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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 #08] 느티나무의 그늘, 김동수 님을 만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4-09-25 조회수 : 661

느티나무도서관을 지탱해 주는 기둥이자 언제나 기대어 쉴 수 있는 그늘과 닮은 김동수 님을 만나다. 



 * '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은 느티나무도서관이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지역 주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입니다.



위잉위잉– 뚝딱뚝딱!
도서관 물건이 고장 났을 때 이 분의 손길이 닿으면 마법처럼 고쳐진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높은 사다리를 척척 올라 불 꺼진 전등에 빛을 밝히고,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과 의자를 다시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도서관 물건 고치기 장인!
목조주택 시공자이자 도서관 시설을 관리하는 김동수 님을 만났다.





누구보다 도서관 이곳저곳을 잘 아는 사람


김동수 님은 95년도부터 30년 가까이 목조주택을 시공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작업한 목조주택만 50채가 넘는다. 김동수 님이 처음 느티나무도서관을 알게 된 건 느티나무도서관 지인의 집을 수리하면서였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도서관 바닥부터 천장의 조명까지 도서관의 모든 시설을 살피고 수리한다.
그 시간이 쌓여 어느새 10년이 넘었고, 누구보다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잘 알게 되었다.
인터뷰하는 날도 도서관 이곳저곳을 고쳤다. 주사기를 이용해 들뜬 바닥에 본드를 넣을 때는 어린이 이용자들이 기웃거리기도 했다.
김동수 님은 익숙하게 이용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못주머니를 꺼내 보이다 
"아쉬움이 남는 일이라면 ..."



건축 현장에서 ‘못주머니를 찬다’는 것은 자신의 공구를 가질 만큼 기술과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못주머니’는 기술이고 실력인 셈이다.

몇 년 전, 김동수 님은 도서관에 오는 청년들이 집 짓는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시도한 적이 있다.
어릴 적부터 도서관과 인연을 맺으며 자란 청년들 중 기술이 없어 비정기적인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려가는 청년들이 있었다.

집 짓는 일은 한번 배워두면 평생 쓸 수 있으니 관장님은 그 청년들이 기술로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 

이러한 관장님의 생각에 김동수 님은 기꺼이 자신의 못주머니를 열어 보였다. 집 짓는 일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찬 바람도 쌩쌩 부는 바깥에서 몸을 써야 한다.
김동수 님이 못주머니를 열어 보여도 그 못주머니, 즉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건 현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일하는 본인의 몫이다.
몇몇 청년이 김동수 님과 집 짓는 일을 시작했지만, 일이 고되니 진득하게 버티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집 짓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지 않은가.
김동수 님은 당시를 떠올리며 더 챙겨주지 못해 그런 건 아닌지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고 했다. 





전문가의 시선
"도서관을 지을 당시 고민이 보여요"



느티나무도서관 건물은 콘크리트, 철재, 목재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알마/2014)를 보면 관장님의 고민이 묻어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건물과 책과 사람이 어떻게 함께 나이 들어갈까 생각했다.
한해 두해 시간이 흘러 책이 채워지고 사람들이 찾아와 머물면서 차츰 건물에 표정이 생기길 바랐다. _130쪽



건축자재를 선택하는 일부터 시간이 흘러 건물이 가지게 될 표정까지 모든 것을 고민해 만들어진 것이다.
김동수 님은 10여 년간 도서관 건물을 보살피면서 어떤 건축자재를 사용할지 공간 구성은 어떻게 할지,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고 한다.

 


그런 김동수 님은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3층 텃밭으로 꼽았다. 3층 텃밭에도 김동수 님의 손길이 묻어있다.
2020년 겨울, 3층 방수공사 후 본격적인 텃밭농사를 위해 큰 텃밭상자 2개를 새로 제작했다.
이때 김동수 님이 만든 텃밭상자에서 올해도 텃밭지기들이 열심히 작물을 키우고 있다.
그는 텃밭에 작물이 자라고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면 자그마한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다고 한다.





언제나 든든한
"절대로 그만 둘 생각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자주 망가지고 수리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동수 님은 의자를 꼽았다. 의자 하나를 고치면 또 다른 의자가 망가진다.
인터뷰하는 날도 나사가 풀려 흔들거리는 의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니 자주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수명을 다한 조명, 책상, 바닥도 의자의 뒤를 이었다. 김동수 님이 고칠 수 없는 것들은 외부 업체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이때 김동수 님이 어떤 업체를 불러야 하는지, 어떤 수리가 필요한지 등을 판단해 주신다.






요즘은 망가지는 물건마다 각각 수리기사를 부르거나 수리기사가 없다면 아예 버리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김동수 님처럼 여러 가지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금만 망가져도 고쳐 쓰기 보다는 쉽게 새 물건을 사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예비사서들도 도서관 이곳저곳을 뚝딱뚝딱 고치는 김동수 님을 만났을 때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는 목조주택을 짓다 보니 웬만해서는 다 고칠 수 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언제나 도서관을 뚝딱뚝딱 고쳐주는 것에 감사함을 표현하니 김동수 님은 되레 도서관에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 도서관에 왔을 때 사서부터 관장까지 도서관에 있는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나이와 관계없이 상대를 존중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건 집 짓는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소한 광경이었다.
이런 곳에 구성원으로 자신을 받아주어 오히려 자신이 더 고맙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 기쁘다고 했다.
그러니 도서관 시설 관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말해주어 아주 안심했다.


삼나무 기둥처럼
마지막으로 김동수 님에게 좋아하는 나무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삼나무를 좋아한다고 한다.
삼나무는 특유의 은은한 향이 나고 습기에 강하다. 목재는 밀도가 낮으면서도 질겨서 건축 재료로도 많이 사용한다.
대들보로도 사용되는 튼튼한 삼나무처럼 김동수 님은 느티나무도서관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고 있다. 


 


2024.08.31
인터뷰: 권기록, 이지현, 한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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