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번째 모임에서 책 읽기가 어떻게 삶 읽기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미스터 핍]소설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풀어가려 합니다. [미스터 핍]은 남태평양의 작은 섬의 실제 있었던 내전을 배경으로 한 뉴질랜드 작가가 쓴 소설입니다. 전쟁이 나자 교육을 담당했던 이들이 모두 내륙으로 피신을 하게 되고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가 없자 섬에 남은 유일한 백인이던 와츠씨가 학생들에게 [위대한 유산]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가끔 마을 주민들을 일일교사로 영입해서 그들이 삶으로 부터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미스터 핍]의 주인공 마틸다의 엄마가 일일교사로 교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만약 게들이 아래로 곧장 파 내려간 다음 모래로 구멍을 막아 햇살 같은 무늬를 남긴다면 바람과 비가 몰려올 징조란다. 만약 게들이 모래 더미는 그냥 내버려 둔 채 구멍을 막지 않는다면 강풍은 불어도 비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지. 만약 게들이 구멍을 막고 모래 둔덕을 평평하게 고르지 않는다면 비는 와도 바람은 불지 않을 징조야, '라디오에서 비가 올 거라고 했다’라고 말을 해도 백인 말을 믿어서는 안돼." -[미스터 핍]본문
와츠가 마을주민들에게 일일교사를 청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설령 우리가 전 세계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지혜롭기만 한다면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주위를 둘러보고 찾아낸 것으로 보충할 수가 있는거지."
저마다 이렇게 발견한 지혜가 있을 것입니다. 지혜라고 해서 꼭 대단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살아보니 사는 일이 00하더라' 같은 나름의 법칙이라든가 감기 걸리기 전에는 꼭 00 먼저 신호를 보낸 다든가 등의 내 몸을 관찰해서 깨달은 순환주기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책이란 것이 살면서 발견한 혹은 깨달은 바를 적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에게도 그런 것들이 많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한 두가지는 될 것이고 이런 것들을 남들로부터 듣고 배운다면 혹은 내가 스스로 배운다면 책을 읽는 것을 통해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설레발을 하면 되는 일도 안되더라, 그래서 될 만한 일도 먼저 말로 하지 않는다.'
'화분을 키울 때 언제 물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 손가락으로 흙을 찔러보고 물이 없으면 주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가 물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가르쳐줘서 더 헷갈린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처음 오는 이용자인지 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책을 잘 읽을 수 있는지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규칙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서사성이 있는 것이란 것 까지는 알아냈다.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들과 사이의 연관성을 찾고 싶고 나라는 사람이 왜 그런책에 반응하는 지 연결고리를 찾고싶다.'
두번째 이야기 본문편 [안녕?! 오케스트라]
북클럽에서 두번째 함께 읽기로 한 책은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 한 1년의 기적 - 안녕?! 오케스트라]였습니다. 주제로 잡은 '문화다양성은 인류의 공동유산이다!'는 2001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다양성을 선언할 때 했던 연설 문장에서 가져왔습니다.
"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 : 문화다양성은 인류의 공동유산이다."
위의 포스터는 2012년 5월21일 세계문화다양성의 날 행사 포스터입니다. 동그란 지구를 중심으로 여러 빛깔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오른쪽의 그림처럼 각각의 사람을 색으로 칠을 한 후 지구를 중심점으로 해서 동그랗게 세우면 하나의 큰 꽃이 됩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큰 꽃이 되지 않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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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그 다른점을 배우려 하기보다 배제하려는 마음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유네스코가 문제 해결을 위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겠습니까?
선언서의 자세한 내용은 서해문집에서 펴낸 [세계를 바꾼 연설과 선언]에 잘 나와 있습니다.
선언서의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 동식물의 세계에서 종이 다양하지 않았을 경우 위기가 닥쳤을 때 쉽게 멸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문화 또한 다양한 내용으로 풍부하지 않을 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 세계화가 가속화 될수록 인류의 문화가 획일적이고 단편적이며 단일화 되어가는 것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려 한다면 마땅히 다원적 가치를 상호 존중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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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함께 공유하는 공동의 유전자가 더 많습니다. 오히려 아주 소수의 유전자 코드가 다른 피부와 다른 생김새를 만듭니다. 또한 다른 기후와 토양으로 인해 서로 다른 문화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안녕?! 오케스트라]책을 읽으면 이것이 그렇게 간결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첫번째 주제에서도 다루었듯이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이성적이지도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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