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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선을 넘는 여자들: 이야기액자전 | 한국여성평생교육회 x 컬렉션 버스킹 x 페페연구소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3-12-07 조회수 : 4,042

〈선을 넘는 여자들: 이야기액자전〉11.4.~11.30.

 

 

11월 한 달 동안 도서관 1층 잡지방에서 <선을 넘는 여자들: 이야기액자전>이 열렸습니다. 

가족, 일터, 사회가 여성에게 정한 기준선에 질문을 던지고, 선을 훌쩍! 넘었던 경험을 각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낭독 전시.

전시를 함께 연 ‘한국여성평생교육회(여평)’과  여성주의 교육 연구소 ‘페미니스트 페다고지(페페)’는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면서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재해석하는 모임입니다.
 

 

흰머리 염색을 관두고 탈색하기, 남에게 보이기 위한 다이어트에서 나의 체력을 위한 운동으로 목적 바꾸기, 엄마다움의 기준 바로 세우기, 좋은 딸 노릇 거부하기,

잊혀진 여성 창작가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주기... 일상에서 예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도서관 한복판에 모았습니다.

 

 

낭독과 함께 물음표를 던져줄 컬렉션! 컬렉션이 한 쌍이 되어 전시를 이뤘습니다. 

사서들이 6개의 주제와 맞닿은 컬렉션을 엮어 전시했습니다. 

<‘좋은 딸’ 노릇 거부하기> 낭독 전시가 인상 깊었던 사람들이 볼 컬렉션으로  <엄마와 딸 사이>,

<어쩌다 피트니스>를 들으면서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압박, 운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 사람들에게 권하는 컬렉션 <여성의 몸: 혐오와 숭배 사이>

 

 

 

〈이야기액자 콘서트〉X 〈가수 이주영의 선을 넘는 콘서트〉

11월 18일에는 <이야기액자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액자 속 목소리 주인공 6인이 액자 속에서 나와, 각자의 목소리로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흰머리가 뭐길래: 남 좋은 삶에서 나 편한 삶으로 

그러게, 왜 흰머리를 그렇게 가려야 된다고 생각했냐고? 아 그야 나를 보는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 하니까. 게다가 서른살이면 젊으니까, 젊은 여자가 흰머리 난 채로 다니는 걸 사람들이 참지를 못하더라고. 그래, 너도 본 적 없잖아. 그래서 자칫 시기 놓쳐서 흰머리 쪼금 올라온 채로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넌 젊은애가 왜 그러냐 빨리 염색을 해라, 어머 얼굴은 동안인데 흰머리가 반전이네, 나 요즘 흰머리 난다고 속상해했는데 반성해야겠다, 하. 그런 소리들 듣기 싫어서 그동안 하고 살았던 거지. 그리고 나도 뭐 나이든 할머니도 아니고 내 또래 여자가 흰머리 드러내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까만머리가 정상이니까 정상에 맞추자, 하고 산 거지. 그래, 근데 생각해보면 왜 모든 사람이 다 까만머리를 하고 살아야 돼,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어떤 외국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 한국인들은 머리가 안 하얘지니?라고 했다잖아, 하하.

 


관람객의 이야기

  •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외모를 꾸미는 일이 예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요, 오늘 그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30대에 새치가 많이 나서 그것을 감추려 염색을 했어요. 염색을 안 하면 내 자신도 가꾸지 않는 게으른 여자처럼 보이기 싫어서요. 어느 날 장관 한 분이 휜머리에 커트 머리를 휘날리며 등장했을 때 (떠오르죠? 여성 장관 한 분. 저도 굉장히 인상깊게 봤는데요.) 그때의 그 당당함! 나도 그렇게 당당하고 싶었어요.

 


 

어쩌다 피트니스: 남에게 보이기 위한 다이어트에서 내가 살기 위한 체력 기르기로

무슨 운동 해요? 질문 받을 때마다 ‘헬스요’ 답하면 상대방이 뻔하다는 인상을 받는 걸 느끼곤 했다. ‘아! 살빼기?’ ‘ 몸 만들기’ 이런 식의 반응이다. ‘스스로의 몸을 성형하고 개조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자발적으로 단순한 생존으로 축소시킨다.’ 몸 만들기에 더해지는 이런 비판도 책에서 많이 읽었다. 실은 평소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헬스를 한다고 말할 때마다 자격지심 때문에 부대끼곤 했다. 그러나 데드리프트 이후로는 그런 감정이 싹 사라졌다...내 몸 어느 부위에 어떤 느낌이 오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근육통은 내가 제대로 동작을 취했는지를 확인하는 잣대다. 『어쩌다 피트니스』  p. 51


관람객의 이야기

  • 딸과 외국 여행을 갔을 때, 딸이 “엄마, 나는 이 나라가 너무 좋아.”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왜? 한국이 좋지.” 이랬더니, 거기서 우리 딸의 대답은?
    “저기 봐. 사람들이 가슴, 배 나오고, 옆구리살 튀어나와도 저렇게 달라붙는 옷도 입고 편하게 다니잖아. 얼마나 좋아? 난 이렇게 살고 싶어.” 

  • 사실 우리 몸에 주어진 우리의 모든 부분들은 굉장히 소중한데, 사회 속에 있는 어떤 액자를 갖고 내 몸을 보면서 거기에 끼워맞추려는 그런 것들이 우리 삶을 불편하게 했던 부분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 Q.  운동을 시작한지 1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외모 강박을 내려놓기 힘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쯤 되면 이만큼은 근육이 생겨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요. 이런 생각 들 때 어떻게 하셨나요? 

    ㄴ RE: 저도 여전히 보여지는 것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다만, 제가 피트니스를 하면서 많이 깨달았던 게, 운동에서 중요한 건 '완벽한 것, 보여지는 것'보다는 내 속도와 나 자신을 좀 더 알게 되는 거예요. 지금은 내 몸을 건강하게 아프지 않게 앞으로 잘 이끌고 나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게 되기까지 어떻게 보면 『아무튼, 피트니스』라는 류인숙 작가님의 책을 읽고 제가 운동하면서 시작한 감정과 너무 똑같이 느껴졌거든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고. 그분(질문자)께도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변명하며 사는 여자의 삶: 가부장제 엄마다움에서 새로 세우는 엄마다움으로

나는 소위 가부장제 틀에서 말하는 좋은 엄마라는 액자에 나를 가두고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분주했고 그것을 하지 못할 때 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변명을 해 왔다. 이것은 오히려 딸과 나와의 관계를 더 악순환의 고리에서 나오지 못하게 할 뿐이었다. 그래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살펴보고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보자. 변명하려 들지 말자.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왜 그것을 못 알아주는 거야’ 하고 아우성 치지 말자. 처음부터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보다 당당해지는 것이고 그것이 딸과 소통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람객의 이야기

  • Q. 혹시 따님과 크게 싸운 적도 있었나요?

    ㄴRE: 네, 서로 감정이 폭발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정말 서로에게 하지 못할 얘기도 서로 했어요. 그런 시간이 좀 켜켜이 쌓이면서 관계가 또 더 단단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하고, 딸과 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저와 엄마와의 관계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 Q. 결혼을 해서 해외로 가게 되었는데 엄마와 애착관계가 너무 깊었던지라 죄책감 같은 이상한 감정이 들어요. 항상 옆에서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ㄴ다른 관객의 RE: 저도 엄마와 굉장한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다가 어느 순간 분리돼야겠다는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느꼈던 건 처음에 마음은 아팠는데, 이제 10여 년이 지난 다음에 지금 되돌아봤더니 어머니도 저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거예요. 어머니 스스로도 자녀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저 또한 어머니의 그늘 안에서 살았던 것들에서 벗어나 가족을 이루면서 성인으로 성장한 거죠. 정서적인 분리가 되니 또 좋은 점도 있더라고요. 그러니 지금 당장은 약간 서운하고 힘드실 수 있지만, 두 분이 다 같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ㄴ낭독자의 
    자료 추천:   <
    무브 포워드> 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작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했어요. 단편 영화의 주인공 여성은 할아버지 돌봄을 맡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와의 감정도 내려놓기가 힘든 거예요. 주인공은 실제로 캐리어를 끌고 유학을 가면서 자기 길을 떠나는 내용이에요. 

 




나를 위한 삶 찾기: 현모양처를 꿈꾸던 여자에서 못된 여자로

어릴때부터 ‘착하다’, ‘참하다, 맏며느리감이다‘ 란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 말들이 칭찬으로 들렸다. 그래서 더 조신하고 참하고 맏며느리감이 되려고, 지금 생각하면 청승맞고 답답한 순정드라마 여주인공을 보며 여자다움을 따라하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나를 맞추려고 애써온 그 과정에서 남편을 원망하고 이렇게 키운 엄마를 원망했었다.  남편은 남자로 태어나 남자가 해야할 일에만 몰두했고 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가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다.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 맞추어 ‘나’라는 주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 부부에겐 역할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나로 살아가는 삶을 경험한 이상 난 이제 ‘현모양처’로 되돌아 갈 수 없다. 



관람객의 이야기

  • 저도 비슷한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에요. 너무 와닿아요! 그런데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이미 50년을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쉽지 않더라고요 “난 이것 못한다”고 정확히 말해야 하는 건 아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또 다른 자책으로 이어진 적도 있어요. ‘내가 약간 조금 부족한 걸까? 자존감이 너무 없는 걸까?’ 하면서요. 한때는 자책하고 또 힘들어하고 그랬었는데, 그냥 지금 이 모습도 나고, 또 바꿔나가는 것도 나잖아요. 한 걸음에 확 바뀌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내가 노력하는 모습인 나를 칭찬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나를 토닥토닥하고 있습니다.

    ㄴRE: 모두의 큰 박수! 

 

 

  • Q. 가부장적인 남편과 결혼했는데도 지금처럼 지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중간에 비약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그 과정으로 넘어갔지?’ 싶었습니다.(웃음) 전 나답게 살고 싶은데 매순간 신념을 가지면서 사는 사람도 아니고,  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으면서도 매순간이 괴로웠던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혹시 답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했어요.

    ㄴRE:  10년을 투쟁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어요. 사실  전 착한 여자가 아닌데, 착한 척하면서 살고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았던 여자였던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면서 “내 커리어가 필요해. 아이와 나를 스스로 책임지며 살 능력이 필요해.” 라는 목표를 정했어요. 남편이 그만두라고 해도 끝까지 밀고 나갔고요. 
    그리고 코로나가 엄청난 기여를 했어요. 남편이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가족은 전부 바깥에 있는 와중에 남편 혼자 집에 있으니, 스스로 살림을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10년이 걸렸습니다.


     
  • 요즘은 세대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밥하고 뒷바라지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일하고 사회생활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려니까 요즘의 내 모습이 자꾸 신경 쓰이고, 남들이 사회적인 기준으로 저를 판단할까봐 두렵고 불편하기도 합니다.

    ㄴ다른 낭독자의 RE: 엄마의 마음이라는 게 참 그래요. 가정주부로 있을 때도 아이를 위해서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아이를 위해서죠.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큰 기쁨이기도 하고요. 어떤 기준을 갖고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이 자리가 <선을 넘는 여자들>인 이유예요. 지금 내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기준은 나를 가두는 선이기도 하잖아요. 그 선은 우리가 깰 틀을 알려주는 출발점이기도 해요. 내가 한 발자국 나갈 때 나의 선택을 할 때 남들이 정한 액자 속 그림이 아니라 내가 그리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응원 드리고 싶어요.


    남성은 또 남성대로 ‘나는 남자니까 이렇게 해야겠어. 이렇게 해야 돼. 이렇게 해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남자로 인정해.’라는 그런 액자를 갖고 있어요. 이런 얘기를 우리가 더 드러내면서 사회에서 이어나갈 때 남성들도 그 액자를 깰 용기를 얻게 될 거라 생각해요. 모두 나다움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콘서트 한복판에는 컬렉션이 자리했습니다. 여평과 페페에서 함께 읽은 책,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료를 모았어요. 

 

“저희는 여성의 삶에 관해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고, 책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어요. 오늘 모인 여러분의 이야기에서도 많이 위안 받았습니다. 여기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자리를 기획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정말 단순했어요.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액자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액자에서 목소리를 들려주는 형태로 전시를 기획하게 됐어요. 오늘 자리를 마친 뒤에도 이 이야기가 쭉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2부는 <선을 넘는 콘서트>! 뮤지션 이주영 님이 도서관 한복판을 무대 삼아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눈이 내린다」 를 비롯해 곡에 얽힌 비하인드를 듣고, 함께 노래 불렀습니다.

 

 

아쉽게도 전시를 놓친 분, 온라인 전시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 클릭하면 사이트 이동! 

 

 

https://sites.google.com/view/feministinae/%ED%96%89%EC%82%AC-%EC%84%A0%EC%9D%84-%EB%84%98%EB%8A%94-%EC%97%AC%EC%9E%90%EB%93%A4?authuser=0

 

 

 

 

 

 

 

“그동안 스스로에게, 사회에게 나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갔나요?”_여평 뉴스레터 11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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