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에는 기증되는 것들이 참 많고도 다양하다.
책은 기본이고, 책상, 테이블, 보행기, 선풍기, 머그컵, 비누, 치약 등등..
도서관에서 도저히 쓰일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자잘한 살림살이부터
김장김치, 바싹하게 눌러구운 누룽지, 포싶포실 잘 삶아진 감자,고구마,
연체된 자료에 대한 미안한 맘을 담아 전해 오는 과자한 봉지까지..
또 기증되는 것들엔 물건만 있는 것도 아니다.
200명이 넘는 자원활동가들의 소중한 시간,
특별한 사람들의 귀한 재능,
느티나무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리고 글이,
좀 황당(?)하게는 살아있는 토끼까지..^^;;
이곳에ㅡ기꺼운 마음으로 기부된다.
무엇을 기증하려고 할때 느티나무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내가 건네는 그 무엇이든 이곳에서 의미있게 사용될 것이라는 믿음,
또는 그냥 그저 이곳에 무엇이라도 하나 더 주고싶은 애정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 마음이 담긴 것들이 도서관 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느티나무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어쩌면 이런 모습들이
내가 느티에서 계속일하고 싶게 만드는 참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용자로부터
이런 귀한 선물을 받고 보니 감상이 길어졌습니다.^^;;
도서관이 한 이용자로부터 받은 선물
많은 사람들에게 살짝 자랑하고 싶어 보내주신 글도 함께 옮겨 봅니당~
by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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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손재수
칼바람 부는 날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다
정치만큼이나 설득하기 힘든 그들을 달래고
혼자서 간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빌리고
이런 곳에는 못 다한 미련이 남아
자리를 빨리 뜨기가 싫다
와플 몇 조각에 고구마 라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나비 같은 고요에
평화가 수평으로 내려앉는다.
사랑의 결정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딸 인양 귀엽다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이
천진한 희망이다
못다 채워진 생애에 대한 회한이
봄버들에 물오르듯 치미는데
곧은 대나무가
내 영혼을 두드려
2세, 3세, 4세, 5세,..........
우리들의 그들이
저렇게 자라기를
저렇게 자라기를.
2012.2.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