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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남의부모 남의아이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7-12-26 조회수 : 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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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22일 저녁,
B1층 뜰아래에서 남의 부모 5명과 남의 아이 5명이 만났습니다.


사춘기 내 아이에게 차마 묻지 못했던 이야기,
부모에게 말하기는 어색했던 이야기들을
시원하게 묻고 듣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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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 친구, 성적, 연애, 머리/옷, 언어습관, 성차별.
모이기 전, 문자로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주제를 받았었는데요.
표를 가장 많이 받은 성적과 연애, 머리/옷, 언어습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감자, 토마토, 오이, 가지, 양파.
말, 뱀, 키위새, 닭, 너구리.
남의부모는 채소 별명을, 남의아이는 동물 별명을 썼습니다.

오갔던 많은 이야기 중,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던
연애와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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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토마토
- 조카가 고등학교 때 학원에서 연애를 했어요. 함께 있고 싶다 보니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언니가 자꾸 일정을 따지는 거죠. 너 어디냐? 언제 오냐?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답답하니까 틈을 보고. 그걸 계속 하다가 결국 사이를 갈라놓았어요. 지켜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내 부모라면, 내 연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 독일에서 생활하는 여성이 쓴 책에서 본 내용인데, 저자는 아이가 열 살 때 성관계하는 법을 직접 알려줬대요. 이렇게 하는 거다 하고. 나도 이런 엄마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왜냐면 내가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지 않아서 내가 모르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것에 대해 많이 고민이 되었기 때문에.


감자
- 우리 세대와 많이 다르다고 느껴져요.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연애를 하면서도 관심사를 두루두루 챙기는 아이가 있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아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성별의 차이도 있지 않을까? 아마 고등학생쯤 되면 한참 공부할 나이에 그러면, 부모로써 고민이 될 것 같기도 해요. 공부도 내 아이가 잘하면서 연애도 한다면 좋겠지만.



- 성적이랑 학업에 치중되지 않고 연애에 관련된 논의를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떠나서 연애 자체만 말한다면. 부모님에게 성적 외에 걱정되는게 뭘까요? 학업 외에 부모가 연애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이... 저는 사실 거의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저희 집은 성에 있어서는 섹스의 S자도 못 꺼낼 정도로 터부시하는 분위기에요. 초등학교 5학년때 포르노를 처음 접했는데, 저는 중학교 1학년때까지 아빠한테 학이 아이를 데려다 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요즘 와서는 몇번 성 관련 논의를-의제를 집으로 가져와보려고 했어요. 페미니즘이나 퀴어 같은. 그런데 안 먹히더라고요.
사회적으로 다시 리부팅되고 있는 페미니즘을 충분히 그냥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꺼낼 수 있는 주제로 꺼냈지만 그런 것 조차도 그렇게 치부되는게...


가지
- 성관계에 대해서는 부모들이 상상하는 것 외로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요. 아이들이 일찍 성교육을 받고 무엇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우리 때보다 뚜렷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성적 외에 큰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어요.

- 부모도 처음부터 모두 꽉 막혀 있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분위기 속에서도 돌파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그 쪽으로 부모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싶다면 부모님이 성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는 어떤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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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감자
- 저희 세대는 성적순에 따라 학교를 가고 학과를 정했어요. 이 과 어때? 싫어요만 아니면 선생님도 써 주셨고. 그러다 보니 행복이 마치 성적순인 양 살았고. 그런데 살아보니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내 자식은, 이렇게 키우면 안 되겠다.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유턴한 친구들 되게 많아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갔지만  행복하지 않은 거에요. 내 아이는 그런 길을 가게 하고 싶지 않은 거에요.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내 나이 서른까지 이게 내가 원하는걸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뭐가 도움이 될까요?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오이
-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 떠밀지 말자, 하면서도 유혹에 흔들릴 때가 있어요. 저는 애한테 스트레스만 안 줄 뿐이에요. 잔소리 안 하고 그렇다고 뭘 찾아라 이런 이야기도 안 하고. 항상 불편한 이야기 서로 안 하고. 크게 반항하는 것도 없는데 기다려주는 입장인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키위새
- 성적이 많이 걱정되실 건 아는데. 그 전에, 좋아하는 거에 대해서 한번 좀 관찰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좀 지켜보고, 이 아이가. 이 친구가 뭘 좋아하는지. 정말 사소해보이는 거라도 좋아하는게 없을 수는 없거든요, 사람이. 소소하게 음악을 듣는걸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 끊임없는 딜레마인 것 같아요. 저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입시 준비가 아닌 공부를 하고 싶은데. 그리고 공부밖에 잘하는게 없는데. 그게 너무 하기 싫은거예요.
여러 경험을 시켜준다고 해서 그 아이가 뭘 빨리 찾게 되는 거 아니에요. 저 유명했어요. 부모님이 여기저기 되게 많이 데리고 다녔다고. 오히려 부모님이 저를 제한하시면서 역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됐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크다고 봐요.



- 저는,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성적으로 뭘 이야기들은 적 없고 부모님이 보셨던 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것만 보셨어요. 그렇게 해서 저는 좋은 결과를 냈고 그래서 부모님이 도와주신 건 제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밖에 없었어요.
- 꿈을 찾는 데에는 꿈을 찾는 공식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들어보면 자꾸 방법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세요. 그런데 꿈을 결국 찾는 거는 누가 찾아주는게 아니라 애가 찾는 거예요. 자기의 잠재력은 이미 있을지 몰라요. 다만 아직 모를 뿐이지. 자유분방한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건 하나의 방법일 뿐이고 아이가 주도해서 찾았다는 거예요.



- 저는 여기에 오기 딱 삼십분 전에 갈등을 하고 왔어요. 집안 어른들이 모두 학벌이 좋으세요. 그래서 자식인 저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데 진짜 그게, 힘들어요. 모든 대한민국에 계신, 모든 학부모님들이 넌 인서울 해야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데. 인서울에 들어가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집에서 인서울 하라 하면 분명 떨어지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근데 그게 제가 아니어야 하는 거예요.

토마토
- 나는 스물 세 살에 내가 공부하고 싶은 걸 찾았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걸 찾으라는 건, 강요예요. 지금도 좋아하는 게 되게 많거든요? 제가 부모로써 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나라는 사람이 잘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내 아이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중요하지. 내가 좋아하는 걸 찾으면, 이 아이도 찾아가요.

- 내 아이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페미니즘과 퀴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내 아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내 아이가 레즈비언이 된다면 그건 그 아이의 성적 정체성이기 때문에 바꿔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이 열어두려고 계속 관심을 두는 거에요. 내가 성장한 과정이, 내 부모가 날 그냥 믿어줬으니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 믿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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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워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의' 부모로, 아이로 듣는 시간.
못 다한 말들이 아쉽지만,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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