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복한 아침독서에서 발행한 작은도서관 신문 30호부터
'느티나무 작은도서관학교'에서 진행된 노영주 상임이사의 강의 내용을
지상강좌 형식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3회 10월호)
기사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은 도서관의 정체성-일본 문고의 역사에서 배우다
느티나무 작은도서관학교 지상강좌 2
(편집자주) 느티나무 작은 도서관학교 2강의 내용은 도서관은 언제부터 왜 있었을까? 한국 공공도서관의 역사(1900~1950), 한국 공공도서관의 역사(1951~ 현재) 작은 도서관의 흐름과 현황, 일본 문고 운동의 역사, 작은 도서관의 과제 및 운영방향에 대한 제안으로 진행되었으며 일부 내용을 원고로 정리하여 게재합니다.
작은도서관의 흐름과 현황
공공도서관이 부족하고 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 엄마들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엄마들도 성장하면 좋겠다는 민간의 필요에 의해서 작은 도서관이 생깁니다. 1990년대, 사회의식이 있는 세대의 생활 정치와 지역활동, 고학력 전업주부의 증가, 아이에게 책을 사 줄수 있는 경제력, 어린이 책 출판 시장의 형성 등이 배경요인이 되었습니다. 민선5기 이후 작은도서관의 상황은 그때와 맥락이 달라서, 생활정치운동 혹은 시민활동보다는 지자체의 도서관정책이라는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작은 도서관 활동가들과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도서관 활동가들이 다를 수 있지요. 예전에는 시민운동의 맥락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작은 도서관 활동을 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양해진 만큼 참여 동기와 목표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작은 도서관 운영자나 활동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교육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그것이 느티나무 작은 도서관 학교를 개설한 이유기도 합니다.
작은도서관의 개념 정의
작은도서관은 큰 도서관의 반대말일까요?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경기도도서관 총서 제6권)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세 가지 맥락에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작은'과 '도서관'을 붙여 쓰는 작은도서관(Small Library)은 규모가 작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공공도서관과 다르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작은 도서관이 생기기 시작하던 당시, 공공도서관은 자료이용보다는 관리에 치중했고 자료실 보다는 열람실 이용자가 많아 사서는 정보서비스보다 대출반납, 행정서류 작성, 민원 대응을 주로 했습니다. 공공도서관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운영되니 생활밀착형으로 다르게 해보자, 그런데 민간에서 하려면 예산도 없고 공간을 크게 할 수도 없으니 작게 운영해 보자 하여 작은도서관이라고 명명한 거지요.
둘째, 작은도서관(Small Size Library)은 말 그대로 규모가 '작은' 도서관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도시화 속도에 비해서 도서관 발전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이미 땅값이 폭등한 상태에서 도서관을 지으려면 예산이 많이 듭니다. 도서관 규모를 크게 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들고 그런 방식으로는 도서관을 필요한 만큼 짓기 어렵습니다. 도서관 규모를 중간으로 줄이면 도서관을 좀 더 지을 수 있다, 큰 규모는 중앙도서관이면 된다는 논리지요. 셋째, 앞의 두 가지 개념을 혼합해서 규모는 작지만 기존의 공공도서관보다는 지역생활밀착형 도서관을 지향하는 겁니다. 최근 도서관 정책에서 말하는 지원과 협력의 대상인 작은 도서관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일본 문고의 역사
일본의 문고는 공공도서관이 많지 않던 1960~1970년대의 가정문고에서 시작됩니다. 아이가 세 명이고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사는 마사키 토모코는 1971년 몇 천 권의 책으로 가정문고를 시작해서 4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일본 문고에 대해 정리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냥 집에서 기다리면서 찾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가정문고, 한 번에 백 명쯤 들리는 지역문고, 그냥 스스로 책을 읽기만 하는 문고, 책을 대출만 해 주는 문고, 책을 진열해놓았지만 놀이가 위주인 문고, 행사 중심의 어린이 모임 같은 문고 등 다양합니다. 갖춘 책도 오십 권부터 수천 권, 수만 권이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책을 정선해서 갖춘 문고가 있고 기증받은 책을 버리기 미안해서 진열한 문고도 있습니다."
문고의 규모나 형식이 다양한데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다'는 목표가 40년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문고의 중심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2000년 이후로는 일본문고도 변화를 겪고 있어서, 활동가들 중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많고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어떤 일이 도구적으로 확대되면서 파생되는 문제입니다.
문고가 활성화된 1970년대의 일본은 한 마디로 책과 아이와 어른의 밀월시기였습니다. 가정문고가 만들어지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는 독서회가 활성화되면서 책도 많이 빌리고 새로운 작가도 발굴되고 책읽기 문화도 정착되었지요. 절정의 시기에는 4~5천개의 문고가 전국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고 활동가들은 공공도서관은 문고와는 다른 역할이 있으니 더 필요하다며 공공도서관 건립운동을 추진했습니다.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등 전반저인 도서관 발전에 대한 일본문고의 입장과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980년대는 독서환경은 좋아졌는데 입시경쟁으로 학원다니는 아이가 많아지고, 휴대용게임기와 PC게임이 등장하고, 저출산이 이어졌습니다. 문고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1990년대에 찾아낸 해법은 찾아가는 책 읽어주기 활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문고에 오지 않자 초등학생들이 있는 학교나 아동센터에 찾아가서 책 읽어주기나 북토크를 했습니다. 재단법인 도쿄어린이도서관 이사장 마츠오카 쿄코는 아이들이 문고에 더 이상 오지 않으면 장렬히 전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봤습니다. 문고를 닫는다고 해서 그 동안의 활동이 물거품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문고 책읽기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이 뿌려졌으면 소임을 다했다고 보는 겁니다. 문고에서 책을 읽으면서 자란 아이가 정년을 맞아 애들 빈방에서 문고나 해볼까 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실제로 일본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문고 밖 활동이 많아지면서 학교와도 접촉했는데, 당시 일본 학교도서관은 창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고 활동가들은 학교 도서관은 아이들이 책을 가장 가까잉서 접하는 곳인데 왜 이렇게 방치하느냐면서 예산을 배정해 책도 사고 사서도 배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민원을 넣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의 상황은 일본도 우리와 비슷합니다. 지자체, 유아교육조직, 시민단체 등에서 독서 관련 사업이 활성화됩니다. 독서진흥 활동이지만 독서 역시 성과에 내몰리는 것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일본 부모자녀독서지역문고 전국 연락회 제 16회 전국 교유집회 기념 대담 끝부분에서 마츠오카 쿄코는 자신의 관심과 에너지가 책에서 아이들에게로 옮아갔다고 말합니다. 이미 좋은 책은 충분히 나왔고, 책에서 재미를 느끼는 감각과 능력이 기능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독자로서 아이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한답니다.
작은도서관의 과제
정체성과 관련하여 작은도서관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도서관으로서의 보편적 과제로 책읽기와 도서관 문화 조성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둘째, 시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특수 과제가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도서관 발전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작은도서관은 1970년대와 1990년대 일본 문고가 했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반 사람들에 비해 도서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고민하니까요. 셋째, 도서관서비스망 네트워킹입니다. 도서관은 네트워킹이 되어야 유기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 네트워크 안에서 작은 도서관이 어떻게 공존하고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도서관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노영주_느티나무도서관재단 연구교류담당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