가능해졌어요.
올해 들어서 교육청에서 견학 방문이 많았어요. 학교 교육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배움을 얻는 데 한계가 있으니 학교 밖에서 지역에서 학생들 배움을 늘리는 게 방향이래요. 다행이지만 지금 변화 속도는 너무 느리죠. 툰베리가 기성세대한테 알려준 게, 우리 선택이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거였죠...
도서관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연결되면 좋겠어요. 뭐든 자기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도서관으로 더 연결되면 좋겠고, 기술이나 만든 걸 사줄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야말로 내가 있는 지역에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게 되면 좋겠죠. ‘디디의 옷실험실’은 기존 의류생산에 취업하는 데 회의를 느낀 졸업생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려는 시도고, ‘퀼트실버 스튜디오’는 자기가 가진 재능을 기존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 일로 만든 기혼여성의 시도고, ‘동네 전파사’는 거의 소멸한 직업을 되살려서 지금의 경제시스템이 낳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거예요. 개인이 선택한 미래와 사회가 가는 방향이 분명히 연결되어 있는데, 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요. 이런 시도가 해볼 만한 걸로 증명이 되면, 사회가 변하는구나, 변할 수 있구나, 어쩌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아요.
Q. 도서관이 친환경이 되려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도서관의 환경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도서관에서 종이팩과 무색페트병을 모으면, 묻는 분들이 많아요. 정말 끝까지 재활용되느냐고. 하다보면 조사를 안 할 수가 없어요.(웃음) 올해 1월에 환경 관련 지자체 조례를 조사했는데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었어요. 그전에는 일회용품 조례가 민간 영업자를 관리감독하고 단속하는 위주였는데, 지금은 공공기관들, 지자체가 출연해 운영하는 기관들에서 자체 기준을 제대로 세워서 실천하라는 쪽이 많았어요. 환경 관련해서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를 지원하는 공모가 매달 몇 개씩 나오는 것 같고, 뭔가 해보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사람들도 만나야 하지요. 그럴 때 도서관을 찾아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제 경험을 돌아봐도 도서관에서 사회 문제로 모이거나 해본 경험이 없어요. 관심을 가져보라 적극적으로 책을 소개받은 적도 없는 것 같네요. 사람들이 개인의 관심사와 욕구만 풀고 가지 말고, 연결을 경험하면 좋겠어요. “훌륭한 마을 뒤에는 훌륭한 도서관이 있다”던데. 어느 때보다 공통의 문제가 너무나 절박한 상태니까 지금이 기회 같습니다.
[출처] 25. 느티나무도서관, 여을환 ② |작성자 월간 문헌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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