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운영위원직을 사임합니다

작성자 : 이동희 작성일 : 2013-04-30 조회수 : 7,538

메일을 드렸는데,
박영숙 이사장께서 읽지도 않고 (당연한 결과겠지만) 회신도 없어
부득이하게 열린게시판을 이용하여 사임의사를 전합니다. 양해하십시오.

저는 친구도서관사업 운영위원 이은희입니다.
2009년에 1년간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사무국장을 맡아 일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 수지를 떠나 서울에서 지내고 일하면서 위원회 회의에 잘 참석하지도 못했지만,
그것보다는 이번 자원활동가회 해체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느티나무도서관재단과는 함께 갈 수 없겠다고 판단하여 사임하고자 합니다.

제 사임의 변은 이렇습니다.

첫째, 저는 그림자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이 무리한 일들을 벌여온 도서관재단측은
단 한번 그와 관련된 사업 구상과 계획을 위원회에서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이사장님이 밝히셨듯, 관련 계획들은 이사회에서 논의하여 통과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현재 재단에서는 이사회만 회의체로서 기능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원활동가회가 더 이상 회의체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체되었다고
임의적으로 판단한 재단측과 달리,
저는 회의체로 기능하지 않는 위원회가 해체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만두는 것입니다. 사임하겠습니다.

둘째, 저는 도서관 운영에 대한 재단의 비민주성과 비공공성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운영의 철학이 다른 자가 계속 재단의 <함께하는 사람들>로 남을 수 없겠지요.

가난하고 작지만 의미있는 도서관,
사회가 주목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닮고 싶어 하는 도서관,
이제는 규모를 키워 공립도서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공성을 확장하려 노력하는
도서관, 이 모든 발전에 함께 한 이들의 땀과 수고를 격려하며 감사할 줄 아는 도서관..
이라고 생각하여 느티나무와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상가 지하에서 정식 일꾼처럼 도서관을 지키며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던 때부터,
마을에서, 다른 지역에서 그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하여 강의를 다니고,
많은 시간을 들여 자발적으로 매뉴얼집을 발행하고,
한일도서관국제포럼 등 국제행사들의 실무까지 듬직하게 맡아온 자원활동가들...

2010년에 개정된 자원활동가회 회칙,
그것도 개정조항의 적용 기간 및 범위도 명시되지 않은 회칙을 소개하며
당신들은 자원활동가들이 아니니 총회를 소집할 수 없다는,
기상천외하다 못해 매우 비겁하고 폭력적인 공지문을 읽는 순간,
마음이 미치도록 괴로웠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분노했습니다.

공립도서관들이 공공적이지 않고 권위적이며 획일적인 데에는
그 도서관을 운영하고 일하는 자들이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원활동가회가 "더이상 회의체로서 기능하지 않고 해산되었다고 판단"하였다는
재단측의 일방적이고 임의적인 이해도 수긍할 수 없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진실을 규명한 간담회에서의 소통의 결과가
결국 자원활동가회의 회칙을 만족시킬만한 자원활동가가 없어
소집범위를 알 수 없으니 총회 소집을 불허한다는 공지문으로 나온 것은
그 반민주성과 반공공성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게 만듭니다.

이사장님은 간담회에서,
전 회장단에게 자원활동가 총회를 열어야 하지 않느냐고 권했다고 말씀했습니다.
자원활동가회 자격도 없는 이들을 2년씩이나 회장단으로 자원활동'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아무도 부를 수 없는 자원활동가회 총회를 소집하라고 권했단 말씀이네요.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은 지금 이 상황과 과정이 진정 이해가 되십니까?
그리고 자원활동가회 관리는, 제가 일했을 때에도, 재단 사무국의 업무입니다.
오늘의 자원활동가회 해체는 재단 사무국이 업무를 등한히 했거나,
아니면 다분히 고의적이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의심됩니다.
필요하면 해명하셔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도서관에서 자료와 정보를 처리할 줄 모르는 일꾼들과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도서관문화발전소장님이 도서관 이용자들과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공동집필하셨다는 연구논문을 최근에 아주 꼼꼼히 읽었습니다.
연구자로서만 아니라 도서관 일꾼으로서의 윤리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한 분들이 자신들의 정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일에 대해 선선히 양해하였다고
그 일을 그냥 덮고 지나갈 수만은 없습니다.
당사자가 홈페이지 눈도장에서 사퇴하겠다고 의견을 올렸던데,
이사장님과 재단 이사회에서 문제삼지 않은 모양이지요...
그래서, 저는 당신들과 함께 하지 않겠습니다.
제 사임은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곧 홈페이지를 개편하신다죠.
저희 기관도 작년에 홈페이지를 개편했습니다.
지난 자료들은 다 퍼서 새 홈페이지에 이식하는 것이 마땅한데, 하지 않으시겠죠.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 지난 한달여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경악할 공지문들과
가장 압권인 최근의 공지문(자원활동가회 소집 불허)은
자기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느티나무도서관의 부끄러운 역사이자
안타까운 상처들의 징표로서 우리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 민간운동의 공공성과 민주주의, 리더십"을 주제로 토론됨으로,
다시는 이 안타까운 일이 다른 지역에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4월29일,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회를 스스로 해산했다고 들었습니다.
유구무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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