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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북클럽 TBS] 두번째 이야기, 소설은 왜 읽는가? 본문편 [제 3인류] & [마지막 거인]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2-10 조회수 : 8,651

글 : 안정희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저자
두번째 이야기 본문편 [ 3인류] & [마지막 거인]
[ 3인류] [마지막 거인]을 함께 묶어 읽는 이유부터 이야기를 풀어야겠지요.  두 책은 모두 인류는 어떤 존재인가? 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어른을 대상으로 한 긴 소설책의 형태를 띠고 있고 하나는 어린이 혹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지만 말하려는 주제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책을 굳이 다 읽지 않아도 주제별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모임이 있던 날 아침, 하던 업무를 생각하다 보니 막상 책 내용이 생각나질 않아서 등교하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3인류] 이 책에 대해 몇 문장으로 말한다면 무엇이라 하겠느냐 물었습니다.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 지구는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2. 인간은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3. 인간이 모르는 세계가 너무 많다.
 
그제서야 책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지구도 하나의 생명체이고 스스로 종족 보존하고자 인류를 조력자로 선택했으며 지구가 자신에게 알맞도록 진화해왔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생명을 준 지구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자원을 지구로부터 캐냅니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고자 한치 앞을 보지 않고 개발과 전쟁과 소비를 일삼습니다. 이에 지구는 살아남고자 현생 인류가 아닌 대안을 마련하려 합니다. 지구가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가 이끌어가자 지금까지 알아왔던 인류의 역사가 달리 보입니다. 그러나 소설이 이렇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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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모임에 참석한 멤버 중에는 자신을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 책을 읽는 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기 때문에 특히 소설을 읽지 않고 소설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가 있었습니다.
에필로그 후 본격적으로 오늘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은  '[ 3인류] 처음 6-7페이지만 읽었는데 도저히 재미가 없어 못 읽겠다" 라고 합니다. 이 첫마디에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이 멤버는 프랑수아즈 부세가 쓴 [책 읽기 싫은 사람 모두 모여라]란 책 속에 등장인물과 몹시 닮았습니다. 그는 소설 책을 즐겨 읽지도 않고 [3인류]가 첫 도입부터 재미없었고 심지어 책도 아주 앞부분 에 해당하는 페이지만 읽었다면서 어찌하여 화요일 밤 도서관에 와서 책 이야기를 하려 했을까요? 그는 우리가 잘 모르면서 모른다고 생각지 않은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설을 왜 읽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소설은 단도직입적으로 'A B'이다 하면 될 일을 뭣하러 구구절절 복잡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냐는 거죠. [ 3인류]2권으로 되어 있고 한 권이 330쪽 정도입니다. 게다가 주인공 화자가 한 명이 아닙니다. 심지어 모임이 있던 첫 날 3편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이 이 책이 8편까지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자 모두 한꺼번에 소릴 질렀습니다.
소설이 간단한 주제를 빙빙 돌려 길게 말한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사회생물학 창시자이자 퓰리처상을 2회나 받은 에드워드 윌슨이 [3인류]와 같은 주제로 [지구의 정복자]란 책을 썼는데 마침 [3인류]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국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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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출간한 '사이언스 북스'는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먼지보다 못한 미세한 복제자에서 출발해 지구 전체를 뒤덮고, 우주 진출을 모색하는 인류의 기원을 파헤칩니다. 진화 생물학으로 바탕으로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뇌과학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인류문명의 근간이 되는 도덕, 종교,철학,예술,과학의 기원을 밝혀냅니다"
오늘 밤 이야기를 나누려는 두 책과 정말 닮았지요. 그런데 독자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소설을 선택했습니다.
제임스 W.홀은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란 책을 통해 자신이 평생 동안 해 온 질문에 '왜 사람들은 베스트셀러소설을 읽는가'에 스스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전 세계 독자들이 선택한 책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앵무새죽이기],[다빈치 코드]등이 널리 읽히는 이유에 대해 공통점을 찾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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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공통점으로 짚은 것이 바로 독자들이 캐릭터에 대한 연민으로 이야기에 강하게 몰입하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연민을 캐릭터에 대한 공감, 자기화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미국 에머리대 신경연구센터의 그레고리 번스 박사는 국제 학술지 '뇌 연결성(Brain Connectivity)에 소설을 읽은 뇌의 특정부위에 변화가 계속 나타나며 이러한 변화는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최소한 며칠간 계속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 자신이 마치 소설 주인공처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좋은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납니다. 이런 연유로 소설을 먼 길을 돌아갑니다. [3인류]가 만약에 정말 8편까지 나온다면 조금 더 길게 우회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타인을 자신처럼 공감하려면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수 만가지 사건과 일상을 함께 겪는 절대적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끝)
 
다음편은 <다른 이의 삶을 공감케 하는 소설 읽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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