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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북클럽 TBS] 여섯번째 이야기(4), 우리는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니깐요!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5-24 조회수 : 12,340

네번째 주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We need to talk about Marrige]
글 안정희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저자
본문편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자고로 사람 이야기는 일단 듣고 봐야한다니깐요. 어찌 이리 모두 다른 그림에 주목하고 다른 생각들을 하는지요?

지난 시간 결혼에 대해 몹시 많은 말을 한 까닭에 이번에는 책 속의 그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고
왜 그런지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사람은 단짝 친구라는 주제로 스티번 얼 로저스의 [미랜다와 미미]를 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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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얼 로저스의 [미랜다와 미미] 2009 -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중에서 163쪽

"25년이 된 친구가 있는데 지금도 자주 만나고 가족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스스럼이 없고 편하고 좋은
친구인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거리가 생기고 있어요. 그 친구와 내가 일상이 달라지고부터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점점 많아져요. 할 일이 굉장히 많이 있을 때 친구가 전화로 남편이야기나 시부모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아, 그런 이야기 들을 시간이 없는데... 하는 생각도 합니다.
여전히 좋은 친구이지만 살아가는 모습이 점점 달라지면서 거리가 생기네요.
이 그림을 보니 그 친구가 생각났어요."
 
두번째 사람은 같은 작가의 [타스미아와 아들들]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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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얼 로저스의 [타스미아와 그녀의 아들들] 2007 -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중에서 254쪽

"우리 가족에게도 이 비슷한 사진이 있어요. 해마다 가족사진을 찍는데 그렇게 찍은 사진 중에 딸아이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고 저와 제 남편은 엉뚱한 곳을 각자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있어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부부의 시선이 참 이상해요. 이 그림을 보면 그 사진이 생각나요. 그리고 속상한 것이 있어요. 딸 아이가 저보다 남편을 더 좋아합니다. 대개 엄마를 찾아야 마땅할 순간에도 아빠를 찾는 아이를 보면 서운하죠.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때까지 직장에서 일 할 때를 제외하고 온통 딸과 함께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남편이 딸과 함께 있는 시간과 제가 딸아이와 있는 시간의 양을 생각해도 그렇고 하는 일을 생각해도 왜 딸애가 아빠를 더 찾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남편은 자기가 딸이랑 잘 맞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참 서운하죠. 이럴 때...".
 
세번째 사람은 앨런 콜슨의 [시애라]를 선택했습니다.
"딸이 두 명 있는데 두 딸을 키우면서 결혼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그런 말을 하려고 하면 싫어합니다.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을 주면 좋겠다 싶어요. 이 그림은 적나라게 그려져서 좋습니다. 환상이 없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오히려 찬란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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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콜슨의 시애라 2010년
 
 
 
 네번째 사람은 [빗속의 다이애나]를 골랐습니다.

"흑백TV로 다이애나가 결혼하는 장면을 보았어요. TV에서는 유치원 보모가 왕자와 결혼한다고 정말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이애나는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귀족 스펜서 가문의 딸이었어요. 그러니까 영국의 귀족 웨일스 가문과 그에 버금가는 스펜스가문간의 결혼이었던 거지요. 게다가 유치원 보모라는 직업은 영국에서는 귀족의 자녀가 결혼하기 전에 사회봉사의 의미로 하는 대표적인 직업 중에 하나였어요. 그러니 다이애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결혼까지 가문의 선택을 따랐던 거였습니다. 다이애나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했어요. 그리고 왜 우리 언론에서는 이런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신데렐라이야기처럼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사진은 다이애나의 아름답지만 스산한 인생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녀의 사회봉사활동과 이혼은 그녀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용감한 선택이고 행동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그녀의 눈빛이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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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다이애나] 1981-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89쪽
결혼은 서로 관계가 없던 사람들이 만나 가족이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같이 살지만 알고 보면 모두 내가 아닙니다. 자식도 남편도 아내도 모두 남입니다. 나와 똑같다고 혹은 나라고 생각하고 살면 함께 살아가기 어려운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타인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해도 살아가는 데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도 아닌 사람이 나랑 같이 살아가려고 서로 노력하는 삶 그것이 결혼이지 않을까요?
에필로그 글쓰기
화요북클럽에서는 글쓰기를 한다고 지난번에 말씀을 드렸지요. 거창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구요, 혼자 책을 읽은 후 클럽에서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글을 씁니다.
책을 읽을 때 들었던 생각들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써도 좋고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써도 좋습니다. A4 1장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쓴 내용을 다음 모임 시작할 때 낭독합니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책에 대해 까맣게 잊고 살다가 한 달이 지난 후 다시 그 책으로 돌아가보는 시간이기도 한데요, 참 이상합니다. 막상 쓰여진 글로 다시 만나는 책은 지난달의 그 책이 아닙니다. 내가 읽은 책과 남이 읽은 책 그리고 함께 나눈 이야기, 책을 통해 들여다본 각자의 삶이 책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이제 책의 다른 부분이 보입니다.
지난 모임에서 유난히 말이 없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회원이 [케빈에 대하여]에 대해 쓴 글을 본인의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왜 우리가 지난 모임에 유난히 말이 많았는지에 대해 아주 간결하게 잘 쓰여있습니다.

'「케빈에 대하여」는 편지형식으로 케빈에 의해 일어난 사건과 가족 간의 단절을 차분하게 써내려 간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소설 중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끔 만드는 소설인 것 같다.
에바는 처음에 케빈을 가진 사실을 알았을 때는 모성애를 느끼지 못했지만, 케빈을 낳고 키우면서 점점 모성애가 커지고, 케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평범한 엄마였다. 케빈을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케빈을 거부한 것이 그녀의 죄라면 죄이겠지만, 그것만으로 그녀가 케빈에게서 그런 벌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케빈이 소시오패스로 자란 것이 엄마의 탓은 아니다. 태교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케빈의 모든 행동이 설명되진 않는다. 과연 무엇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을까 하는 문제의 답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케빈보다 높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도 정상적인 모습으로 사회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한 기분이 든다. 작가는 에바의 이야기를 통해 케빈에 의해 사람이 살해되는 사고 자체보다는 인간 내면의 무언가를 알려주려 하는 것 같다.
‘케빈에 대하여’는 극단적인 상황들을 차분하게 서술하면서 다른 소설과는 달리 독자들이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만들며, 내 주위의 또 다른 현실 문제들을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케빈에 대하여]는 끔찍한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사건이 책의 본질은 아닙니다. 작가는 기겁할 일을 등장시켰지만 사건은 등장인물이 각각 하는 '속 이야기'에 보다 집중토록 한 고도의 전략같아 보입니다.
소소하고 비루하고 익숙해 보이는 일상의 본질에 더 주목하게끔 하려는 거지요. 2005년 최고 권위의 여성 문학상인 오렌지 상을 수상한 라이오넬 슈라이버, 그녀의 전직이 저널리스트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글의 전개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녀가 [케빈에 대하여] 다음에 쓴 미국 의료계의 문제를 다루되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쓰여진 [내 아내에 대하여]라는 책도 함께 읽고 싶습니다. 이 책 또한 아주 할 말이 많을 듯합니다. 내년에 읽을 책 후보에 꼭 넣어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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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대 문학박사로부터 '어떻게 글을 쓰는가' 에 대해 아주 간단한 원리를 배웠습니다.

첫째 주어 동사에 맞게 글을 써라!
둘째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분명하게 써라!
세째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써라!

젠장 맞을! 한 분야 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너무 너무 너무 어려운 일을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는 것!

공부 못하는 사람한테 '교과서를 읽어라!' 하는 말과 똑같은 그런 거죠.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들은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지 않다고 하네요. 아주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삶의 정수를 담은 한 마디를 팍 날리잖아요.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데 보낸 시간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장구했으리라 봅니다. 
본인은 그 분야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그로부터 핵심원리를 직접 찾아낼 내공이 쌓였으니 이리 간단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아직 발도 내딛지 못한 사람들이 들으면 얼핏 쉬운 말 같아 보이지만 실제 해보면 안 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요. 2014년 5월에 나온 따근따근한 신작 [고종석의 문장]에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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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수학은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다릅니다. 물론 말에 대한 감각, 말을 다룰 줄 아는 능력 같은 게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고 생각하는데, 음악이나 수학과 달리 이건 충분한 훈련이나 연습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_40쪽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글이 나아집니다. 특히 산문가들의 경우에 그렇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의 경우 말입니다. 그렇다는 건 글쓰기가 재능에 달린 게 아니라 많은 부분이, 압도적 부분이 훈련에 달려 있다는 걸 뜻하는 것입니다. 재능도 필요하지만,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말입니다._42쪽
두 대가가 똑같은 말을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내 생각을 더 명확하게 '생각' 해보고 그것에 대해 열심히 써 보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수 밖에요.
다음 화요 북클럽은 617일 화요일 저녁 7시에 있습니다.
함께 읽는 책은 야마오 산세이의  <여기에사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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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북클럽은 누구나에게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미리 도서관(도서관운영지원팀장 이영방 031-262-3494)으로 신청해주십시오. 여름을 알리는 나팔꽃이 피는 6월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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