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날이 소중하다 / 대니 그레고리
창작면허프로젝트 / 대니 그레고리
예술가의 작업노트/ 대니 그레고리
인류는 탄생이래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림을 그리지는 않습니다.
대니 그레고리도 그림
그리는 일이 그리 절박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대니는
아내가 장애인이 되자 살아야 할 이유
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니가 처음 사고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내가 장애인이 되었으
니 자신들의 가족에게는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만큼 액땜을 했으
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지요. 또한 장애로 인해 아내의 삶이 비참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장애인이 되었다고 해서 액땜처럼 더 이상 나쁜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 사는 일
이 절대로
살아가지 못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장애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정말은 알지 못하고 있
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살아갑니다. 불편한 문제들을 해결하면
서 앞으로
저벅저벅 나아갑니다. 다리를 잃은 채로. 장애인 아내의
일상을 바라보는 대니가 정신적으
로 더 고통스럽습니다.
보고
느낀 것을 그리려면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끝없는 관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화가가 모델과 사랑에
잘 빠지는 이유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진실로 사랑하지 않거나, 자세히 들여
다보지 않거나, 공감하지 않고는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니가
학창시절이래로 놓고 있었던 그림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아내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를 때
주변의
것들을 다시 잘 관찰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
림은
우리가 놓치고 가는 수 많은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보는 것, 다른
것을 보게 하는 것, 그 힘이 세상을 살아가게
합니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사과 꽃이 핀다고, 벚꽃이 진다고
인간만 호들갑을 떱니다. 사과는 그
저 피고 벚꽃은 그저 떨어집니다.
살아가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못 살 일은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
고 휴양지로 가려
했는데 비행기가 불시착하게 되어 엉뚱한 곳에 도착해버렸다고 칩시다. 처음에 가려
했던 꿈에 그리던
휴양지만 생각하면 살 수가 없겠지요. 휴양지 생각을 아예 안 할수는 없겠지만 불시
착한 곳이 살 수
없는 곳은 아닙니다.
대니
그레고리의 그림책들은 장애극복 체험담처럼 쓰여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림 그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고 쓰지 않아서 더 좋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린 그림이 예술이 되지는 않겠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 있습니다. 머리
로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먼저 반응을 보이는데요, 대니의 그림이 그렇습니다. 마음을 움
직이는 그림에는 그 사람의 진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