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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2월10일). 3편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2-10 조회수 : 8,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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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말을 들으면, 10명중 7~8명은 휴식이나 힐링을 떠올린다.
여행을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나에게 여행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
나는 휴식이나 힐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스펙터클 한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런 종류의 모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청나게 정적인 인간이다.
여행 따위와 거리가 먼 인간이 이 무슨 뻔뻔함으로 이 여행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냐고?
그건 바로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한 여행지 ‘터키’ 때문이다.
‘터키’는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였다. 그것도 67일의 아주 빡센 패키지로!
동료신혼부부는커녕 이제 막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 3쌍과 함께!
그럼 또 묻겠지? 정적인 인간이 어찌 여행지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리는 터키로 신혼여행을 갔느냐고..그건 나의 신랑님도 나에 버금가는 정적인 인간이라서다. 흔히들 신혼여행은 휴양지로 떠나지만, 우리가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간다면 숙소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올 것이 분명하므로...처음에는 우리가 갔었던 터키 사진만 볼 요량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어느새 루마니아로 넘어가고 있다.
이 책은 30세 아들과 60대 엄마가 장장 10개월간 세계를 누비며 배낭여행을 한 이야기이다. 책 소개에서 짧은 시간에 연달아 엄마와 남편을 잃은 작가의 엄마를 위해 작가가 마련한 힐링캠프라고 했는데, 그 문장을 보고 머릿속으로 ‘미쳤군, 미쳤어..’라고 아주 잠깐 생각했던 것 같다.
만약에 우리 엄마가 “나라야, 엄마랑 10개월 동안 배낭여행갈래?”라고 묻는다면,
설사 엄마가 여행경비를 내준다고 해도 “헐...”하고 답할 듯한데, 장장 10개월 간의 긴 여행 파트너로 엄마를 선택한 작가에게 존경을 표한다.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알맞지 않다.
오히려 나처럼 '왜 여행을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난 이 책에서 여행지의 아름다움이나 풍광보다, 엄마와 아들이 여행하는 시간을 통해 얻은 교감과 그 둘이 각자 여행을 하며 느꼈던 서로의 생각들을 찬찬히 읊어 볼 수 있어 좋았다.
삶의 어떤 순간 힘들고, 외로울 때 아이러니하지만 아주 익숙한 장소, 익숙한 사람보다 오히려 낯선 곳, 낯선 사람으로부터 위로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책의 말미 즈음에 내 나름대로 여행에 대한 정의를 천천히 써 보았다.
“여행은 마음을 다스리는 배움의 시간이다.” 써 놓고, 무릎을 탁! 친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힐링이라고 하는구나!
“숙소를 벗어나자!” 예방차원으로 선택한 신혼여행도 곱씹어 보니, 꽤 괜찮았던 것 같다.
5-6시간 이동거리에서 노부부 3쌍이 돌아가며, 신참내기 부부에게 잔소리처럼 늘어놓은 조언들을
살다가 문득문득 떠올리게 되는걸 보면 말이다.  (정보서비스팀장 현나라)


함께읽으면 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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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도솔 번역 꿈꾸는 돌 펴냄
[럼두들 등반기]W.E.보우먼 지음/김훈 옮김 마운틴북스펴냄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 집에 머무르려는 사람.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일상으로부터 잠시 놓여나려는 마음만은 공통일 것입니다.
휴식을 원하기에 이곳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여행을 택하거나, 휴식을 원하기에 이곳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택하거나.
그런데 지금의 삶을 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던 제이미 제파는 안정적인 궤도에서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늘 2% 허전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이미가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을 하자 할아버지가 갖은 정성과 노력으로 손자손녀를 키워주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았고 덕분에 오늘날 모범생으로 사회에 잘 안착하기 직전입니다. 좋은 직장을 가진 약혼자, 대학원진학. 그런데 결혼도 진학도 내키지 않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부탄에서 영어자원활동을 할 교사를 구한다는 안내문구를 봅니다. 그리고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탄으로 갑니다. 2년만 영어를 가르치고 돌아오겠다는 결심으로...
2년 후 제이미는 캐나다가 아닌 부탄에 정착합니다. 과연 그 신문을 보지 않았다면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약혼자와 결혼해서 집을 사고 할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살았을까요? 인생은 '만약 그랬다면'을 허용하지 않습니다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끝까지 읽고 나면 제이미는 '언젠가는 부탄으로 여행을 떠나야 할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부탄이 '세상에는 그곳을 여행함으로써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행자를 변화시키는 이상하고 놀라운 장소이다'(출판사 책 소개)이기 때문일까요?
제이미는 캐나다 대신 부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탄사람들이 살고 있는 일상을 자신의 인생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함으로서 일상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일상을 택했습니다. 즉 제이미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다른 가치의 삶을 추구했음을 깨달았고 그 가치가 실현되는 장소로 부탄을 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이미가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 그래서 책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진지하면서도 부탄남자와의 사랑이야기가 달콤한 실제여행기라면 함께  읽는 책 두번째로 소개할 [럼두들 등반기]는 허구에다가 완전 웃기는 소설입니다.
여행이라고 해서 반드시 실제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라는 법을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홀로 [럼두들 등반기]를 읽으며 '농담의 산'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요?
'럼두들'은 무려 12,000.15미터에 이르며 그간에 사람이 한번도 등정에 성공한 적이 없는 산입니다. '럼두들' 그 높은 산에 올라 영웅이 되려는 일곱명의 괴짜들이 뭉쳤습니다. 등반대 7명은 모두 그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과학자, 요리사, 지도와 지리전문가, 영국 육군병참단소령,통신담당,언어학자, 원정대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첫 모임에서부터 지리 및 지도 전문가가 길을 잃습니다. 산을 오를 때 길을 안내할 지도 전문가가 버스를 제대로 갈아타지 못합니다. 의사는 계속 혼자서 각종 병에 걸리고 자신의 병을 치료하느라 사력을 다합니다. 언어학자는 필요한 포터의 숫자를 2백에서 2만이라 말해놓고도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끝내 알지 못합니다. 이 지경인데도 정상을 향해 잘 올라갑니다. 요리사가 해주는 요리를 도저히 먹을 수 없어 차라리 그가 오르지 못할 베이스캠프로 올라가겠다는 일념으로 모두 기를 쓰고 산을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한번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컬트책에 속합니다. 1956년 출간되자 마자 산악인들이 산에 가서도 등정도 잊고 책을 잡은 채 하도 웃어 대는 바람에 일치감치 '산악인 배꼽잡는 책'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3년 후 1959년에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탐험대는 그들이 발견한 봉우리에 '마운트 럼두들'이라고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책 때문에 현재 남극지도에는 '럼두들'이 공식지명으로 버젓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럼두들이 출간된 지 벌써 60여년에 이르렀고 럼두들이라는 지명은 이제 침낭, 산악단체,말 심지어 록밴드 이름으로 애용되고 있고 에베레스트 등정대의 집결장소 식당이름이 되었습니다.
웃지 않고는 한 페이지도 넘길 수 없고 웃느라 기가 빠져 하루에 서너 페이지정도 밖에 못 읽는  [럼두들  등반기]를 읽으며 실컷 웃는 여행을 떠나는 저렴하고 웃기고 편안한 휴식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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