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영화가 산책(브라더스)

작성자 : 작은파도 작성일 : 2010-05-13 조회수 : 7,725

오랜만에 영화를 봤습니다.
짐 쉐리단 감독의 <브라더스>란 영화였는데 마침 이번달 내내 '가족'이란 주제에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감동이 더 진하게 느껴졌던 영화였습니다. 짐쉐리단 감독의 다른 작품으로는 1989년의 <나의 왼발>과 1994년의 <아버지의 이름으로>가 있는데 두 편 다 가족이 중심이 되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중2때 호암아트홀에서 <나의 왼발>을 본 기억이 새롭네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영화로도 유명하고 너무나 유명한 영화라 대부분 감동을 공유하고 있을꺼란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서도 아일랜드 히피족 청년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젊은 시절 모습이 나오는데 지난해 겨울 개봉한 <나인>에서의 중년의 중후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과하는지를.... 하지만 그것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메세지를 전합니다. 어쩌면 저렇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절제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보는이가 느끼게 될 감동과 여운은 최대치의 파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감독의 재능이 놀라웠습니다.
끈적끈적, 질척질척한 감정의 휘둘림이 산만하게 널려있는 가족 드라마나 영화에 익숙해 있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은 도데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슬며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배경이 되면서 그 참담함의 실체를 보여주진 않지만 무장테러단에 억류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구한 부하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해야만 했던 샘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비극이 투영됩니다. 지옥보다 더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인간이 과연 그 경험을 하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온 샘의 모습은 계속 조마조마합니다. 답답해 하는 가족들에게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동생과 부인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으로 이상행동을 표출하지만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 어느 누가 그에게 질문할 수 있을까.....그의 모습은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그 후 가족들에게 많은 아픔을 남겼던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2대에 걸친 비극은 어떤 모습으로 끝을 맺을까의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어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두 딸들의 깜찍한 연기도 훌륭합니다. 변해버린 아빠보다 짧은시간 정이 든 삼촌으로 인해 마음의 위안과 빈자리를 채우지만 이는 시한폭탄같은 아빠를 폭팔시켜 버리기에 이르고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주인공 샘은 "너희들이 어떻게 나를 이해하는가....질식 할것만 같아......"라고 절규합니다.(그 대사를 듣는 순간 정말 나도 질식할 것만 같은 강한 감정이입을 느꼈습니다.--;;) 이를 말리는 동생 토미. "너는 나의 형이다. 우리는 가족이다....." 이 한마디가 영화의 시작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기분을 카타르시스로 이끕니다. 

105분이라는 길지않은 시간동안 절제된 영상을 통해 많은 부분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는 '공란'(^^)이 의미있는 영화였습니다. 

ps. 주연인 토비 맥과이어(스파이더맨) 제이크 질렌할(곧 '페르시아 왕자' 개봉하던데 멋진 배우입니다.^^ ) 나탈리 포트만 (앤 불린역에 너무나 잘 어울렸던 배우^^) 세배우와 두 딸의 연기!!! 정말 훌륭했습니다. 덴마크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라네요. 
 
ps. 전 그날 저녁 우연히 ebs에서 <아버지의 이름으로>도 봤는데 무개념, 무생각의 질풍노도의 청년이 아일랜드 무장독립 단체(IRA)가 영국에 무차별 테러를 감행하던 1970년대 우연히 술집폭탄테러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영화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외치던 주인공의 모습이 어버이날 완전 어울리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도 권력집단이 그들의 명분을 위해서 짓밟히는것 쯤은 당연시 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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