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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밤의 도서관에서 만나요 #2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1-08-14 조회수 : 8,500

 

 

 

 

지난 7월 31일 저녁, <밤의 도서관에서 만나요> 토크를 열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비대면 토크!

 


 

건축학도들과 사서, 이용자들이 만나 작품의 뒷이야기를 듣고 질문과 소감을 나눴습니다.

함께한 건축학도는 <월간 도서관> 이건희, 임세은, <유령 도서관> 김정은, 박정원, <도서관 편집자> 강지영, 조은형 님. 

 

느티나무도서관 김경현 예비사서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이 시간 나눴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월간 도서관 

 

 

 

 

 

# 작품 소개

 

이건희, 임세은(월간 도서관) <월간 도서관>은 도서관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책장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에서 변하지 않는 구조체인 기둥에 책장을 넣고, 이 책장을 중심으로 사회의 요구를 담을 수 있는 방을 형성할 수 있는 도서관을 계획했다. 도서관은 세 동으로 나뉜다. 각각의 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설계했다.

 

“미래의 도서관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공간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내부를 채워가는 사서의 힘이 가장 크다는 걸 확인했다. “사서는 오늘을 주조한다”라는 표현을 썼다. 도서관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이다. 미래 도서관에서 사서 역할은 사람들의 변화하는 요구와 관심을 듣고 도서관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월간 도서관> 팀에게 묻고 듣다

 

Q. 변화하는 사회, 이용자의 경험이 반영되는 도서관을 계획했는데, 수영장 외에 생각해 본 공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건희, 임세은(월간 도서관) 월간 도서관은 오픈된 도서관이라서 어느 프로그램이든지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개를 꼽아보자면 요가책을 읽으면서 요가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질 수 있겠고,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리책을 보면서 직접 요리를 해볼 수 있는 쿠킹랩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요즘은 우유나 신문뿐만 아니라 식품, 영양제 등 다양한 구독제들이 있잖아요. 트렌드를 포착하는 도서관이라면 이런 구독제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월간도서관에는 어떤 구독제들이 생기게 될까요?

이건희, 임세은(월간 도서관) 구독제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일간 이슬아’라는 구독제인데,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자신이 쓴 짧은 글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좋은 부분도 있지만 작가들이 직접 플랫폼을 만들고 또 구독자들을 모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월간 도서관에서는 ‘나도 작가다’라는 구독제를 만들어서 매달 자신이 쓴 책을 직접 책장에 꽂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

 

유령 도서관 

 

 

 

 

 

# 작품 소개

 

김정은, 박정원(유령 도서관) 이다울 작가의 <천장의 무늬>(출판사)를 읽으면서 몸이 아픈 사람들과 도시의 틈에 대해 고민했고, 이를  공공도서관에서 풀어보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과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들에 대해 생각했다. 당연하게 생각했고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공모전의 시작이었다. 사용자에 따라 이동하는 일상 속 공유 공간을 생각했다. 교차로, 지하철 같은 교통 기반 시설이라고 생각했다. 

 

책뿐만 아니라 갈수록 다양해지는 정보의 형태와 매체를 서가에 담고 싶었다. 서가는 조립식으로 계획했는데, 지역과 주민별로 원하는 정보가 다를 거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시시때때로 바뀌는 도서관, 도시와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문턱 낮은 도서관이 되도록 설계했다. 기존의 도서관이 가진 엄숙한 이미지보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 <유령 도서관> 팀에게 묻고 듣다

 

Q. 이동 도서관인 ‘유랑이’에 싣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김정은, 박정원(유령 도서관) 유랑이가 도시로 출발하기 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각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자료와 프로그램 등, 서비스 신청을 미리 받는다. 자료를 신청한 주민들이 있는 곳으로 유랑이가 가고,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다. 특정한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도 유랑이를 이용할 수 있다. 유랑이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책과 서비스로 사람들을 만난다. 

 

Q. 몸이 아픈 사람들을 위한 공유 공간을 제안해 주신 것 같다. 모바일이라는 매체를 사용한다고 하셨는데, 모바일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이 이용하기 불편하지 않을까? 또 도서관의 위치가 계속해서 바뀐다면 시각장애인같이 정해진 길을 다니는 게 편치 않은 사람들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김정은, 박정원(유령 도서관) 유랑이가 돌아다니게 될 부산 시내 중에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향하고,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 않은 곳으로 스팟을 선정했다. 모바일 매체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이용하는 이들에 따라 서비스가 변화하고 순화하면서, 도서관이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편집자 




 


 

# 작품 소개

 

강지영, 조은형(도서관 편집자) 처음에 아이디어 디벨롭을 하면서 가장 먼저 김정운 작가의 <에디톨로지>(21세기북스)라는 책을 생각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방식에서 읽은 책들을 어떻게 엮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책을 학생들이 노트를 순서대로 쓰지 않고, 카드 형식으로 쓴다고 한다. 그래서 지식을 시퀀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소스로 받아들이고 그걸 잇는 방식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도서관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우리는 편집을 하는 도서관을 만들자’ 해서 <도서관 편집자>가 시작이 되었다.

 

지식은 편집의 대상이다. 지식을 자유롭게 수집하고 편집할 수 있는 도구인 인쇄기를 도서관에 적극적으로 도입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인쇄된 지식들을 배관을 이용해 책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창작과 공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도서관 편집자> 팀에게 묻고 듣다

 

Q. 본인이 이 도서관의 관장이 돼서 직접 사서를 뽑는다면, 어떤 사서일지 궁금해요. 이런 사서를 뽑겠다!고 든 생각이 있으신가요?
강지영, 조은형(도서관 편집자) 이 질문을 듣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답을 내는 것보다 질문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도서관과 사서에게 중요한 이야기다. 
 
그래서 사서들은 그런 질문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이런 질문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사람들끼리 모여서 토론하는 자리가 생길 수도 있고, 아니면 퍼포먼스가 이뤄질 수도 있고,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나. 
 
그런 과정에서 ‘나 이런 거 해보고 싶다’라고 제안을 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면 추천할만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Q. 도서관 안에서 다양한 편집행위가 일어난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그 경험에 대한 책자나 결과물들이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그 양도 엄청나게 많이 늘어날 텐데, 그런 결과물들을 어떻게 관리하실 건지, 보관이나 수납을 어떻게 하실 건지에 대한 얘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강지영, 조은형(도서관 편집자) 질문을 듣고 독립출판 강연에서 들었던 얘기 중 하나인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구가 요즘 점점 더 많아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질문과 비슷한 이야기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서와 함께 만드는 아카이빙 시스템이 중요해질 것 같다.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로 회의를 길게 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물을 이용자가 무료로 가져가게 할 것인지, 인쇄비같이 일정 금액을 받고 가져가게 할 것인지, 아니면 결과물 자체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되도록 도서관 서가에 둘지 많이 고민했다. 결론은 “자율로 남기자”였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 정말 마음에 들어 나만의 스크랩북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일정 금액을 내는 것이고, 도서관 서가에 꽂히길 바라면 기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효경 흔히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도서관의 이미지는 정숙하고 공부를 하며 책만 읽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건축학도 분들의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도서관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서서, 사회의 연결망으로서 도서관이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개별화가 진행된 오늘날의 사회에서, 더 이상 각각의 학문이 아닌, 문헌정보학과 그리고 건축, 건축과 문헌정보학의 융합된 전문적인 시선이 시발점이 되어서 또 다른 학문 간의 융합을 불러오는 시도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박동주(느티나무도서관 이용자) 정보와 사람, 공간 사이의 새로운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설계들이었던 것 같다.
 
 
박예진(느티나무도서관 예비사서 3기) 예비사서 수료하기 이전에 여러 작품들을 보고 나갔었는데, 그때 보면서 흥미로움을 많이 느꼈지만 신기함도 정말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일 년 동안 이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보냈지만, 문헌정보학과를 아직 졸업하지 못한 학생인데, 그러다 보니 아직 다양한 도서관을 접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될까 고민할 때 기존의 도서관 안에서 어떤 책을 수서를 하고, 또 어떤 활동을 하면서 보내게 될까를 고민했었는데, 오늘 들으면서 도서관에 개인적인 공간도 있고, 도서관에서 편집도 하고 (그런 아이디어들이 있었고), 그다음에 여러 도서관을 건축할 때 위치를 선정하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내가 했던 고민이 아직까지는 기존의 도서관에 머물러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앞으로 제가 머무르고 일해나갈 도서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는 것 같다.
 
 

 

 
채팅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금세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편 어둠이 찾아온 느티나무도서관 1층에선 <밤의 도서관>이 건축학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림학생건축상에 멋진 작품으로 참가한 건축학도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낭독과 첼로 연주를 선물했습니다.
 
 
‘내 도서관에서 잊혀진 책들은 조용히 지낼 뿐 주제넘게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잊혀졌었기 때문에, 그 책들에서 시들과 이야기들을 다시 읽으면 완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나는 전에는 한 번도 펼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책을 펼치고, 기막히게 감동적인 구절을 만난다. 그 구절을 절대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책을 닫지만, 책의 면지에서 보게 된다. 내가 젊고 더 똑똑했을 때, 예컨대 열두 살이나 열세 살쯤에 그 구절에 대해 표시해두었던 흔적 말이다. 레테 강은 내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다독거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죽은 로저 애크로이드를 누가 살해했는지 몰랐던 시절, 안나 카레니나의 운명에 눈물 흘렸던 소년 시절로 되돌아가게는 해준다.
 
나는 첫 단어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내가 진정으로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과거에 맛보았던 느낌을 잃어버려, 상처가 아문 후에 피부가 새로 돋을 때처럼 그 느낌을 되살려야 한다는 기분이 밀려온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뱀이 레테 강을 상징했다. 
 
                                                                                                                                                                                                                 <밤의 도서관>, 알베르토 망겔, 세종서적, p. 260-261
 

 

“자, 앞으로 1시간, 10시까지 느티나무도서관의 문은 닫히지 않아요.

작품을 감상하거나,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밤이 찾아온 도서관을 마음껏 누리세요. 

이곳은, 밤의 도서관입니다.”

 

 

 



 

 


 

모두가 도서관 공간을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미래의 도서관에 멋진 상상들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밤의 도서관이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곧 올라옵니다. 궁금하신 분들,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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