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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도서관이 만난 사람들 4] 따비에1: 버마(미얀마) 도서관의 책과 책읽어주기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3-10-15 조회수 : 8,362

 
느티나무도서관이 만난 사람들 4
버마(미얀마) 도서관의 책과 책읽어주기
 
2013년 9월 24일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던 윤모아씨가 견학 문의를 했습니다.
윤모아씨는 희망제작소 근무당시 느티나무도서관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윤모아씨는 ‘따비에’의 활동가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 방문하는 날엔 또 다른 미얀마 활동가 두 분과 ‘따비에’대표 마웅저님 그리고 ‘따비에’ 활동을 지지하는 자원활동가 한 분과 함께 오셨습니다. 이날의 통역은 따비에 대표인 마웅저님이 해주셨고, 주요상담 내용은 책읽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버마는 미얀마의 옛 나라 이름입니다. 1989년 군사정권이 국명을 미얀마로 개칭하였는데,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측은 국명의 개정이 군사정권의 독단에 의한 것이라 하여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 주요 유력 영어권 미디어나 인권단체는 버마라는 국명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하의 글에 미얀마를 ‘버마’로 표기합니다.)
 
‘따비에(THABYAE)’는 버마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고 버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쓰는 어린이교육지원단체입니다.
 
‘따비에가 가장 먼저 한일은 도서관 짓기였는데, 막상 공간이 생기자 도서관에 둘 책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따비에’는 총 9권의 한국 동화책의 저작권을 기부 받아 이를 번역, 출판해 버마 난민촌 도서관과 고아원 등 여러 시설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마을 도서관이라고는 하지만 버마에는 도서관이 없는 대학이 있을 정도로 출판시장의 형편이 좋질 않아 서가 몇 개와 책 몇 권만 갖추어져도 도서관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 있는 독서동아리컬렉션의 규모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따비에’는 한국 동화를 번역해 버마의 어린이들이 좋은동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한편, 버마의 출판문화를 살리기 위해 버마 동화를 쓰는 동화작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달마다 세 번째 수요일에 여러나라책읽기가 열립니다.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 아시아라는 테두리에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의 사람들이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 자기나라의 그림책을 그 나라 말로 읽어주고 문화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2007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빈번한 어려움 중에 하나는 읽어줄 그림책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요즘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에서 한국어, 한국문화 교육차원으로 한국동화, 그림책들을 다른 나라말로 번역한 책들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느티나무도서관의 여라나라책읽기 목적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 나라 사람이 쓴 책이면서 그 나라의 모습이 잘 담겨 있는 책을 고르려고 합니다. 그래서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왔었는데 마웅저님으로부터 자국의 동화작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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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마웅저님과 버마어로 번역된 한국의 동화책들 (출처:‘'따비에’Tistory. http://thabyae.tistory.com)
2.느티나무도서관의‘여라나라책읽기’시간

 
버마는 현재 독재를 벗어나 민간정부로 바뀌었지만, 사실상 군정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합니다. 여전히 교육, 보건보다 국방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버마의 교육제도는 제도적으로는 무상교육이지만 버마 아이들의 40%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버마에는 아직도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어 많은 어린이들이 여전히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거나 돈을 벌러 나갑니다.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책과 가까이 할 기회가 없기도 하지만 그나마 학교를 다니며 책을 접할 수 있는 아이들도 책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매체가 아니라 학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해 책읽기를 즐기기보다 무조건 공부하려하거나, 외우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따비에’는 마을마다 도서관 만들기, 한국 동화책 번역하여 아이들이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버마 동화작가를 양성하여 현지에서 인적 인프라를 확보하기에 이어 아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지난 8월부터 매주 토요일 마다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8월 시작으로 두 달 즈음 되어가는데 점점 참여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반가운 마음 한 켠에 책읽어주는 활동가들은 어떻게 이 분위기를 몰아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따비에2.jpg
 
     1. 버마 현지 활동가가 책 읽어 주는 모습 (출처:‘따비에’Tistory. http://thabyae.tistory.com)
     2. 느티나무도서관을 방문한 따비에 식구들 (2013.10.02)
 
 
"어떻게 읽는 것이 잘 읽어 주는 것인가요?“, “아이들이 오긴 오는데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아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점점 많은 아이들이 오는데, 그럴 때 활동가 한사람이 진행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는게 좋나요? 연령은 구분짓는게 좋나요?” 등등의 질문이었는데, 사실 그들의 고민은 한국에서 책읽어주는 활동가들도 흔히 하는 고민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에 대한 답을 그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하는 일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읽어주는 활동을 하는 자원활동가들에게 ‘구연동화가 아니라,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듯 편안하게 읽어주면 되요.’라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분들께도 그대로 전하였지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듯 자연스럽게 읽어주면 되요” 하고요. 헌데 이분들이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듯이?”라고 되뇌며 “엄마가 아이에게 하듯..... 잔소리같은거요?”하며 갸우뚱 합니다. 버마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문화가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아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듯’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와 닿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도서관 직원인 저도 동아리나, 도서관 프로그램을 끌어가려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제가 자라면서 경험하지 못한 방식을 시도할 때였습니다. 아차 싶어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동화의 내용을 각색한다던지 지나치게 극적효과를 더해서 읽지 말고, 자연스럽게 읽어주세요.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읽어주세요.”
 
한번 책읽어주기 할 때 20명의 아이들이 참여하는데 그 정도 숫자면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며 읽기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것이 두 번째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활동가 말고 선생님도 함께 참여하여 어떻겠느냐 물었는데, 선생님들이 책읽어주는 일을 중요한 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이 일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읽어주는 마니또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한 달에 한 두번쯤은 선생님(어른)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언니와 동생이, 형과 동생이 짝꿍이 되어 책을 읽어주면 어떻겠냐고요.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경험 만큼이나 내가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경험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니까요.
 
"아이들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할 겸, 끝나고 책에 관한 질문을 하면 어때요?“ “이야기는 듣지 않고, 책을 읽을 때 숙제만 해요.” 하는 고민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읽어주는 책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 돌아다니며 듣는 아이도 있고, 누워서 듣는 아이도 있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듣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지금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즐기는 방식이 다른 것 뿐이란 것과 함께요. 그리고 조금 더 책읽어주기를  경험해보면 알겠지만 책읽어주는 시간에 가장 꼬박 시간 지켜 오는 단골들은 “재미없어! 시시해!“하며 그 자리 그 시간에 근처를 뒹굴뒹굴 하는 아이들이란 사실도요.
 
책을 접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일만큼이나, 이미 다 자라버린 어른 활동가들에게도 이 활동 자체가 큰 교육의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기 이전에, 책이 얼마나 재미난 것인지 알게 하고, 그것을 통해 책을 만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것이 따비에의 목표라면 그 문화가 정착되도록 시간을 들여 묵묵히 기다리는 일도 필요하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하나의 문화라는 것이 뚝딱해서 배워지고 익혀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따비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마웅저.)' 라는 이 글귀가 어쩐지, 계획한 모든 일을 묵묵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단 믿음이 들었습니다.
 
 
** 느티나무도서관과의 만남 이후 얼마전 따비에에서 귀한 선물을 보내오셨습니다.
    우정의 징표로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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