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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기] '포스트 후쿠시마'를 생각한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1-09-06 조회수 : 6,887

'포스트 후쿠시마'를 생각한다.

무릎이 아파 서 있기 어렵다던 김종철 선생님은 3시간 동안 서서 열변을 토했습니다.
방사능에 관한 이야기부터 리비아 카다피에 관한 얘기, 언론의 문제점에 관한 얘기까지 너무 많은 영역을 넘나들었습니다.
그걸 정리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데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정리하자면...



핵은 발견되지 말았어야 할 물질입니다.
그리고 맨하탄 프로젝트는 비극의 봉인을 푼 출발점이더군요.
맨하탄 프로젝트는 원자폭탄과 더불어 불소라는 독성물질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불소는 인간의 치아를 건강하게 하고, 원자력은 인간에게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모두 생명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감추고 있었지요.
이 모든 게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비극이니 자연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구요.

일본 후쿠시마 폭발 이후 우리에게도 방사능은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의 사용기한은 30년 정도라고 합니다.
핵폐기물의 방사능이 2만년 정도 간다고 하니 우리는 현재의 삶을 즐기기 위해 미래세대에게 끔찍한 짐을 떠넘기고 있는 셈입니다.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농산물을 먹고 자라날 아이들에게 깨끗한 농산물을 먹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네요.
어쩌면 그게 미래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미래를 얘기한다면 적어도 7세대를 보며 얘기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나아가 핵발전소를 당장 멈추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독일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핵발전을 중단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선생님은 특히 독일 사례를 강조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단순히 핵발전만 중단한 게 아니라 문명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구요.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핵이 아닌 대규모 대체에너지원을 찾아야 합니다.
독일은 그런 대규모 생활에서 벗어나 마을 단위의 대안적인 생활양식이 마련되고 있다네요.


김종철 선생님은 독일을 보며 그런 전환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긍정하게 되셨다네요.
그리고 한국의 언론들이 그런 움직임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지 않다며 답답해 하셨습니다.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마저 핵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고, 핵산업을 움직이는 핵마피아의 실상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면서요.

후쿠시마 이후를 보는 건 자본주의 이후를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고 따라온 것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삶을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것이 후쿠시마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자세라고.

그래서 선생님은 스스로 공부하는 삶을 강조했습니다.

깨달아야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설령 내용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선생님의 열정에는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많은 분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셨지요.
이 작은 파장이 동네 곳곳에 스며들어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하승우 /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연구교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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