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저는 <책또래> 자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서둘러 준비를 해서 느티나무 도서관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제 시각에 가면 차를 세울 곳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9시 50분 도착. 다행히 지하카페로 내려가는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독서회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을 펼쳤습니다. 잠시 뒤에 설명회를 개최한 분들이 내려오시고 도서관 사서 몇 분도 오셨습니다. 오늘따라 더 적막하게 느껴져서 더 큰 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10시 20분에 칸막이로 분리된 카페의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상과 의자가 둥글게 놓여 있었는데,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군 목소리에 비해서 그 수가 적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의 시작 시각이 지났는데 모인 사람 수가 많지 않은걸 보니 괜찮을 것도 같았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 활동 설명회]라며 한 부씩 나눠받은 종이를 읽고 있는데, 소장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 모임의 취지라고 말씀하시며, 2012년 12월 느티나무 이사회에서 발표한 [도서관 활동 계획]에 대한 설명서를 쭉 읽었습니다.
다양성과 공공성, 선택과 집중, 도서관 활동 촉진을 위한 자원 활동의 영역 변경, 자원활동가 회장단의 고민 등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연필로 적어가며 집중해서 잘 듣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람이 너무 많으니 공간을 터야 할 것 같네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10시 50분에 설명회는 중단되었고 자리를 재배치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속으로 좀 화가 났습니다. 처음부터 공간을 작게 잡은 것에 문제를 느꼈습니다만, ‘참석하는 사람들이 제 시각을 지켰다면, 시작하면서 공간을 확보했을 텐데...’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5분 후에 다시 설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2012년 12월 자원활동가 회장단 해단식, 자원활동가의 조직을 연계, 동아리로 활성화해서 이용자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모둠지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읽고 계시는 그것은 왜 프린트해서 나눠주지 않나요?”
순간 ‘아 그렇네! 눈으로 보면 되는데, 내가 적고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프린트 해 달라”와 “그럴 수 없다”라는 말로 입장 차이가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에이 저깟 종이 한 장이 뭐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고에 프린터가 있는데 얼른 복사해서 나눠주면 덜 시끄럽고 더 원활하게 진행될 텐데 말입니다. 아니면 참석자 한 분이 스마트폰으로 녹취를 하고 있던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고 싶으면 녹취파일을 공유하면 될 건데 말입니다. 나는 ‘어쩜 저깟 종이 한 장의 문제가 아닌가 보네’ 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소장님이 글을 끝까지 들려주고 나자, 부소장님이 활동설명회를 읽어 주십니다. 한참을 같이 따라 읽으며 설명을 듣고 있는데, “이 글은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어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고, 해야 할 다른 이야기를 하자” 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옳소” “찬성” 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저는 ‘어라?’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홈페이지에서 봤을 때는 도대체 이게 뭔 소리야? 싶었는데, 와서 설명을 들으니 아! 이런 말이었구나! 싶어서 이해가 잘 된다. 일단 설명회를 들으러 온 거니 끝까지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설명회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도대체 왜?]도 궁금했지만 [그럼 어떻게?]도 궁금했습니다.
<번역 자원활동가> 제가 영문과를 나왔지만 중학생 딸아이 영어실력보다 더 밑돌아서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스크랩 자원활동가> 한 때 부자되어보겠다고 온갖 주식이나 저축관련 정보를 모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는데, 좀 더 공부해서 다시 해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이 갔습니다. <완역본 읽기> <원작 독서회>에 마음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11시 30분이 지나서 [느티나무도서관 활동 설명회] 읽기가 끝나고, 질문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 2월부터 도서관 일을 시작하셨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구석구석 필요한 것을 찾아서 일을 하셨다는 그 분 목소리 속에 그동안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납득이 갈 만한 대답을 듣고 싶다는 목소리에서 지금의 괴로움이 느껴졌습니다. 7년 혹은 3년째 자원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분들, 예전 자원활동가 회장이셨다는 분들의 목소리 또한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는 순간 저에게는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느티나무를 위해서 희생했는지 너희는 아느냐?”
“우리에게 느티나무란 나와 가족 그 이상이었다. 그러한 우리의 마음으로 느티나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
“도대체 너희가 뭐라고, 우리를 이렇게 서운하게 만드느냐?”
이렇게 들렸습니다. 왜 저에게 그렇게 들리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느티나무 홈페이지에 오른 수많은 댓글이 떠올랐습니다. “헌신했는데 헌신짝처럼 버려지니 당췌 저같이 헐랭이 이용자들은 설자리가 있는건지...” “대가리 굴려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라 찌꺼기같은 새끼들아” “밤중에 열불나게... 지나가는 똥개 밑이나 닦아 주구려” 도대체 누가 썼을지 궁금했던 댓글들,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이런 글을 썼을까? 보다는 도대체 이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사람이 누구야? 라고 궁금했던 댓글을 읽으며, 수지로 이사 오기 전 충주에서 친하게 지낸 사람들에게 느티나무 도서관을 자랑했던 지난 시간이 너무 후회되었습니다.
그리고 설명회 자리에서 자신은 버젓이 의자에 앉아서 “앞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 얼굴이 안보이니 일어나서 설명하라” 고 요구하던 목소리, “도대체 몇 년이나 이곳에서 일했나요? 자원활동일은 해보기라도 했나요?” 라고 청문해 하듯 따지는 목소리, 소장과 부소장의 변함없는 대답에 “허 참” “어이없네” 라고 쏟아내는 야유를 들으며 저는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제가 앉아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제가 부끄러워서, 소장과 부소장에게 듣고 싶었던 더 많은 이야기들을 물어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른 설명회가 끝나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설명회는 거의 1시가 되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소장과 부소장 옆에 앉아있던 도서관 관장과 사서분에게 눈이 돌아갔습니다. 그 사이 눈물을 흘렸는지 아님 억지로 참고 있었는지 사서의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이곳은 오고 싶으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않아도 되는 곳이지만, 저 사서에게 이곳은 어떤 곳일까? 그래도 내일이면 어김없이 와야 할 곳이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내일 오고 싶을까?’ ‘내 상처에 눈이 멀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정당한 일일까? '
도서관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을 압니다. 왜 그렇게 변해야 하고 어떻게 변해나갈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설명회가 부족하다고 느낀 많은 사람들이 설명회를 다시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에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어떤 이유에서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으며, 그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나도 그 속에 있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