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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버스킹04] "공공 공간에서 함께 만드는 지식커먼즈 공간으로" 토크 후기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0-06-25 조회수 : 9,999

[컬렉션 버스킹04]  민복기 (제주시소통협력센터장) x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토크 후기  

"공공 공간에서 함께 만드는 지식커먼즈 공간으로"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든 6월, 제주도에서 느티나무도서관과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만났습니다. 

 

 

 

"당신을 제주에서의 질문산책으로 초대합니다.

전시가 열리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1층 공간을 

산책자의 태도로 자유로이 거닐다보면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고

내가 몰랐던 다른 삶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이 곳에서는 당신과 비슷한 질문을 고민하는 이들을 만날 수도 있고,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두 기관이 만난 곳은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제주 사람들의 질문이 전시된 <질문산책>전.    

제주 시민들이 던진 52개의 질문과 16종의 컬렉션이 기다리는 곳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질문을 발견하고 컬렉션과 연결 시키는 참여했고, 네 번째 컬렉션 버스킹을 열었습니다. 

 

지난 6월 15일에는 20주년을 맞은 사립공공도서관과 이제 첫발을 떼는 센터의 두 대표가 만나 

코로나 이후 시민의 성장에 대한 각자의 꿈과 고민, 연대의 전망을 나눴습니다.

 

 

 

<질문산책> 전시장 풍경. 은행이었던 공간을 최소한만 리모델링하고, 사용했던 가구를 업사이클링 해 전시에 활용했습니다. 

전시장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보다는 옛 건물의 쓰임새와 흔적이 드러난 가구들이 돋보입니다. 

 

 

 


 

 시민들의 생생한 질문들.

 

 

카드로 재탄생해 전시장에 놓였습니다. 

이곳에 들른 누구나 마음에 와닿은 질문 카드 1장을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6월 15일은 '질문'에 대한 질문을 교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질문들을 아울러, 공공 공간과 지식 공유 공간의 경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 1층 '사회를 담는 컬렉션'도 함께 바다 건너 전시되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도시, 살아갈 도시> <컬렉션의 이유>가 전시장 한 켠에 자리 잡았습니다.

 

  

두 대표가 이야기 나눈 자리는 제주도의 상징 '불턱'을 연상시키는 컬렉션 버스킹 서가. 

불턱은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으로, 제주 해녀 공동체의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참가자들도 함께 둘러앉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라이브 방송을 활짝 열어 두기도 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질문이 시작되는 곳 

 

박영숙(느티나무도서관장) 

전시 컨셉이 '질문산책'이다. 보통 새로 시설이 생길 땐 계획이 거창하고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산책'이라고 하니 여유롭게 다른 생각을 갖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기획을 했나?


민복기(소통협력센터장)

소통협력센터는 제주 지역에 있는 일상생활의 문제나 현안을 주민들과 함께, 주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곳.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문제 해결 플랫폼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센터 문을 열기 앞서 제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제주 지역은 이런 게 문제일 거야.”라고 센터측에서 정의해버리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묻고 그 안에서 방향점을 찾아내, 질문자들을 연결하는 게 전시의 목적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각자가 마주하는 질문들로부터 시작된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기획  태도와 방향이 센터에서 이루어질 많은 활동에 반영 될 것 같다. '질문산책'에서 모인 질문 중에서 센터장님에게 와닿았던 게 있나.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우리가 살아온 도시, 살아갈 도시> 컬렉션 인상적이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최후의 전환>도 좋았다. 소통협력센터가 강조하는 '커먼즈' 개념과도 연결된다. 커먼즈란 말이 어렵다. 어떻게 해야 쉽게 풀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 둘이 대화하는 공간은 해녀들이 공유하는 '불턱'이라는 공간을 모티프로 한 곳이다. 지역 문화에 녹아있는 '커먼즈'를 현대적으로 풀어낼 방법을 궁리 중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사회를 담는 컬렉션'이 있지 않나.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1층 입구에 컬렉션이 있고, 천장에 커다란 물음표가 달려있다. 도서관의 상징이다.  물음표라는 게 사실 모든 것의 시작이다. 변화, 시도, 발견의 출발은 물음표가 아닌가. 우리는 코로나19로 당연하고 익숙하던 게 한 순간에 닫히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정말 당연할 것, 늘 그럴 것, 변하지 않을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한다. 평소에 무디어지고 익숙해져서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존엄하고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질문을 갖는 것. 느티나무도서관은 이 생각을 공유하며, 도서관은 들어와 답을 얻기 위해 질문하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에 와 자기에게 필요한 질문을 발견하는 곳이라고 다시 정의했다.

 



(사진: 느티나무도서관 1층 한복판에 걸린 물음표)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그런 철학을 수서회의에서 어떻게 녹여내는지 궁금하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책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책에서 시작하지 않고 사람들의 삶에서 시작한다. 사회의 풍경을 읽고 어떤 책이 새로 나왔는지 살핀다. 이야기 나눈 사람들의 표정을 봤던 사서들이 그 느낌을 가지고 그들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는 거다. ‘나로부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삶에서 시작하자고 한다. 이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다 해서 시민 모두의 현안을 고민해 책을 고르는 거창한 일은 아니다. 어제 오후 도서관에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던 어린 이용자, 갓 태어난 아기의 보호자들, 자원활동가들처럼 사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에 집중한다. 

 

 


# 커먼즈(Commons)? 지식의 동사화?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센터와 느티나무도서관이 모색하고 고민하는 내용이 비슷하다. 특히 지식. 우리는 “지식을 동사화하자!”를 모토로 내건다. 흔히 도서관 하면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책을 보고 아득해지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지식은 그저 쌓아두기만 하고, 사람들은 압도돼서 뭘 할 여지가 없을 것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깝다. 내 삶의 길을 찾아가며 맺어지는 상호작용과 관계, 과정. 그 자체를 지식이라고 부르고 그를 위한 공간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이런 상호작용으로 살아나야 도서관의 박제되었던 책이 생명력을 얻지 않을까 싶다.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식, 노하우를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도록 북돋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나 노하우를 나누자는 '커먼즈'는 번역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공유지, 공유재는 물리적인 공간이나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 같고, 공유라는 단어에도 소유한다는 '유有'가 들어간다. 우리가 공기를 소유한다고 말하지 않듯, 커먼즈는 소유라는 것 자체와 다른 개념이다. '커먼즈'라는 말을 어려워하면서도 왜 그렇게 바랄까? 생각해보면 익숙하지 않고 낯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내가 일한 만큼 벌고, 내가 지불한 만큼 얻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려니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우리가 만들어가야하는 새로운 원리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지식이나 노하우를 공유하냐 물으셨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낯설면 불안하다. 누가 보증해준 것도 없고 확인한 것도 없으니 위험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긍정적인 경험이 힘이 된다. 사람들이 한 번 경험하면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 해 보자는 엄두를 내는 것 같다. 신뢰 받고 존중 받는 경험, 다른 이웃들도 함께 해 괜찮을거란 경험을 한 번 두 번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신뢰받는 경험이 쌓이면 커먼즈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커먼즈라는 말이 낯설고 어렵다 보니 '소통협력센터'라는 곳도 어려워하더라. 기관을 소개할 때 뭘 하는 곳인지 길게 설명한다. “그래서 그게 대체 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웃음) 설명하기 힘들다. 소통협력센터는 어떤 방법으로 신뢰 받는 경험을 나눌 지 고민된다. 느티나무도서관의 태도와 방식 참고된다. 지식의 동사화, 커먼즈를 어떤 식으로 구현해야 지역에 잘 녹아들까? 방법을 더 궁리해보겠다. 

 

 

# 공간에 쌓이는 시간의 힘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면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조직은 행정과 연결되고 세금을 통해 운영한다. 성과를 보여야 하는데 가끔은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은 만남과 구체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려면 중간조직이 갖고 있는 한계와 장점을 잘 파악해 균형감을 찾아야 하고, 지역이 바라는 속도와 관점이 있으니 그들이 살아왔던 삶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질문을 표현해내는 방식, 소통하는 방법에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어려운 점은 변화에 대한 불안, 저항감을 해소하는 일. 지역 안에서도 변화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고, 낯설어하는 이도 있지 않나. 느티나무도서관은 어떤 고민을 하나.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생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한다. 대신에 상대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실험실이라는 말을 듣는데, 실험실이라기보다는 실험적인 조직인 것 같다. 실험은 통제와 변수가 필수인데 우리는 둘 다 내려놓는다. 평가 기준에 벗어나 실험적인 행위가 가능하다. 소통협력센터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중간지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시간의 힘을 믿자. 무엇인가가 쌓였을 때 갖는 힘이 있다. 이제는 한 기관의 성과를 방문자, 활동 프로그램 수로 환산하기 어렵다. 시민의 한 마디 “내 삶이 괜찮아졌어요.”라는 한 마디를 듣는 것도 굉장히 큰 성과다. 이런 것은 통계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그러려면 훨씬 구체적인 작은 만남, 작은 순간, 관계들에 몰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간절해도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과 이해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말을 걸기 어렵다. 느티나무는 이 점을 무수한 실패와 실수를 겪으며 배웠다. 또  정말 절실하다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그 시간동안 함께 일하는 이들이 서로를 북돋으면서 가는거다. 




# 질의응답



Q. 코로나 시대의 소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소통의 방식이 더 세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않고는 불가능한 상호작용이 있다. 소통의 본질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화상회의, 비대면 강의 등 만남이 시도되고 온라인 캠페인도 활발하다. 모두 연결을 위한 것이다. 만나기 위해 방법들이 다양해지는 것이지, 기존의 세상이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가 소통의 방법이 통째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소외되는 정보 격차 문제도 발생한다.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기획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르는 인구가 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이 지역이 됐다.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 삶터에서 머무는 걸 전제해 도서관 활동을 기획해볼 수 있겠다 싶다. 지역에서 먹고 사는 일과 연결되는 일들. 또 하나는 웨비나(Webinar)라고 불리우는 실시간, 양방향 온라인 세미나다. 이번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온라인 토크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해외 인사를 초청하는걸 어렵게 생각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지구촌 곳곳의 작은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Q. 박영숙 관장님, 만약 재정에 대한 제약 없이 느티나무도서관에 새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곳을 만들고 싶으세요?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벌어 먹고 사는 데 도움되는 공간.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스타트업을 응원하고 있다. 사람들이 장비와 공간을 쓰는 것을 넘길 바란다. "이 아이디어 좋은데? " 하면서 각자 가진 힘을 보태고 그게 먹고 사는 일로 이어지길 바란다. 




Q. 공공도서관 사서입니다. '우린 뭘 해야 할까?' 고민합니다. 공공도서관이 더욱 집중해야 할 역할은 뭘까요?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이제 시대의 요구가 달라졌다.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제공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도서관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정보 문제가 너무나 다양해졌고 답도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예전처럼 하나의 답을 제시해 뿌리면 그게 적용되는 사회가 아니다. 개인 한 명 한 명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그가 답을 찾도록 북돋고, 함께할 사람을 매개하는 역할. 그리로 간다면 도서관 사서가 할 일 너무 많지 않나? 이렇게 변화하지 않다면 도서관이 스스로 이어갈 이유를 놓아버리는 것 아닌가 싶다. 변화를 위해 사서 개인에게 의지와 동기를 가지라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과 평가구조를 바꿔야 한다.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장) 
프로그램 중복에 대한 우려를 내려놓았으면 한다. 다양한 역할을 기관 구분 없이 여러 군데에서 다 해도 괜찮다 생각한다.  지역 문제 해결에도 한 가지 답만 있지 않다. 이렇게도 보고 질문을 갖고 고민하는 것들인데 공공도서관도 그렇게 되지 않나 싶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본인들만의 컨텐츠를 찾아내고, 오래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새로운 컨텐츠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할 마음을 먹진 않는다. 사람들하고 관계 맺는 방식이나 태도를 공공도서관에서 어떻게 바꿔나갈지 각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 따라 선택과 집중하며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 


  

 

 

 

 

 

바쁜 월요일 오후, 시간 내어 방문해주신 분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두 대표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이웃들이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연구실, 실험실이 되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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