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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3월10일). 5편 『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3-11 조회수 : 8,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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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마음보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책이다.
 
실비아 플라스는 화가보다 시인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그녀의 딸 프리다 휴스가 어머니의 편지와 그
림을 함께 엮어 발행했는데, 실비아 플라스가 죽은지 50년이나 지나서였다.
실비아 플라스의 그림은 연필&잉크 정도의 간단한 재료로 그려졌지만,
사물에 비친 빛의 각도와 양까지 자세하게 표현해 낼 만큼 섬세하면서도 담백하다.
함께 실린 그녀의 편지도 그림과 닮아있다. 보았던 것 느꼈던 것을 열매껍질의 결을 펜으로 하나하나 그
어가듯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내려간다.
 
나는 이 드로잉집에 실린 그림을 보며 ‘고즈넉함’, ‘평온함’, ‘위안’ 같은 뭐...그 비슷 한 감정들을 느꼈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이 단정하고, 맑은 사람이겠지하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말과 작가연보를 보면 실비아 플라스의 삶은 내 생각처럼 편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1963년 31살의 젊은 나이에 기괴한 방식으로 자살을 한다. 이전에도 두 번 자살을 시
도하는데, 내면에 ‘우울함’을 안고 사는 사람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그림에서 나는 그런것들을 느끼지 못했을까?
이 드로잉집에 실린 그림들이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그려진 그림들이여서 일까?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글쓰기 창작의 고통을 그림으로부터 위안을 얻었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실비아 플라스의 그림을 보며 나와 같이 느낀다면, 그녀도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다른 시기에 그려진 그녀의 그림들과 더불어 죽기 몇일 전 출간한 자전적 소설『벨 자』도 궁금해진다.
읽고 나면 그녀의 그림들이 좀 더 분명하게 보일까?
 (정보서비스팀장 현나라)
 
한 페이지 꺼내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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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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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날이 소중하다 / 대니 그레고리
  창작면허프로젝트 / 대니 그레고리
  예술가의 작업노트/ 대니 그레고리
 
 
  인류는 탄생이래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림을 그리지는 않습니다.
  대니 그레고리도 그림 그리는 일이 그리 절박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대니는 아내가 장애인이 되자 살아야 할 이유 
  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니가 처음  사고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내가 장애인이 되었으
  니 자신들의 가족에게는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만큼 액땜을 했으 
  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지요. 또한 장애로 인해 아내의 삶이 비참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장애인이 되었다고 해서 액땜처럼 더 이상 나쁜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 사는 일
  이 절대로 살아가지 못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장애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정말은 알지 못하고 있
  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살아갑니다. 불편한 문제들을 해결하면
  서 앞으로 저벅저벅 나아갑니다. 다리를 잃은 채로. 장애인 아내의 일상을 바라보는 대니가 정신적으 
  로 더 고통스럽습니다.
  보고 느낀 것을 그리려면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끝없는 관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화가가 모델과 사랑에 잘 빠지는 이유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진실로 사랑하지 않거나, 자세히 들여
  다보지 않거나, 공감하지 않고는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니가 학창시절이래로 놓고 있었던 그림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아내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를 때  
  주변의 것들을 다시 잘 관찰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
  림은 우리가 놓치고 가는 수 많은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보는 것, 다른
  것을 보게 하는 것, 그 힘이 세상을 살아가게 합니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사과 꽃이 핀다고, 벚꽃이 진다고 인간만 호들갑을 떱니다. 사과는 그
  저 피고 벚꽃은 그저 떨어집니다.  살아가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못 살 일은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
  고 휴양지로 가려 했는데 비행기가 불시착하게 되어 엉뚱한 곳에 도착해버렸다고 칩시다. 처음에 가려
  했던 꿈에 그리던 휴양지만 생각하면 살 수가 없겠지요. 휴양지 생각을 아예 안 할수는 없겠지만 불시
  착한 곳이 살 수 없는 곳은 아닙니다.
  대니 그레고리의 그림책들은 장애극복 체험담처럼 쓰여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림 그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고 쓰지 않아서 더 좋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린 그림이 예술이 되지는 않겠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 있습니다. 머리
  로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먼저 반응을 보이는데요, 대니의 그림이 그렇습니다. 마음을 움
  직이는 그림에는 그 사람의 진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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