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우리들의 행복한 가을

작성자 : 박영숙 작성일 : 2007-10-30 조회수 : 6,140

추석 지내고부터였으니 어느새 꼬박.. 한 달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햇살 잘 드는 새 집이 생긴다는 설렘도 8년째 정든 집을 떠난다는 아쉬움도.. 밤낮없이 그저 바쁘게 몸을 놀리느라 잠시 잊었던 듯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마치 개미들 이사하는 풍경 같다고요..ㅎㅎ 그 많은 책을 한 권 한 권 확인해 상자에 담고 척척 손발 맞춰 책 표지를 싸고.. 레이블을 붙이고 책꽂이 구석구석에 붙은 스티커 자국까지 묵은 먼지도 말끔이 닦아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그 작은 손 야무지게 놀리며 톡톡히 한몫 거들었지요. 늦은 밤 라면 한 그릇,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씻을 때면 생각하고 또 생각했더랬습니다. 대체 뭘까..,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함께 하도록 만드는 걸까.. 하고요 목이 칼칼하도록 먼지를 뒤집어쓰고 온몸이 욱신대도록 짐을 싸고 옮기면서도 얼굴마다 환하게 담긴 웃음.. 그 틈에서도 깔깔대며 어울려 노는 아이들.. 사진으로 보고 있으려니.. 새삼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책을 나누며 함께 나눈 지난 시간이 우리를 꿈꾸게 만들었다는 걸... 그렇게.. 정든 자리를 떠나왔지만.. 5백 개가 넘는 상자에 책을 담아 넣으면서.. 우리가 누렸던 만남, 추억, 작은 기쁨들.. 모두 꼬옥 꼬옥 갈무리해 담아 왔습니다. 그랬습니다. 지난 한 달.. 참 행복한.. 우리 모두의 축제였습니다. 모두들 정말정말 애쓰셨습니다. 아낌없이 땀 흘린 당신들의 수고에, 오래오래 잊지 못할, 우리들의 행복했던 가을에... 갈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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