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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_민들레] “함께 잘 살아보자는, 간단한 이야기”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3-12-14 조회수 : 3,375

“함께 잘 살아보자는, 간단한 이야기”

~ 느티나무재단, ‘민들레’를 만나다 ~

* 삼삼오오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5개의 팀을 만납니다. 삼삼오오 지원사업은 지역 돌봄, 로컬푸드, 대안 교통, 자원순환 등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팀들과 함께합니다.

 

 이구영 작가와의 인터뷰(2023.11.23.목)

 

 잠시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골목길을 지나 큰 공원을 가로질러 드디어 한 미술관에 도착했다. 이날 우리가 만난 ‘미술 작품’은 무엇일까. 모나 리자? 절규? 아니면 진주 귀걸이의 소녀? 아마 많은 사람이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골목길에서 예쁜 벽화를, 공원에서 멋진 동상 앞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벽화나 동상과 같이 대중을 대상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되거나 전시되는 미술작품을 ‘공공미술’이라고 부른다.

 ‘민들레 미술협동조합(이하 ‘민들레 팀’)’은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골목을 도화지 삼아 벽화를 그리는 미술인들의 모임이다. 작업실만 용인에 둔 채, 의뢰가 들어오면 전국 곳곳을 누빈다. 이번 느티나무재단은 민들레 팀의 대표 이구영 작가를 만났다.   




 

  미술로 소통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민들레 팀이 용인동백문고에서 전시와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예술 하면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은 적어도 이구영 작가가 느끼기에 사실이었다. 그는 같은 미술인으로서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술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도와주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모임, 나아가 사회에 공헌하고 수익까지 낼 수 있는 공공미술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민들레 팀이 북촌과 서촌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던 2011년까지만 해도 공공미술 활동을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사실 전업 작가만 모여도 문제였다. 미술로 소통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미술을 공유하고 소개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미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장벽 때문인지 일반 사람들은 더더욱 모이지 않았다.

“배고프면 밥 먹고 수다 떨듯이 미술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배수관에서 달걀이 떨어지는 것도 속도 제한 표지가 수박이 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생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 없이 민들레 팀에선 모두가  ‘미술 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이구영 작가는 미술이 ‘그냥 밥 먹고 수다 떨듯이 쉽고 재미있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 철학 또한 미술을 단지 함께 즐기는 어떤 도구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덕분인지 현재 민들레 팀은 전업 작가, 두부를 만드는 사람, 부동산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임이 되었다. 

 

 

민들레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할 때는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발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내용들이요.”

 

'진실의 눈' 벽화

 

'당신이 영웅' 벽화

 

 민들레 팀은 언제나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으려 노력한다. 한창 유괴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을 무렵엔 사람들에게 저마다 보이지 않는 모습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손을 벽화로 그렸다. 4.16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해서 진실을 찾는 눈을 표현하고자 부릅뜬 눈과 눈물 흘리는 눈 등을 그리기도 했다. 해마다 하나씩 그리고 있는 진실의 눈 시리즈는 용인 터미널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규제가 심했던 때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용인 시민의 얼굴을 그려 ‘당신이 영웅’ 시리즈를 만들었다.  ‘당신이 영웅이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당신이 영웅이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벽화가 지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누군가 일부러 지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구영 작가가 세월호 벽화를 그릴 때 있었던 일화를 털어놨다. 벽화에 그려놓은 눈을 자꾸 지워 놓거나 덧대어 그린 플라스틱을 조각째로 오려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15일에 붙이면 17일에 떨어져 있을 정도였다. 곤란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벽화를 그리려면 건물주나 구청, 지자체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제한 내용들을 유의하면서도 지역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려하다 보면 처음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온전히 지킬 수 없었다. “미술을 통해서 작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작품은 예뻐야 하고 와중에 지역의 특징도 반영해야 하고… 참 그게 힘든 것 같아요.” 

 

 어느 날 민들레 팀에게 세월호 그림을 본 한 시민이 누가, 왜 그렸냐며 연락해왔다. 항의인 줄 알았던 이 연락은 놀랍게도 한 시민의 감사 인사였다. 잊혀 가던 일에 매년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그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당신이 영웅’ 시리즈도 많은 감사 인사를 받았던 작품 중 하나다. 벽화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해지자 다시 그려달라는 메시지들이 벽에 붙었었는데, 요청에 힘입어 결국 벽화를 부활시켰다. 이구영 작가는 “벽화는 지워지기 쉽지만, 사람들의 격려 한 마디가 정말 오래 남는다.”라며 이것이 현재까지도 민들레 팀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각박함을 느끼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그런 순간들에 소소한 기쁨을 던지고 싶다.” 

 




 거리의 그림 한 두개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의 손길이 어디까지 닿을까. 언젠가 그저 지나치는 흙과 돌일 뿐이던 골목 한구석에서 뜻밖의 선물처럼 민들레 팀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소소한 기쁨이라기엔 다소 설레는 여행길이 될지도 모른다.  

인터뷰: 예비사서 김채완, 예비사서 박가연

글 작성: 예비사서 신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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