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버스킹04] 민복기 (제주시소통협력센터장) x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토크 후기
"공공 공간에서 함께 만드는 지식커먼즈 공간으로"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든 6월, 제주도에서 느티나무도서관과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만났습니다.
"당신을 제주에서의 질문산책으로 초대합니다.
전시가 열리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1층 공간을
산책자의 태도로 자유로이 거닐다보면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고
내가 몰랐던 다른 삶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이 곳에서는 당신과 비슷한 질문을 고민하는 이들을 만날 수도 있고,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두 기관이 만난 곳은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제주 사람들의 질문이 전시된 <질문산책>전.
제주 시민들이 던진 52개의 질문과 16종의 컬렉션이 기다리는 곳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질문을 발견하고 컬렉션과 연결 시키는 참여했고, 네 번째 컬렉션 버스킹을 열었습니다.
지난 6월 15일에는 20주년을 맞은 사립공공도서관과 이제 첫발을 떼는 센터의 두 대표가 만나
코로나 이후 시민의 성장에 대한 각자의 꿈과 고민, 연대의 전망을 나눴습니다.
<질문산책> 전시장 풍경. 은행이었던 공간을 최소한만 리모델링하고, 사용했던 가구를 업사이클링 해 전시에 활용했습니다.
전시장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보다는 옛 건물의 쓰임새와 흔적이 드러난 가구들이 돋보입니다.
시민들의 생생한 질문들.
카드로 재탄생해 전시장에 놓였습니다.
이곳에 들른 누구나 마음에 와닿은 질문 카드 1장을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6월 15일은 '질문'에 대한 질문을 교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질문들을 아울러, 공공 공간과 지식 공유 공간의 경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 1층 '사회를 담는 컬렉션'도 함께 바다 건너 전시되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도시, 살아갈 도시> <컬렉션의 이유>가 전시장 한 켠에 자리 잡았습니다.
두 대표가 이야기 나눈 자리는 제주도의 상징 '불턱'을 연상시키는 컬렉션 버스킹 서가.
불턱은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으로, 제주 해녀 공동체의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참가자들도 함께 둘러앉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라이브 방송을 활짝 열어 두기도 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질문이 시작되는 곳
박영숙(느티나무도서관장)
전시 컨셉이 '질문산책'이다. 보통 새로 시설이 생길 땐 계획이 거창하고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산책'이라고 하니 여유롭게 다른 생각을 갖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기획을 했나?
민복기(소통협력센터장)
소통협력센터는 제주 지역에 있는 일상생활의 문제나 현안을 주민들과 함께, 주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곳.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문제 해결 플랫폼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센터 문을 열기 앞서 제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제주 지역은 이런 게 문제일 거야.”라고 센터측에서 정의해버리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묻고 그 안에서 방향점을 찾아내, 질문자들을 연결하는 게 전시의 목적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각자가 마주하는 질문들로부터 시작된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기획 태도와 방향이 센터에서 이루어질 많은 활동에 반영 될 것 같다. '질문산책'에서 모인 질문 중에서 센터장님에게 와닿았던 게 있나.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우리가 살아온 도시, 살아갈 도시> 컬렉션 인상적이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최후의 전환>도 좋았다. 소통협력센터가 강조하는 '커먼즈' 개념과도 연결된다. 커먼즈란 말이 어렵다. 어떻게 해야 쉽게 풀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 둘이 대화하는 공간은 해녀들이 공유하는 '불턱'이라는 공간을 모티프로 한 곳이다. 지역 문화에 녹아있는 '커먼즈'를 현대적으로 풀어낼 방법을 궁리 중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사회를 담는 컬렉션'이 있지 않나.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1층 입구에 컬렉션이 있고, 천장에 커다란 물음표가 달려있다. 도서관의 상징이다. 물음표라는 게 사실 모든 것의 시작이다. 변화, 시도, 발견의 출발은 물음표가 아닌가. 우리는 코로나19로 당연하고 익숙하던 게 한 순간에 닫히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정말 당연할 것, 늘 그럴 것, 변하지 않을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한다. 평소에 무디어지고 익숙해져서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존엄하고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질문을 갖는 것. 느티나무도서관은 이 생각을 공유하며, 도서관은 들어와 답을 얻기 위해 질문하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에 와 자기에게 필요한 질문을 발견하는 곳이라고 다시 정의했다.
(사진: 느티나무도서관 1층 한복판에 걸린 물음표)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그런 철학을 수서회의에서 어떻게 녹여내는지 궁금하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책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책에서 시작하지 않고 사람들의 삶에서 시작한다. 사회의 풍경을 읽고 어떤 책이 새로 나왔는지 살핀다. 이야기 나눈 사람들의 표정을 봤던 사서들이 그 느낌을 가지고 그들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는 거다. ‘나로부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삶에서 시작하자고 한다. 이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다 해서 시민 모두의 현안을 고민해 책을 고르는 거창한 일은 아니다. 어제 오후 도서관에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던 어린 이용자, 갓 태어난 아기의 보호자들, 자원활동가들처럼 사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에 집중한다.
센터와 느티나무도서관이 모색하고 고민하는 내용이 비슷하다. 특히 지식. 우리는 “지식을 동사화하자!”를 모토로 내건다. 흔히 도서관 하면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책을 보고 아득해지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지식은 그저 쌓아두기만 하고, 사람들은 압도돼서 뭘 할 여지가 없을 것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깝다. 내 삶의 길을 찾아가며 맺어지는 상호작용과 관계, 과정. 그 자체를 지식이라고 부르고 그를 위한 공간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이런 상호작용으로 살아나야 도서관의 박제되었던 책이 생명력을 얻지 않을까 싶다.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식, 노하우를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도록 북돋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나 노하우를 나누자는 '커먼즈'는 번역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공유지, 공유재는 물리적인 공간이나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 같고, 공유라는 단어에도 소유한다는 '유有'가 들어간다. 우리가 공기를 소유한다고 말하지 않듯, 커먼즈는 소유라는 것 자체와 다른 개념이다. '커먼즈'라는 말을 어려워하면서도 왜 그렇게 바랄까? 생각해보면 익숙하지 않고 낯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내가 일한 만큼 벌고, 내가 지불한 만큼 얻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려니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우리가 만들어가야하는 새로운 원리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지식이나 노하우를 공유하냐 물으셨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낯설면 불안하다. 누가 보증해준 것도 없고 확인한 것도 없으니 위험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긍정적인 경험이 힘이 된다. 사람들이 한 번 경험하면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 해 보자는 엄두를 내는 것 같다. 신뢰 받고 존중 받는 경험, 다른 이웃들도 함께 해 괜찮을거란 경험을 한 번 두 번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신뢰받는 경험이 쌓이면 커먼즈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커먼즈라는 말이 낯설고 어렵다 보니 '소통협력센터'라는 곳도 어려워하더라. 기관을 소개할 때 뭘 하는 곳인지 길게 설명한다. “그래서 그게 대체 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웃음) 설명하기 힘들다. 소통협력센터는 어떤 방법으로 신뢰 받는 경험을 나눌 지 고민된다. 느티나무도서관의 태도와 방식 참고된다. 지식의 동사화, 커먼즈를 어떤 식으로 구현해야 지역에 잘 녹아들까? 방법을 더 궁리해보겠다.
바쁜 월요일 오후, 시간 내어 방문해주신 분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두 대표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이웃들이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연구실, 실험실이 되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