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휴대폰에서 메일 알람이 울렸어요. 띠링~ 스팸 메일인가. 무심히 휴대폰을 손에 쥐고 메일을 확인했는데 스팸 메일과 섞여 어떤 제목의 메일에 눈이 커졌어요. “그림책 읽는 어른들에 대해 문의 드립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메일을 열어보니 국제 비영리 문화 단체인 “월드컬쳐오픈”이라는 곳에서 우리 모임에 관심을 갖고 메일을 보낸 내용이었어요. 월드컬쳐오픈은 뉴욕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있는 문화 단체이고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문화를 씨 토크(C! Talk)라는 이름으로 나눔으로써 다양한 문화와 지혜를 알리는 그런 단체였어요.그런데 이번 6월에 갖는 씨 토크 테마가 어른과 그림책으로 정해졌는데 검색을 해보니 우리 그림책 읽는 어른들의 카페가 눈에 띄었다고 했어요. 그림책 작가 두 명과 그림책을 좋아라하는 우리들을 모아 한 팀씩 약 15분 강연을 해달라는 제의였어요. 그 방식은 자유롭고 마치 요즘 뜨고 있는 TED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의 형태처럼 말이죠.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지난 2년여 동안 그림책이 좋아서 무작정 아줌마들끼리 모여 책을 보고 그 이야길 나누면서 생긴 에너지와 내용들을 사례로 사람들과 나누면 참 의미가 있겠다 싶었지요. 그리고 참 신기했어요. 우리 모임을 어찌 알고 이렇게 메일까지 보내어 부탁을 할까 싶어 물었죠. 그림책 읽는 어른들은 모임이 끝나면 우리가 개설해 놓은 다음 카페에 내용을 올려 놓기도 하고 앞으로 할 활동들을 공지 함으로써 회원들끼리 소통하고 있었거든요. 그 활동 카페를 보고 연락이 온거였어요. 씨 토크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이 모임이 참 신기했다고요. 어린이 문학 단체도 아닌데 어른들끼리 모여 그림책을 이렇게 열심히 보다니 이상하면서도 궁금했다고요. 그 메일을 받고 바로 약속을 잡아 미팅을 하고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림책 읽는 어른들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들려 주어야 할 내용은 다름 아닌 “어른이 왜 그림책을 보는가” 였어요. 아이가 아닌 어른이 주인공인 솔직담백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 주면 되는 거였죠. 2011년도에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우리들은 참 재미나게 살았어요. 모이는 순간 만큼은 오롯이 내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천천히 살펴 보면서 파생되는 생각과 감동을 자유롭게 나누고 울고 웃었던 지난 2년 여 동안의 시간을 강연을 준비하는 동안 다시 생생히 떠올려 보았어요. 오히려 강연이라는 큰 행사 보다는 준비하는 시간 동안 더 많이 배워지는 느낌이었답니다. 어른에게 왜 그림책인가를 돌이켜 보고 사유하며 그 목적이 더 단단해 졌다고 할까요.단순함 속에 더 큰 감동과 통찰력을 맛보는 그 재미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이 기회를 그림책 읽는 어른들 회원들과 참 많이 고민 했어요. 강연만 듣고 빈 손으로 돌려 보내기에는 허전해서 책 갈피표를 우리들 손으로 만들어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고요 우리의 가슴에 감동으로 전해 진 그림책을 전시해서 알려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강연 뒤에 그림책 한 권을 골라 낭송해야 하는데 어떤 작품으로 할지 우리들끼리 고민이 많았어요. 후보작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 고민을 한 번에 날려 줄 그림책이 수다 중에 나왔답니다. 회원 분들 중 한 분이 곧 친정아버지 칠순이라고 했어요. 가족들이 모두 모인 칠순 잔치에서 아버지께<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글 이호백/그림 이억배>을 읽어 드릴 거라는 이야기에 모두들 감동 했었어요. 정말 그림책과 현장이 잘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를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읽어주었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열심히 강연을 준비했고 평소 좋아하던 이수지 그림책 작가도 만나 이야기 나누며일상에서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모든 행사가 끝났고요 준비 기간 내내 완전히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왜냐하면 준비하느라 바빠서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책을 손에서 잠시 내려 놓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즐겁습니다. 다시 그림책을 원 없이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 읽는 어른들은 이번 일로 확실히 깨달았어요. 우리들은요 늙어 할머니가 되어도 그림책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