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30일(토) 4시, 도서관 1층 사랑방에서는 니시다 치호님과 함께 하는 일본어 책읽어주기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가미시바이 책읽기가 공개되는 첫 날이기도 했지요.
가미시바이(かみしばい,紙芝居)라니? 책 읽기 전 책상에 놓인 갈색나무상자를 보며 사랑방에 모인 모두가 비슷한 의문을 품은 표정이었습니다. 가방이라는 평범한 대답에서부터, 살금살금 다가와 나무상자의 잠금장치를 풀더니 ‘텔레비젼’이다! 라고 외치는 과감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가미시바이란, 큰 종이의 앞면에 이야기 순서대로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 그 내용을 적어, 종이가 들어갈 수 있는 나무틀에 끼워 한 장씩 차례로 읽어주는 일종의 이야기연극입니다. 일본의 오래된 동화구연 방식이기도 하구요. 치호님 말씀으로는, 전쟁 후 일본의 동네 어르신들이 가미시바이를 들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즉석에서 이렇게 책을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일본의 도서관이나 유치원, 학교 등에서는 가미시바이 책읽기를 즐겨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책 읽어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함께 읽은 책은 <산신령의 선물>과 <힘센 단호박>이었습니다. <산신령의 선물>은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를 일본어로 번역한 책이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이 ‘효동’이니 ‘동욱’이니 한국 이름 그대로라, 가미시바이 그림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아는 단어가 나왔다며 엄청 반가워 하네요. <힘센 단호박>에는 유독 의성어와 의태어가 풍부했습니다. 치호님의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들으니 재미있는지 여기저기서 일본말을 종알종알 따라합니다. 그러다 어색한지 큭큭 웃는 모습이 해맑습니다.
가미시바이와 나무틀은 지난 9월 느티나무를 방문한 일본의 “무스비메노카이(매듭회)”라는 단체에서 보내온 우정의 선물입니다. 이 책을 느티나무에서 읽을 수 있도록 우리말 번역을 해 준 분은 다름 아닌 니시다 치호님입니다. 남편이 한국인이라 평소 우리말을 정말 잘하시는데 번역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남편과 일본어에 능통한 친구 부부, 이렇게 네 사람이 모여 작업을 했다며 겸손해 하시네요. 국경을 초월해 좋은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이모저모로 애쓴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