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똥에 관한 이야기.....

작성자 : 작은파도 작성일 : 2010-09-02 조회수 : 8,605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생각의 생각 속으로, 깊은 가라앉음으로 잠수타게 만드는 소설이라 책을 읽은 느낌을 적는다는 것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몇몇 단편적인 울림의 구절들을 소개 하고 싶으나.........그 또한 너무나 방대하여 책 한권을 거의 다 옮겨 놓아야 할...... 감당하기 벅차니...--;; 한가지 이야기만 소개하겠다.

스탈린의 아들 이아코프의 비극적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1980년 '선데이 타임스'에 실린 기사를 읽고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2차세계대전에서 전쟁포로가 되어 영국군 장교와 같은 감옥에 수용되었었는데 그곳은 공동변소를 사용했다. 스탈린의 아들은 변소를 항상 더러운 채로 남겨 놓았고 영국군 장교는 (우주에서 가장 권세있는 남자의 똥이라 할지라도) 변소를 똥투성이로 만드는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들은 스탈린의 아들을 비난하며 변소청소까지 강요했고 스탈린의 아들은 모욕을 당했다.모욕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러시아 말로 끔찍한 저주를 퍼부으며 수용소를 둘러싼 고압 철조망으로 달려갔다.....거기에 매달려 있는 그의 육체는 다시는 영국인의 변소를 더렵히지 않을 것이다......

스탈린의 아들은 편안한 생을 살지 못했다(그를 낳은 여자는 결국 그의 아버지에 의해  총살 당했다).....어린 스탈린은 신의 아들이자 동시에 신의 저주를 받았다..............저주와 특권,행운과 불운, 사람들은 이런 대립이 얼마나 서로 교체 가능한지를, 인간존재에 있어서 양극단 간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를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다른포로들은 그를 더럽다고 비난했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한 비극을 어깨에 걸며졌던 그가 왜 이제는 고상한 것이 아니라 똥때문에 심판받아야만 했을까? 가장 고상한 비극과 가장 일상적인 사건이 이토록 현기증 날 정도로 근접한 것일까........저주와 특권이 더도 덜도 아닌  같은 것이라면 고상한 것과 천한 것 사이의 차이점은 없어질 테고, 신의 아들이 똥 때문에 심판받는다면 인간 존재는 그 의미를 잃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자체가 될것이다.스탈린의 아들이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에 몸을 던진 것은 의미가 사라진 세계의 무한한 가벼움 때문에 한심하게 치솟은 천칭 접시 위에 자기 몸을 올려놓기 위해서 였다.........스탈린의 아들은 똥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그의 죽음은 전쟁의 광범위한 바보짓 중 유일한 형이상학적 죽음이다.......

..........신학적 예비지식은 조금도 없었지만, 어린 나는 순간적으로 똥과 신은 양립할 수 없으며 또한 인간이 신의 모습을 본 따 창조되었다는 기독교의 인류학적 명제가 지닌 허약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둘 중 하나다. 인간은 신의 모습에 따라 창조되었고 따라서 신도 창자를 지녔거나, 아니면 신은 창자를 지니지 않았고 인간도 신을 닮지 않았거나..

똥은 악의 문제보다 더욱 골치 아픈 신학 문제이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으며 따라서 인류 범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을 창조한 신, 오직 신에게만 돌아간다.
 
똥과의 불화는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똥을 누는 행위는 창조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질을 일상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똥은 수락할 만한 것이라거나  또는 우리가 창조된 방식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 중에서.....

.....종교적 믿음이건, 정치적 믿음이건 간에 모든 유럽인들의 믿음의 이면에는 창세기의 첫번째 장이 존재하며, 이 세계는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모양으로 창조 되었고, 존재는 선한 것이며..... 이러한 근본적 믿음을 존재의 확고부동한 동의라고 부르도록 하자.

그러므로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가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세계는 똥이 부정되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자가 처신하는 세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은 키치라고 부른다.키치란 똥에 대한 절대적 부정이다. 문자적 의미나 상징적 의미에서 그렇다. 키치는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의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중 6부 대장정....

이어 공산주의 키치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쿤테라의 사고의 폭과 깊이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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