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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 | NEW WALK NEW LIBRARY | 컬렉션 버스킹 15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3-11-14 조회수 : 4,605

컬렉션 버스킹 15: NEW WALK NEW LIBRARY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

2023.10.28.~연장 전시 중! 

 

 

 

이 골목,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도서관에서 두 번만 길을 건너면 나오는! 한국 순대국 사거리로 불리는 ^^ 문인로입니다.

수지의 숨은 보물 같은 골목입니다. 몇 년 전부터 개성있는 주인장들이 등장해 이 골목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어요. 

느티나무는 지난 10월 28일부터, 컬렉션 버스킹으로 골목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 가게별로 디자인해 만든 책갈피)

 

바느질공방, 카페, 전통과자점, 화실까지... 개성 넘치는 주인장들이 꾸리는 다섯 곳의 가게에 특별 컬렉션을 전시했습니다. 

 


# 함께 한 가게 & 특별 컬렉션

✦ 구운참 | 떡집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31번길 3-26

 


구운참은 독골공원 옆을 지키고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영양찰떡집입니다. 심플라이프, 자수에 관심이 많은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주인장은 특히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바다출판사)를 인생책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주인장과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사서들이 결정한 컬렉션은 <심플라이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빚으며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을 꾸렸습니다. 골목에서 가장~ 인기 많은 컬렉션이에요. 

 

 

✦ 그엄마에그딸 | 공방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13번길 11

 

 

 

두 번째 공간은 재봉틀과 신나게 놀 수 있는 공방, '그엄마에그딸'입니다. 딸이 디자인하고, 엄마가 만드는 바느질 굿즈를 만날 수 있어요.

다양한 옷감을 업사이클링한 제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업에 영감이 될 컬렉션으로 <익숙한 물건과 오래 살기: 업사이클링>, <내게 맞는 일을 찾아서>를  골랐습니다.

 

 

 

 


색색깔 실이 함께하는 공간에 <실로 놀라운 일> 컬렉션도 빠질 수 없겠죠? 바느질 공방은 어느 날 저녁 콘서트장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아래에서 계속. ^^ 

 


✦ 두번째화실 | 화실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17번길 6

 


이 곳은 취미 미술을 편안하게 배우고, 일상을 감성으로 물들이는 공간 '두번째화실'입니다.

 

 

'두번째화실'의 특별 컬렉션은 <미술관이 어려운 당신에게>.

그림을 좋아하지만, 미술관에 가서 감상하는 방법은 살짝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내서가 되어줄 컬렉션입니다.

 

 

화실의 주인장은 컬렉션 버스킹의 도슨트가 되어 방문자들에게 공간과 컬렉션을 소개하기도 했어요.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 컬렉션이 궁금하다면, '두번째화실'로! 

 

 

✦ 서가당 | 한과자집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13번길 15-1

 


문인로에 전통과자점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약과와 강정, 전통 차를 만드는 '서가당'이 있습니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전통과자와 차 한 잔을 즐기고 싶을 때 펼쳐볼 책을 모은  <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예비사서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 공간에 어울리는 자료를 모았습니다.

 

 

정성어린 선물을 건네며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우편함을 열어 봐, 응원을 보내두었어> 컬렉션도 챙겼습니다.

 

 

✦ 오늘커피 | 카페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13번길 15


 

문인로에서 쉼표를 느끼고 싶을 때 찾는 곳!   전통과자집 옆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오늘커피'.  

커피 한 잔과 쉬어감을 느낄 수 있는, 쉼표가 있는 공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는 어떤 존재일까?', '쉬는 날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딴 생각을 잘 하는 방법' ...컬렉션 버스킹에서 모아온 질문을 늘어놓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시간을 적극! 권장하고 응원하는 자료를 담은 <궁극의 게으름뱅이> 컬렉션이 카페 손님과 주인장을 만났습니다.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 버스킹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책갈피! 

 

 

# 컬렉션 버스킹 X 문인로를 걸어요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 컬렉션 버스킹은 '문인로를 걸어요' 축제와 함께 시작했어요.

'문인로를 걸어요' 는 느티나무도서관과 문인로 골목 주인장들이 총출동해 꾸린 마을 축제입니다. 

 

 

 

컬렉션 버스킹은 공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깨알컬렉션을 펼쳤습니다.

어린이들이 공연장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림책을 즐겼습니다. 

 

 


# 언플러그드 콘서트 X 그엄마에그딸 공방

바느질공방의 변신, 궁금하셨죠?

11월 10일 저녁에는 '그엄마에그딸' 공방이 깜짝 콘서트장으로 변신했습니다.

공간을 가득 채우던 작업 테이블을 잠시 뒤로 밀어두고,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장윤희 해금연주자와 정유진 거문고 연주자의 손맛 가득한 연주를 들었어요.

 

 

 


마이크도, 스피커도 없이 온전히 악기의 연주음과 연주자의 손짓에 집중했던 시간.

 

# <내게 맞는 일을 찾아서: 배윤슬 작가> 토크

# 바느질 공방에 초대한 청년 도배사 

 

멋지게 변신한 공방에서 공연을 듣고 끝내기는 아쉽겠죠? 언플러그드 콘서트에 이어서, 컬렉션 토크 <내게 맞는 일을 찾아서>를 진행했습니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궁리)의 배윤슬 작가를 초대했습니다.

해금과 거문고 연주자,  도배사, 바느질 공방 주인장까지! 손으로 직접 ‘내 일’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일의 의미를 함께 나눴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도배사 

박예진 사서 | 토크 시작 전 도배사가 어떤 직업인지 자세히 소개한다면?

배윤슬 작가 | 도배사는 쉽게 말해서 벽에 벽지를 발라서 집을 완성시키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주로 새롭게 올라가는 신축 아파트에서 도배를 하고 있고, 거의 막바지 공정으로 집의 완성 단계에서 마무리 작업으로 벽지를 바르고 있다.

 

박예진 사서 | 도배사가 첫 직업은 아니다. 왜 도배사로 직업을 바꾸게 되었나?

배윤슬 작가 | 도배사 이전에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망하던 직업이었고, 대학교도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해, 2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하기도 했다. 일 자체는 보람 있고 즐거웠다. 모든 회사와 직장 생활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명확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물." 사람을 대상으로 복지 서비스를 하다 보니, 일의 성과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 상대방의 만족도와 그 사람의 변화하는 삶의 모습이 이 일의 결과일 텐데, 그 부분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었다. 그렇게 일을 계속하다 보니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지, 내가 일을 잘 하고 있는 건지, 성장하고 있는 건지 항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 복지 서비스는 한정돼 있고, 그걸 원하는 사람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이 서비스를 드릴 분과 아닌 분을 구별하는 것도 일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이유와 상반되는 일을 찾았다. 성과가 명확하게 보여져 잘했나 못했나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사람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일. 고민할 당시에는 기술을 가지고 현장에서 기술직으로 일을 하면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박예진 사서 | 기술직이라 하면 종류가 많다. 왜 그 많고 많은 기술 중 도배를 선택했는지?

배윤슬 작가 | 맞다. 기술은 정말 많은데 제 나름의 고민을 시작했다.
우선 자영업은 기술과 함께 필요한 역량이 너무 많았다. 마케팅, 영업, 소비자 응대 등. 그건 기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오로지 기술로만 승부할 수 있는 현장직으로 뛰어들고 싶었는데, 사실 뛰어들기 전에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기술직은 몇 개 없다. 나름 열심히 도배, 타일, 목공, 페인트...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찾아보며 소거법으로 지워나갔다.
타일은 너무 무겁고, 목공은 3D적인 감각이 필요하고, 페인트는... 얘기하면 웃으시던데, 아토피가 있어서 제외했다. 이렇게 지우고 지우다 보니 도배는 비교적 여자 기술자가 많고, 자재들도 무겁지 않아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시작하고 보니 모르던 기술직이 많았고, 도배사라는 직업은 정말 좁은 선택지 안에서 고른 직업이란 걸 나중에 깨달았다.

 

박예진 사서 | 도배사를 시작하고 이 직업에 마음을 붙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지?

배윤슬 작가 | 사실 도배사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능력과 노력, 들인 시간에 대비해서 나온 성과가 비교적 정당한, 정직한 노동이기 때문이다. 도배사 중에서도 재능 있는 타고난 도배사들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도배는 내가 몸을 움직여서 벽지를 한 폭 한 폭 붙여야만 결과물이 나온다. 그에 대한 보상이 100% 라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노력만큼의 결과가 눈에 보이고 보상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아직까지는 만족하며 일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박예진 사서 | 주변에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기획과 창작을 하다 지쳐서 오히려 몸 쓰는 일만 하고 집 가서는 편히 자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 한 개인의 고민으로 넘기기엔 비슷한 고민을 갖는 청년이 많은 것 같다. 실제 도배사로 전향해서 일해본 입장에서는 어떤지? 밤에 쉽게 잠드는 편인지, 아니면 잠들기 전 여전히 많은 고민을 하는지?

배윤슬 작가 | 원래 회사 다닐 때는 다음 날 일이 쌓여 있으면 잠을 못 잤다. 머릿속으로 내일은 어떤 순으로 일을 해야 되고, 변수가 생기면 어떡할지를 고민했다. 또 제가 파워 J다. 도배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네가 좀 덜 피곤했었구나'라는 걸 느낀 게, 아무리 밤에 커피를 마셔도, 아무리 고민이 많아도 그냥 자더라. 너무 피곤하니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면 그냥 잠들고. 심지어는 일이 너무 많고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었을 때는 한 번이기는 해도 현관에서 신발을 신은 채로 누워서 잠들었던 적이 있다. 정말 육체 노동을 하면 잠이 몰려오기는 한다.

 

 

 @ 작가 배윤슬 
박예진 사서 | 내가 하는 일을 글로 남기기까지의 고민도 있었을 것. 왜 글로 쓰기 시작했는지?

배윤슬 작가 | 처음 도배사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검색을 많이 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대체 도배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진도, 영상도, 글도 없어서 도배사라는 일이 너무 추상적이었다. 그래서 도배사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이런 것들을 기록해서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솔직하게 사진도 찍어 올리고, 어떤 복장으로 어떤 OO을 타고 어떤 동작을 하는지, 초보 도배사, 또 여자로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추가로 생각과 고민이 많은 편이다. MBTI로 따지면 파워 N. 머릿속이 맨날 복잡하다 보니 이걸 어떻게라도 정리해 내지 않으면 고민에 쌓여 살게 되기 때문에 글로 정리하고 털어내자는 의도도 있었다.

 

 

 @ 내게 맞는 일을 찾아서 
박예진 사서 | 이직을 먼저 하신 선배로서 '이 일이 나한테 맞는 일일까?', '그만둬도 될까?' 이직을 고민하거나 혹은 여전히 버티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윤슬 작가 | 직업을 바꿔보니, 바꾸는 것도 용기고, 버티는 것도 용기더라.
도배도 보면 포기하시는 분들 정말 많다. 시작했다가 이틀 만에 포기하는 분도 봤고, 일주일 만에 포기하는 분도, 1년, 2년 하고 포기하는 분도 봤다. 그때마다 포기도 용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도 도배를 안 해봤으면 도배 일이 그렇게 힘들고, 스스로 버텨내지 못했을 거라는 것도 몰랐을 거다. 해봤기 때문에 '이건 나한테 안 맞구나'를 알고 포기를 할 수 있었던 거다. 그 도전과 포기 모두 용기고,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지금의 일을 버텨내는 것도 용기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자괴감이나 좌절감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한다.

 

박예진 사서 | 동아일보에 <나를 움직이게 하는 사람> 오피니언 글을 쓰셨다. '비가 오는 날 누군가의 신발이 젖지 않도록 징검다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쓰고, 성공도 하셨다고. 그렇게 현재 일상에서 갖는 목표가 또 있으신지?

배윤슬 작가 | 그 목표는 사실 소소한 목표였다. 쉽게 달성했지만, 질문을 받고 또 고민해 보면 지금의 전 좀 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도배사가 되고, 기술을 배우기까지 내가 버티고 노력한 것도 맞지만, 기술을 알려주고 기다려 준 여러 기술자, 선배님들, 소장님들이 계셨다. 이렇게 배운 기술을 필요한 사람에게 알려주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것도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저까지 5명이 팀을 꾸려 일을 하고 있는데, 팀원들을 키워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는 없다. 필요한 사람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고, 합리적인 환경에서 기술을 알려주고 싶다는 목표로 팀을 꾸렸고, 그중 기술을 배우는 중인 세 사람을 기술자로 만드는 게 요즘의 목표다.

 

 

 

 @ Q&A 
Q.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입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와 도배사로 일할 때 힘든 점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배윤슬 작가 | 사회복지사로 일하면 상위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라고 지침이 내려오면, 그걸 진행하는 실무를 할 때가 있다. 직접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그 프로그램보다 더 필요한, 다른 서비스들이 많다는 걸 느끼는데, 내 의지대로 뭔가를 할 수는 없다.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고, 어르신들의 욕구와 수요는 반영할 수 없을 때 괴리감이 생겼다.
 
도배사로 일할 때는 기본적으로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몸이 상한다. 몸을 아껴가며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일에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그 구조가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구조이다. 건설사에서 일을 주면 소장님이 받아서 저한테 일을 주는 구조. 그러다 보니 체계가 별로 없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도 하고, 여러 공정에서 일정이 꼬여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출근을 했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와서 일을 못하고 집에 가야 되는 상황도 있었다

 

Q. 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배윤슬 작가 |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그런 것들을 고민하기 전에 직업에 있어서 자신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사 일을 선택하기 전, 여러 가지 이유를 통해 직업을 가진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실과의 차이 때문에 그만뒀지만, 그 기준에 가장 적합한 직업이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했던 거다.

도배를 시작하기 전에도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결과가 명확한 일', 그에 대한 '보상이 정당한 일',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 등...
이런 식으로 자신의 기준을 먼저 세우고 그 범주에 들어가는 직업을 찾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내가 세운 기준이 '좋아하는 일'이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고, 다 필요 없고 '돈 버는 일'이 하고 싶다면 돈을 잘 버는 범주 안에서 직업을 찾으면 된다.

 

Q. 나이가 60쯤 되면 경제활동을 시작해 볼 꿈을 꾸면서 그중 하나로 도배를 고민했었다. 잠깐 해본 적도 있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AI가 많은 일을 대체할 텐데, (도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님 생각은 어떠신지?

 

배윤슬 작가 | 도배를 선택하기 전 이 고민을 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나의 직업은 과연 사라질까 아닐까.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집은 규격화돼 있고, 다 똑같이 지어져 있으면 AI가 할 법도 하다. 하지만 결국 도배 앞 공정들도 다 사람들이 한다. 시멘트도 사람이 바르고, 벽도 사람이 세우다 보니 똑같은 평수에 똑같은 구조의 집이어도 규격이 다 다르다. 벽지를 덮을 때 그에 맞게 사람의 손의 감각으로 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 한동안은 AI로 대체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Q. 도배를 할 때 재단이 제일 어려웠다. 무늬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그런 부분은 오히려 기계가 더 잘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을 좀 더 어필한다면?

 

배윤슬 작가 | 집의 규격과 더불어 집의 상황, 면 등. 그때그때 판단해서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파손된 부분이 있거나, 벽이 안 좋다든가. 이럴 때는 사람의 손길로 보수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이런 융통성 있는 판단은 AI보다는 사람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 

 

Q. 사회복지사는 머리도 굉장히 많이 쓰고, 감정 노동을 하고, 시간 관리도 어렵다. 퇴근한다고 딱 끝나지 않을 일일 것 같은데, 도배하면 퇴근하면 모든 일이 끝나는지?

 

배윤슬 작가 | 처음 도배 기술을 배울 때는 그랬다. 열심히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딱 전환이 돼서 일 생각을 안 했다. 어차피 집에 와서는 도배를 할 수도 없다. 찝찝하게 남겨두고 온 일이 있어도 어쩔 수 없고, 현장에서 끝내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팀을 꾸리고, 그 팀원들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월급을 주고 남은 돈을 가지니, 손해보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안 할 수 없고, 사람들이 피곤해하고 힘들어하면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고. 5인 회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금은 그 모드 전환이 안 된다. 집에 오면 도배 작업이 아닌, '팀원들과 이 일을 어떻게 끌어갈까'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Q. 그러면 피고용인으로 일을 하면 퇴근이 가능한지?) 도배 일만 하면 가능하다.

 

Q. 다른 도배사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혹은 커뮤니티를 만들어본 경험은 없는지?

 

배윤슬 작가 | 실제 젊은 도배사분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저희 팀도 다 또래다. 현장에도 젊은 사람이 많은데, 인스타그램을 많이 해서 DM이나 댓글로 소통을 종종 하지만, 얘기를 해보면 각자가 가진 목표가 많이 다르다. 빠르게 더 많은 돈 벌려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현장에 나가서 현장 문화를 개선해 보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비슷한 나이,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한마음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다. 소통을 시도해 봤지만, 결국에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각자 갈 길을 가게 되는 현실인 것 같다.

 

Q. 현장에 남아서 개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으신지?

 

배윤슬 작가 | 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기본적인 근로 환경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주 6일제로, 주 52시간 근무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일당이 가장 낮은 초보자는 최저임금도 못 맞추는 상황이다. 책이나 방송에서 언급도 했지만 화장실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렇듯 정말 기본적인 근무 여건만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화장실은 제가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알리려고 노력하는 정도지만, 근무 환경에 있어서 저희 팀 내에서는 주 5일제 근무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임금이 줄어드는데, 그에 맞춰서 어떻게 최저임금 수준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다. 기본적인 다른 회사들만큼의 근무 여건만 만들어져도 좋지 않을까.

 

 

 

가끔은 '내가 선택한 새로운 길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은 평탄하고 이미 잘 닦여 있는 다른 길이 많은데 굳이 스스로 진흙 밭에 뛰어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춥고 힘들고 외롭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었고 내가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단단할지 미끄러울지 알 수도 없었다. 비가 와서 진흙길같이 힘든 시기도 있었고 멋진 조경은커녕, 길이 만들어지기는 할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길이 조금씩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당장 눈앞의 벽지만 보아도 두렵고 다른 기술자들을 보며 나는 언제 저 기술들을 다 배울지 막막하기만 했다. 진흙길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 한 걸음 그곳을 밟아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점점 그 시간들이 다져져 내가 향하는 길 속에서 작은 목표들도 생겨나고 있다. 느린듯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내 길이지만, 멀리서 높이서 본다면 그래도 꽤 틀이 잡혀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아직은 수많은 도배사들 가운데 여전히 새내기 도배사인 내가 또 다른, 도배를 시작하고자 하는 누군가에게는 진흙 위의 조그만 돌, 박스 종이 정도의 작은 도움 정도는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궁리) 배윤슬 p. 82-83

 

# 컬렉션 버스킹 연장

 

많은 분들의 호응으로 다섯 곳 모두 컬렉션 버스킹 전시를 연장합니다. 

아직 들르지 못한 분들, 문인로 가게에서 특별 컬렉션 만나보세요! 

 

# SNS 이벤트 연장 ~11월 30일 (목)

책 대출은 했는데, 이벤트 참여는 못하셨다면? 

다섯 곳의 가게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드립니다. 

해시태그: #가게명 #컬렉션버스킹 

 

* 전국 순회 컬렉션 버스킹 프로젝트는 도서문화재단씨앗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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