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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자원활동후기] 바느질이, 책이, 사람이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5-07-18 조회수 : 8,861

바느질하며 책 읽는 모임?
느티나무도서관 아기그림책꽂이 위에 손바느질로 만든 기차모양 서가사인이 걸린다고 합니다. 내가 볼 책은 내가 골라 담아가자고 만든 가방도 한 땀 한 땀 이어진 실들로 서로 다른 모습을 뽐내게 되었지요. 바로 책 읽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바느질하는 자원활동가들이 만든 작품입니다. 바느질하며 책을 읽는다고? 궁금한 분들을 위해 살짝 들여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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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소리를 벗삼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자원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매주 화요일 뜰아래(B1) 서고에서 모여 도서관에 필요한 소품이나 서가사인을 손바느질로 만든다. 바느질이 시작되면 누군가 책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읽어주는 소리에 귀를 열어두고 바느질을 한다. 바느질이라는 것이 사담을 나누는 빨래터 같은 분위기라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지라 모두들 책 읽어주는 바느질 모임을 신기해했다.
천 위에서 바늘이 춤추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조용해진다. 책 읽는 소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언제 책 읽어주실 거예요?” 쑥스러운 듯 미소를 머금고 물어보는 분도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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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크레어가 크리머에게 협박당하며 괴로워하는 부분을 읽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새어나온다. 안타까움이다. 다행히 오늘, 싱크레어가 데미안의 도움으로 ‘밝은 세상’으로 나오는 부분을 읽었다. 이번에는 싱크레어의 부모가 된 듯,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책 읽어주는 소리도 편안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카인과 아벨’ 부분을 다 읽고 나자 활동가 한 분이 말을 꺼낸다. “전 태어나서 누군가 저에게 책 읽어주는 걸 들은 게 처음이예요. 그런데 이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하고 웃는다. 자연히 이야기는 『데미안』으로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한 분은 얼마 전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책 이야기를 꺼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받았는데 그 안에 친구의 책 읽은 소감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첫 장에 느낌을 적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한 번 마지막 장에 적어두었다고 한다. 친구의 그 두 가지 소감과 본인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 이 세 가지가 각각 다르게 와 닿아 무척 놀랍고 신기했다는 내용이다.
“남의 메모(책에 대한)를 본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남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서 책을 읽다보면 자기 관념, 또는 작가의 관념에 얽매일 수도 있는데 이건 위험한 일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책을 나누며 읽고 싶었는데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바느질 자원활동을 보고 반갑더라구요. 바느질 하며 부담없이 책을 읽어준다는 점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원하던 거였거든요.”
 바느질이, 책이, 사람이 이렇게 따뜻하게 서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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