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한 땀>
낭독으로 책을 만나고 직접 바느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번째 시간은 <남편의 한 땀>
다시 물었다. 만일 가판대에서 산 스카프에 아내 이름을 수놓아 선물한다면?
손수건 한 장, 아님 설거지에 쓰는 행주도 좋겠다,
워크숍에서 만난 동네 아빠들이 바느질모임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
이름 전체를 새기지 않고 이니셜만 수를 놓으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겠느냐...
한껏 부추겨도 그 자리에서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지만,
참가자들 얼굴에 진지하면서도 흐믓한 웃음이 담겼다.
- 박영숙, <꿈꿀 권리>, 알마, 260쪽
송민혜님과 바느질, 그리고 함께 읽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명품가방의 유효기간이라...사주면 며칠가고 안 사주면 몇 년가죠."
"등산할 때 쓰는 팔찌를 고생하면서 만든 적이 있어요.
만들고 나서 자랑했더니 집사람이나 아이들나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더라고요."
"명품이 아닌 이상 의미를 두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만들어서 준다. 좋아할까요?"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도 바느질 하지 않잖아요. 특히 남자들은 하지 않는다기 보다 할 기회가 없는 거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 5살 아들에게 줄 물고기 목걸이"
" 대학생 아들에게 줄 이니셜새긴 스카프"
"아내와 아이이름 모두 새긴 스카프"
"아내 하나, 딸 하나 머리끈 2개"
"인턴십을 마무리하며 담당 팀장님에게 선물할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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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을 잡고 한 땀 한 땀 이어갔을 뿐인데...
누군가 공간에 마법을 부린 것 같았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활짝 웃으며 눈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여기저기 보내고
천 조각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후원으로 이어간 분도 있습니다.
멈춰섰던 시간이 남기는 여운에는 묵직한 진동이 있다.
고요한 성찰과 사유의 끝에서 세상과 대화하는 자신을 만난다.
- 박영숙, <꿈꿀 권리>, 알마, 231쪽.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시간은
나, 그리고 세상과 대화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성찰의 시간을 따뜻하게 열어준 송민혜님,
함께 한 여러 분들
모두 애쓰셨습니다.
송민혜님께서 소개해 준 바느질 책을 만나보세요.
<이야기가 있는 바느질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