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코를 자극하는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1-07-12 조회수 : 6,628

붙잡아 두지 않으면 아무리 자극적인 것도 휘발되어 없어져 버리기 마련이다.

장서를 점검하다 발견한 책  <궁극의 리스트>의 한 페이지가 그랬다. 
코를 자극하는 글과 그림들. 붙잡아 두고 싶다.


레나토 구투소
<부치리아의 시장>을 위한 습작  1970 ~ 1974년 경
밀라노, 개인소장

라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제1장 1985

" 이 책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시대에는 우리 현대인들로서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길에서는 똥냄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퍼져 나왔고, 환기가 안 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났다. 침실에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와 함께 요강에서 나는 코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오줌 냄새가 베어 있었다. 거리에는 굴뚝에서 퍼져 나온 유황냄새와 무두질 작업장의 부식용 양잿물 냄새, 그리고 도살장에서 흘러나온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사람들한테서는 땀 냄새와 함께 빨지 않은 옷에서 악취가 풍겨 왔다. 게다가 충치로 인해 구취가 심했고, 트림을 할 때는 위에서 썩은 양파즙 냄새가 올라왔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한테서는 오래된 치즈와 상한 우유, 그리고 상처 곪은 냄새가 났다. 강, 광장, 교회 등 어디고 할 것 없이 악취에 싸여 있었다. 다리 밑은 물론이고 궁전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농부와 성직자, 견습공과 장인의 부인도 냄새에 있어서는 매한가지였다. 귀족들도 전부 악취에 젖어 있었다. 심지어 왕한테서도 맹수 냄새가 났고, 왕비한테서는 늙은 염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차이가 없었다. 18세기에는 아직 박테리아의 분해 활동에 제약을 가할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건설하고 파괴하는 인간의 활동, 싹이 터서 썩기까지의 생명의 과정치고 냄새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 p78

'무두질'이라는 단어에서 <끌림>이라는 여행기에 모로코 사진이 떠올랐다. 지중해로 들어가는 통로에 있는 북부 아프리카 모로코의 무두질 공장에 대한 내용이 쓰여진 부분이었다. 모로코의 페스라는 도시는 지금도 무두질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 중세시대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 한 번도 맡아 본적 없는 가죽의 썩은 내가 몹시 궁금해진다. 18세기와 중세 유럽의 냄새는 어땠을까?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본다.  

                                                                                                   -서비스 2팀 기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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