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서, 고생합니다> 저자초청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
지난 7월 27일 토요일 오후 2시, <사서, 고생합니다>저자 임수희 사서의 초대로 함께 모였습니다.
<사서, 고생합니다>(임수희 지음, 수이출판)는 저자가 공공도서관에서 2년 조금 넘는 기간동안 근무하며 겪었던 일들을 담은 책입니다.
「천방지축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적응기, 혹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시트콤보다도 웃긴 이야기. 사서의 삶이 갑자기 시작되어 사서로 성장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 왜 그런 책이 한국에는 없을까. 대뜸 “저, 책 쓰려구요.”라고 선언한 뒤 시작해 버렸다. _미리하는 이야기 中」
책을 쓰게 된 계기로 이야기를 열었습니다.
“퇴사를 하면서 도서관 안 경험을 잊게 되는 것이 아쉬운 마음에 '퇴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사서라는 직업을 애정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마무리 해 책이 되었어요.”
출간 직후 사서들과 문헌정보학 신입생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문헌정보학과 신입생에게 메일을 받았어요. 책에 있는 이용자 응대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어떻게 했을까 생각도 해보고 같이 짜증도 내어주고 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서 선배님들에게 고맙고, 이 길을 가고 있어서 좋다는 말을 전했어요.
선배님이 작가가 되어주신 덕분에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많이 알게 되었다고 보내주었어요. 메일을 받고 '더 열심히 쓸 걸, 난 좋은 선배가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터뷰를 담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인터뷰이들이 워낙 훌륭해서요.”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사서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여지길 원하는가?'였어요. 누군가가 '그래서 너네가 하는 일이 뭔데?'라고 물으면 정확히 답해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요. 그런데 지금도 저는 정리를 못하겠어요. 누가 똑 부러지게 사서가 하는 일을 정리해주었으면 할 정도로요.”
“사서는 무슨 일을 할까요? 저는 일을 그만두기 직전까지 자료 구입 업무를 맡고 있었어요. 자료를 구입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아요. 출판되는 책 혹은 도서관에 없는 책을 살펴보아야 하고요. 그리고 책을 또 골라요. 공간에 꽂을 수 있는 책의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사서들은 이 한정된 공간에 얼마나 좋은 정보를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죠.
그런데, 이걸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팀별로 일을 하기도 하고 부서가 나눠지기도 하죠. 고르기만 해서는 도서관으로 책이 올 수 없어요. 누군가는 주문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지불을 해야 해요. 그리고 마크 작업도 해야 하죠. 그건 책을 도서관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찾기 쉽게 가공하는 일을 의미해요. 마크 작업이 되면 라벨을 프린트해서 붙여야 하고 또 서가에 꽂아두기까지 끝나야 비로소 여러분들이 책을 빌릴 수 있게 되죠. 이건 사서가 하는 일중에 하나인 자료 구입일뿐이에요.”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 혹은 사실이 아닌 편견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다. 사서가 하는 일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런 일들 도 합니다.” 정도는 전달하고 싶었다. 결국, 사서가 하는 일을 간결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나 구구절절 긴 이야기를 적은 것 같다. _ “문 닫고 대체 뭘 하는데요?”」
이어 책 부록 인터뷰에 참여한 사서들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문헌정보학과 신입생부터 4년 차까지, 경력이 길지 않은 사서 다섯 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서와 이용자 간의 거리, 그리고 슬럼프에 빠지면서도 사서를 계속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를 빨리 진정시키지 않거나 호되게 타이르지 않으면 질책 당해요. 도서관 내에서 정숙해야 하나,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사서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면 경직이 되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하면서 도망가요. 그런 상황에서는 보호자도 사서를 경계하는 눈으로 봐요. 다른 공간에서의 경험 탓이겠죠. 사회가 아이들이 자라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아요.”
“사서는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직업이 맞아요. 그런데 이용자와 사서의 관계가 일방적이면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용자가 민원인이 되어버리면 사서가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은 사과예요. 심지어 사서와 사적인 대화 금지라는 안내문이 걸린 도서관도 봤어요. 이용자와 사서 간의 거리를 생각하게 됐어요.”
“민원이 많은 곳일수록 자연스럽게 사서의 태도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이용자가 말을 걸면 먼저 경계부터 하게 되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지? 하고. 처음에는 그런 분위기가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 응대하면서 알게 됐어요."
"카운터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곤 하다 보니 사람들이 아주 붐비는 방학이 되면 슬럼프로 쉽게 빠져요. 보통은 한 사람에게 집중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어떤 책을 집어 들고 어떤 책은 다시 내려놓았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대화를 여과할 시간도 필요하고요. 30초마다 한 명에게 책을 대출/반납해줘야 하는 방학이 오면 가끔은 사람들로부터 숨고 싶어 질 때가 있고 이럴 때 이용자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하죠. 하지만 이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 역시 이용자의 힘이에요. 부탁하지 않아도 책을 정리해주고, 혹시 도와줄 일이 없냐고 먼저 말을 건네 오는 사소한 순간들. 이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계속할 원동력을 주는 것 같아요."
"도서관이 한번 세워지면 그 자리에 언제까지고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진 않잖아요. 그래서 도서관을 어떻게 오래오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아직 답은 찾지 못했지만 이것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찾아주겠죠.”
질의응답
질문 1) 인사 담당자가 된다면 어떤 사람을 동료 사서로 뽑고 싶으세요?
사서는 마침표를 찍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질문을 계속하고 그 질문을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질문 2) 3년 차 사서인데,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려워요. 이용자 응대 팁이 있을까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대답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정 안 되면, 이용자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괜찮다는 걸 생각하면 좋겠어요.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안내문으로 숨어서 말을 걸 수도 있고요.
질문3) 이상적인 미래 도서관, 사서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제가 진로를 정할 때부터 쭉 그랬는데, 직업 도감을 보면 사서는 미래에 유명한 직업이라고도 하고, 사라질 직업이라고도 해요. (웃음)
미래 기술을 이용하면 책과 관련된 업무에 있어서 정확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겠죠. 그렇지만 사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도서관 카운터에 앉아있는 사서가 이용자들의 삶에 말을 직접 건네고 뛰어드는 모습을 상상해요.
지금 도서관과 사서의 이미지. 깐깐하고, 예민한 모습. 그런 편견을 깨고 싶어요.
도서관을 채우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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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합니다』 (임수희 지음, 수이출판)은 독립서점과 각 독립서점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입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